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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1. 2022

반 팔 옷을 입으셨나요? 긴 팔 옷을 입으셨나요?

9월의 첫날입니다. 마음가짐을 다잡아 한 달을 시작하는 것은 출근하는 모든 직장인의 공통점일 겁니다.


이 한 달의 마음을 다잡는 일에 옷차림도 한 몫합니다. 출근길 아침에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마음과 생각과 행동이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옷태'는 입는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고 생각을 드러내고 행동을 드러내는 거울과 같습니다. 옷을 잘 입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가 현재 그 사람의 위치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옷차림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근검절약하는 백만장자는 오래된 옷일지라도 관리를 잘해 입고 다닐 수 있습니다. 유명 브랜드 옷을 걸친 사기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백만장자도 사기꾼도 옷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를 감추고 싶은지, 드러내고 싶은지조차, 옷차림을 통해 알아챌 수 있습니다. 옷 뒤에 숨겨진 사람의 진면목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은 잘 입어야 합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는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물론 비싼 유명 브랜드의 옷이 디자인도 독특하고 멋있어 돋보이게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옷을 잘 입었다고 할 때의 '잘'은 옷 입은 사람과 얼마나 어울리는지의 관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9월의 첫날 출근 복장은 어떠신가요?


자신감이 넘치는 옷을 입으셨나요? 아니면 넥타이를 매며 긴장감을 상승시키는 정장을 입으셨나요? 옷차림에 맞게 구두를 신으셨나요? 스니커즈를 신으셨나요?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이 TPO에 맞게 옷을 입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옷차림도 사회의 관계를 말해주는 소통의 수단입니다. 장례식장에 밝은 색상의 옷을 입고 가지 않고, 결혼식장이 신부보다 더 돋보이는 흰색 드레스를 입고 가지 않는 것이 예의이듯이 TPO에 따라 관습처럼 정해진 옷의 형태가 있다는 겁니다. 반드시 그렇게 입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격에 맞다고 모두가 인식하고 있습니다.

간혹 호텔에서 하는 행사가 있을 경우 초청장에 드레스코드가 적혀있기도 합니다. 연미복에 나비넥타이일 경우도 있고 여자들의 경우는 이브닝드레스일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은 이런 드레스코드가 있는 행사가 거의 없어진 추세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격식으로 인식되고 굳이 그렇게까지 입을 필요성이 없어진 것입니다. 심지어 '그들만의 리그'로 인식되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아예 그런 행사조차 기획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여행의 백미인 크루즈에서 조차 저녁마다 개최되는 파티에 드레스코드가 희미해져가고 있답니다. 드레스코드에 맞춰 입지 않아도 파티 입장을 굳이 제한하지는 않는 겁니다. 한국 여행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여행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크루즈를 타는 거랍니다. 7일에서 15일 정도 배만 타고 가니 지루해서 죽는다는 겁니다. 밤마다 선상 파티가 열리고 참여해서 즐겨야 하는데 옷차림도 그렇고 모르는 외국인들과의 대화도 그렇고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여행용 슈트 케이스에 연미복과 나비넥타이, 이브닝드레스를 챙겨 넣고 가는 한국 사람? 글쎄요. 거의 없을 겁니다. 은퇴 후 여행으로 어르신들을 크루즈 태워 보내면 가장 최악의 여행을 보내드린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드레스 코드에 맞게 갖춰 입고 파티도 참석하고 아침 일찍 선상을 조깅하고 즐겨야 하는데 이런 형태의 여행에 적응하지 못하는 겁니다. 선실에서만 하루 종일 갇혀 있습니다. 기항지마다 내려서 한나절 관광지도 둘러보고 유람선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어떤 투어에 참여할지조차 망설이게 됩니다. 크루즈라고 해서 배만 타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크루즈 카지노에서 슬롯머신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전부랍니다. 다른 블랙잭이나 룰렛조차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 그저 돈만 넣고 누르면 되는 슬롯머신이 유일한 친구가 됩니다. 악성 친구일 뿐입니다. 돈만 다 잃고 나옵니다. 혹시 부모님께 효도한다고 유람선 태워드리면 큰 불효로 바뀔 수 도 있으니 크루즈를 즐기실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고 정장과 나비넥타이, 구두도 여행 가방에 챙겨 넣어 드리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아침 출근길이 제법 서늘합니다. 사람들 옷차림에 70% 정도는 긴팔 옷을 입었네요. 반 팔 옷을 입은 사람의 숫자가 확연히 적음을 눈치챕니다. 9월의 시작이 옷차림에도 영향을 준 듯합니다. 이젠 여름보다는 가을의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겁니다. 옷차림은 벌써 가을 속으로 들어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반팔 차림입니다. 긴팔 옷들을 아직 꺼내놓지 못한 까닭입니다. 주말을 기해 옷장의 옷들을 세대교체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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