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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31. 2022

8월의 마지막 날에 묻는 질문

오늘은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끝"을 가리켜서 그런지 비장함도 서려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무언가 사라지고 없어질 것 같은 초조함도 묻어있습니다. 무언가 섭섭함도 숨어 있습니다. 잘 지내왔다는 안도감도 겹쳐 있습니다.


그렇게 8월의 마지막 날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9월의 시작을 알리는 '첫'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일 겁니다. '첫'이라는 단어는 "맨 처음"입니다. 설렘이 담겨있습니다. 처음이기에 약간의 긴장감도 들어있습니다. 새것을 맞이하는 들뜸도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게 될 것입니다.


사람은 언어의 의미에 지배를 받습니다. 단어 하나 떠올리면 그 단어가 주는 개념의 의미에 의해 물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어가 갖고 있는 정확한 뜻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어 하나가 사람의 감정을 좌우합니다. 그만큼 말과 글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엄중해야 합니다. 


단어의 뜻도 모르고 말한다는 것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습니다. 말과 글로 문장을 만들긴 하는데 어떤 의미로 하고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그저 그럴 것이다" 정도의 습관화된 패턴에 의해 끄집어낼 뿐입니다. 아무 의미 없는 잡담이 됩니다. 의미 전달에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전혀 다른 뜻과 의미로 문장을 해석합니다. 강원국 작가는 말하기를 "화자의 수사학이 아니고 청자의 심리학이다"라고까지 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지나온 과거의 경험으로 오늘을 삽니다.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시간과 경험치가 모두 다르니,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생각의 조합이 얽히고 섥킵니다. 타인의 생각을 알아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전달하려고 말과 글을 사용하지만 이 조차 편차가 발생합니다. "공감하는 말을 하고 동의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행위입니다.

타인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단어의 뜻이 정확히 내가 말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말할 때 내가 지금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 일일이 뜻을 떠올리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글을 쓸 때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언어를 배울 때 정확한 단어의 뜻을 각인하도록 하는 교육과 훈련이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구사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의 폭을 넓게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단어의 스펙트럼이 넓으면 넓을수록 정확한 전달이 가능합니다. 학교 다니면서 영어 단어는 머리 깨지듯이 외우면서도 우리말 사전을 찾아본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요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는데 바로 사전 찾아보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전은 "어휘의 표기법, 발음, 어원, 의미, 용법을 설명해 놓은 책"입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 오해하지 않고 같은 뜻과 의미로 받아들이자는 공동의 합의로 정리한 것입니다. 뜻과 의미를 같이 이해하여 정확한 전달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도 의미 전달을 다르게 이해하는데서 오는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상대가 하는 말의 뉘앙스를 간파하는 것입니다. 단어의 연결 연결이 문장이 되고 문맥이 되고 의미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의미의 해석은 듣는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화자와 청자의 오차와 편차를 줄이는 일이 대화와 글의 기술일 것입니다.


사기꾼의 화려한 언변도 기술일 테지만 그 화려함에서 정확함을 골라낼 수 있다면 속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하나에 물어야 합니다.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말입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사전을 넘겨봐야겠습니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찾아봐야겠습니다. 8월의 마지막 날인데, 덥다고, 장마라고 지나쳐 온 것은 없는지 점검하고 되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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