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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04. 2022

모임에 회비를 낸다는 것은

초등학교 동창모임부터 시작하여 대학교 동창모임 그리고 사회에서 참여하게 된 모임까지 다 합치면 몇 개 정도의 모임에 가입되어 있으신가요? 이름만 들어가 있는 밴드 모임 같은 것은 제외하고 적어도 연회비 정도를 걷는 모임 정도만 치겠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모일 때마다 그때그때 그날 사용한 비용을 나누어내는 정도의 모임도 여럿 있을 텐데 그 정도의 모임은 제외하기로 합니다. 


회비를 내느냐 안 내느냐의 기준은 모임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 매번 참여하지 않지만 회비를 꾸준히 납부하면 모임의 회원으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고 싶으나 여러 사정상 오지 못하지만 회비를 낸다는 것은 그 모임에 남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정기적으로 회비를 내는 모임 몇 개 정도에 발을 들여놓고 계신가요? 또 회비를 내면 서까지 남아있는 모임에는 왜 계속 참여하고 계신가요?


저 만해도 봄가을 참여하는 강연비를 포함 연회비 100만 원 내는 자연과학 공부모임에서부터 연 60만 원을 내는 밴드 보컬 모임과 골프모임, 연 20만 원을 내는 사회친구 모임 등이 있습니다. 정기적인 회비 납부까지는 아니지만 모일 때마다 비용을 갹출하는 모임도 여러 개 있습니다.


굳이 회비까지 내가면서 모임에 참여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돈을 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치는 나의 미래와 당연히 관련이 있기에 그 의미를 지닙니다. 모임의 멤버들 간의 친밀감을 유지함으로써 나의 사회생활이나 생각에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나의 미래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에 기꺼이 회비를 지불하고 참여할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등학교 친구 모임이나 고등학교 친구 모임처럼 친분을 배경으로 모이는 모임은 성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회비의 많고 적음이 크게 개입하지 못하는 특유의 끈끈함이 작동하는 모임이기에 그렇습니다. 회비를 내던 안 내던 영원한 동창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모임에 안 나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학적부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적은 바꿔도 학적은 못 바꾼다는 논리는 동창 모임에도 적용됩니다.

그런데 여러 모임을 하다 보면 모임마다 나오는 사람들이 정해져 버립니다. 그동안 잘 참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몇 번씩 빠지더니 아예 안 나오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모임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겹쳐져서 오프라인 모임에 나오는 것을 망설일 수 있겠으나 대부분 퇴직을 했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겼을 때가 많습니다. 자격지심이 작동한다는 겁니다. 남들보다 못하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으니 모임에 나가봐야 위축될 것을 두려워하는 심정이 강하다는 겁니다. 물론 퇴직을 하거나 이직을 한 경우에 회비를 내가며 모임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올 겁니다. 회비를 낼만한 경중을 따지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회비를 내지 않고 참여하지도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그 모임의 가치는 없어졌다는 뜻입니다. 회원들을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것이 또한 모임의 유지를 위해 당연한 것이지만 모임의 숫자가 10명을 넘어가면 의견 일치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모임 역시 사람이 모여서 구성된 조직이기에 그렇습니다.


결국 대부분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나름 잘 나가지는 않더라도 품위 유지는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를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의 오류가 적용되는 겁니다. 생존자 편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전투기들의 총탄 자국을 연구하여 총상이 많은 부분을 더 강화하여 공격을 받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가 잘못되었다는 주장으로 격추되어 돌아오지 못한 전투기는 총탄 자국이 없는 곳을 맞았기 때문이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실제로 동체를 보강해야 하는 부분은 총탄 자국이 없는 곳이라는 겁니다.


혹시 모임에 돌아오지 못하는 전투기는 없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내 일이 아니기에 멤버가 어떻게 사는지 조차 관심 없을 수 있으나 날 더운데 건강 챙기고 있는지라도 물어볼 일입니다. 다음번 모임에는 참여해서 세상사는 일을 소주 한잔에 풀어놓자고 권해볼 일입니다. 살다 보면 모든 일이 그렇고 그런 일인 줄 알게 됩니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일인 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집에 눌러앉아있기가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임에는 안 나오더라도 개별적으로 몇몇이 가끔 만나보는 것도 좋습니다. 고독해지지 않도록 점점 소외되지 않도록 챙겨주고 보듬어 가야 합니다. 알고 보면 많지 않은 사람이 옆에 남아있음도 눈치채게 됩니다. 그 소중함까지 잃을까 마음 졸이지 않도록 먼저 다가가고 먼저 전화하고 먼저 소주 한잔 하자고 권할 일입니다. 날개에 총탄 맞아 너덜너덜해졌으면 어떻습니까? 살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서로 부둥켜안아야 할 이유로 충분할 겁니다. 사랑합니다. 오늘 저녁 소주 한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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