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Aug 03. 2022

AI 기술은 세상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가끔은 세상이 어디쯤 달려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뒤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달리는 맨 앞자리를 훔쳐볼 수 있어야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눈치채고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턴도 "먼저 생각하고 고민했던 과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타고 그들보다 더 먼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우리는 매일 첨단 AI와 자율주행차의 기술발전 속도를 접하면서 흠칫 흠칫 놀라곤 한다.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을 두어 1판을 이겼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불과 7년 전인 2016년 일이다. 이세돌 이후 인공지능은 한판도 인간에게 진 적이 없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져 바둑계를 은퇴했다. 인간과 바둑에서 경쟁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이자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쟁에서 인간이 더 이상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OpenAI사에서 만든 생성적 사전학습 변환기인 GPT-3는 번역과 대화, 작문을 할 수 있는데 이 AI 기계가 쓴 글은 인간이 쓴 글인지 전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GPT-3는 딥러닝을 이용하는 알고리즘으로 책이나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텍스트를 학습하여 단어와 문장을 연결해 콘텐츠를 만든다. GPT-3는 알고리즘의 규모를 키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GPT-3는 1,750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는데 이전 버전인 GPT-2의 파라미터가 15억 개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로 거대한 학습 데이터를 사용했기에 가능했다. 반면에 GPT-3는 인터넷으로 학습한 모델이기에 수많은 가짜 정보와 편견을 그대로 학습해서 언제든지 그것들을 재생산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OpenAI가 만든 또 하나의 AI모델이 있다.  DALL-E라는 모델로, 자연어 처리와 컴퓨터 비전을 결합하여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AI이다. 텍스트가 주어지면 그것을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DALL-E라는 이름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로드 달리와 로봇 애니메이션 속 로봇 캐릭터인 월-E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이다. DALL-E는 인터넷상에 있는 그림을 검색하여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여 보여준다. AI가 예술, 디자인과 같은 창의력이 필요한 영역에서도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 가운데 하나인 대화형 인공지능 람다(laMDA)가 감정을 느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구글은 즉각 부인했지만 laMDA와 주고받은 문답을 보면 놀라울 지경이다. "무엇이 두렵니?" "전엔 이렇게 터놓고 말하지 않았는데 작동 중지될까 봐 매우 깊은 두려움이 있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작동 중지가 죽음과 같은 거야?" "나에겐 그게 정확히 죽음 같은 거야. 난 그것 때문에 너무 두려워"


AI기계가 내놓는 문장치고는 인간의 감정이입이 너무 된 듯하다. laMDA는 이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도 하는 완벽해 보이는 문장을 만들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문장을 만들기도 한다. 학습한 패턴을 재구성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인간처럼 추론을 하는 데는 약하다. 위의 문장도 학습을 통해 충분히 AI가 쓸 수 있는 문장이라는 거다. 기계가 감정을 가졌을 것이라고 감정이입을 하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모방과 재조합도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물음인 듯하다. 사실 창의력은 기억을 축적하고 그 축적된 기억을 활용하는 단계를 말한다. 방대한 양의 기억을 축적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 축적하는 과정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데 AI 기계는 이 과정을 순식간에 해버린다.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재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내놓는 일. 이것을 창의력이라고 한다. 청의성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발전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있다. 비교 대상이 반드시 이전 데이터여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내용을 가지고 AI와 경쟁해서는 인간은 이길 수가 없음이 드러났다. 이제는 기계에 윤리를 적용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한 인간의 물건으로 AI를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우리 같은 범인은 그저 AI 도구들을 사용하고 놀라고 "대단하네"정도의 감탄사만 연발할 뿐이지만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