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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5. 2022

다치면 가장 불편한 신체 부위는?

사람의 신체 부위 중 다치면 제일 불편한 곳은 어디일까?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외상 수준이 아닌 생활하면서 심심치 않게 소소히 다치는 여러 부위 중에서 말이다. 부러져, 깁스를 하거나 꿰맬 정도의 상처를 제외하고 가볍게 밴디지를 붙이거나 연고 정도 바를 상처라면? 


팔? 다리? 손목이나 발목 관절?


멀쩡한 신체 그 어느 부위라도 다치면 안 불편하고 안 아픈 곳이 있을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입안의 혓바닥이나 손가락이지 않나 싶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이기에 그럴 것이다. 혀만 해도 그렇다. 평소에 하루 세끼 밥을 먹고 음료를 마시고 간식을 먹고 심지어 껌을 씹고 있으면서도 혀의 움직임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러다 정말 어쩌다 가끔 식사 중에 혀의 움직임이 안 맞아 깨무는 경우가 있다. 혀의 가장자리가 씹혀서 피가 나기도 한다. 황당한 경우이지만 입이나 혀에 상처가 나면 쉽게 낳지 않는다. 입안은 항상 침이 고여있어 축축한 관계로, 상처가 나면 의외로 낳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끼니때마다 불편하고 심지어 물을 마실 때도 통증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다치면 가장 불편한 부위 중 최강은 손가락일 것이다. 신체부위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기에 그럴 것이다. 열 손가락 중 하나에라도 상처가 나거나 해서 보호용 밴디지를 붙였다면 이것처럼 불편한 일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손을 사용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수하고 샤워할 때부터 불편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보다 더 불편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식사할 때 숟가락, 젓가락 들기도 불편하고 심지어 화장실에서 비데 사용을 해도 휴지 처리가 힘들다. 자주 사용하는 오른 손가락 다르고 왼손가락 사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소에 얼마나 손가락 관리를 잘해야 하는지를 다쳐봐야 알게 된다.


다치는 것 말고 통증으로 따지면 각자 개인적 통증의 편차가 커서 어느 부위가 더 아프다고 지칭하기가 애매해진다. 치통을 제일의 통증으로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위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배 아픈 것이 최고로 아프다고 하고 담석이나 결석으로 고생해본 사람은 다른 통증은 말도 말라고 한다. 편두통이라도 있을라치면 머리 아픈 통증이 제일 아프다고 한다. 각자 경험해본 통증이 제일로 아픈 법이다.

손가락의 정교한 사용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제일 조건이었다. 인류 문명의 시작은 머리가 아닌 손가락 움직임에서 나왔다. 도구의 사용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조작의 시작이 손가락이다. 다치면 가장 불편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인간 진화 발원의 키를 손가락이 쥐고 있으니 말이다.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주름이 많네 거치네 불평을 할게 아니고 일상을 잘 유지될 수 있도록 기능을 잘해주고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손가락이다. 말의 부끄러움조차 지나치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다.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의사를 전하는 수화도 가능하다. 신체부위 중 만능인 것이 손가락이다. 신체 부위는 대부분 특정한 한 가지 기능만을 수행하도록 역할이 정해져 있지만 손가락은 모든 행위가 가능하다. 심지어 감정을 전하는데도 손가락을 사용한다. 손가락 모양으로 하트를 만들어 사랑을 전한다. 형이상학의 관념을 손가락의 형태로 보여준다. 손가락은 쥐고(grip) 살짝 잡는(hold) 동작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존재를 드러내는 조각칼이다. 대리석 바위 덩어리에서 비너스를 끄집어낼 수 있는 것도 예술가의 손가락에 끌과 망치가 들려있기에 가능하다.


인류 문명의 위대함을 이끌어낸 손가락에 경이를 표해야 한다. 일상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묵묵히 모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손가락에 감사해야 한다. 이제 계절도 바뀌고 있는데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크림도 발라주어야 한다. 손가락 깍지 끼고 걷는 연인의 뒷모습이 아름답고 예쁜 계절이 오고 있다. 손가락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정과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다. 찔리거나 상처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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