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은 먹고 출근하셨습니까?
아침 7시 전후로 출근 준비를 하는 대부분의 직장들은 아침밥 먹는 것조차 사실 시간에 쫓깁니다. 몇 시가 됐든 일어나서 1시간 이내에 집을 나서는 것이 보통인지라 그 시간 안에 세수하고 면도하고 응가하고 샤워하고 옷을 골라 챙겨 입고 (아침밥을 먹고) 가방을 챙겨 현관문을 나서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나마 남자들은 이 1시간 안에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여성분들에게는 빠듯한 것이 보통일 겁니다. 그래서 가끔 전철 안에서 화장하는 여성분들을 보게 되는가 봅니다.
출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안 해도 되는 행위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출근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집을 나서야 하는 정해진 시간을 분 단위로 쳐다봐야 하는 아침에, 그 바쁨을 조금이나마 생략해서 간발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출근 준비 루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매일매일의 과정이지만 그중에 하나라도 빼먹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매일의 일상이었기에 그렇습니다. 몸에 배어있기에 그중에 하나라도 안 하면 출근하는 시간 내내 찝찝함이 따라옵니다. 무언가 허전합니다. 뭘 빼먹고 안 했는지 계속 생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침식사를 하는 행위 자체가 없어져 있는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침식사를 하는 행위가 꼭 해야 하는 당위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저만해도 아침식사를 아예 안 한 지가 10년도 넘습니다. 하루 두 끼 먹는 식생활 습관으로 변했습니다. 아침식사대용으로 두유 한잔 마시는 것으로 대체합니다. 우유 한잔이라도 먹는 거니 식사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오전에 배가 고파 본 적도 없습니다. 아침 식사를 안 해서 불편했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저에게 아침식사는 시간에 대한 효용적 측면에서 배제된 행위였던 겁니다.
작고하신 어머니께서 집에 계시던 때에는 항상 어머니께서 아침식사 준비를 해주셨고 어머니께서 요양원에 가신 이후로는 와이프가 아침 상을 차려주었습니다. 저의 출근 루틴은 아침 5시 반 기상, 6시 반 전에 집을 나서는 겁니다. 지금도 이 루틴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저보다 일찍인 5시에는 일어나셔서 아침밥을 하셨습니다. 이것이 늘 부담이었습니다. 아침밥을 차려주셔도 정말 한 두세 숟가락 정도 먹고 마는 수준입니다. 새벽밥을 매일 해주시는데 겨우 두세 숟가락 정도 깨작거리고 나가는 것이 불효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자식에게 아침밥이라도 먹여서 출근시키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당신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하신 겁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기쁘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 말을 신봉하시는 듯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집 앞에 있는 요양원 생활을 시작하신 후 퇴근길에 들르면 항상 묻는 인사말이 "저녁 먹었어?"입니다. 퇴근길에 들렀으니 식사 전임에도 "그럼 시간이 몇 시인데 당연히 먹고 왔지"가 대답입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 드렸습니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요양사들의 말에 따르면,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집에 가야지"라고 하는 말이랍니다. "집에 가서 밥해야지"라고 하시면서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신답니다. 대부분 치매로 식구들의 이름조차 기억에서 사라져 감에도 자식과 남편에게 밥해주어야 한다는 기억은 꽁꽁 각인되어 있는가 봅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모습입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에게 밥은 그런 의미입니다. 자식에 대한, 식구에 대한 사랑의 말이었습니다.
불현듯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이 그리워집니다. 흰쌀밥 한 공기에 된장국, 김치, 콩자반이 다 일지라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 앞에 앉아있고 싶습니다. 식탁 건너편에 앉으셔서 자식 밥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그 모습조차 보고 싶습니다. 곧 추석이어서 그런가요?
에구 나이 들긴 했나 봅니다. 감상이 글로, 눈물로 삐져나오네요. 이만 줄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