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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6. 2022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존재로써 존재를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선택에서 발원한다. 삶 자체가 선택이다. 살면서 선택하지 않고 일어나는 일이 있을까? 잠에서 깨는 것 정도? 알람을 맞추고 잠에서 깨는 것도 선택일 수 있지만 알람 시간 전에 눈이 떠지는 것은 의지로 선택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근원적으로 세상에 생명으로 오는 것도 본인의 의지와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긴 하다.


하지만 존재를 생각하고 생명을 생각하고 인과와 연속과 무한을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 중 하나의 실체로 등장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확률이지만 이 또한 거시적으로는 자연의 선택일 뿐이다. '너' '나'라는 실질적 경계를 구분 짓는 현상이다.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바보 같은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그냥 그렇게 어느 날 문득 우연찮게 그렇게 지구라는 행성에 그것도 대한민국 서울이라는 땅에 발을 디디고, 존재로서 생명으로 길게는 100년 가까이 숨을 쉬고 있을 뿐이다.


'선택'이라는 명제는 그만큼 엄밀하지만 애매함도 공존한다. 


90년대 초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오락 프로그램 코너에 '인생극장'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이휘재를 일약 스타로 만든 코너다. "그래! 결심했어"라는 대사와 함께 2가지 선택 상황에 따라 이야기가 달리 전개되는 상황극이었다. '결심했다'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했다는 거다. 어떤 것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관찰자의 선택'과 같다. 선택하는 순간, 존재가 드러나고 거기에 따라 무한대의 확률로 사건들이 달라붙어 전개된다. 어떤 일이 전개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작가의 상상만이 정답의 확률로 등장하고 시청자들의 상상이 오버랩되어 그날의 이야기 화젯거리로 회자될 뿐이다.


인생극장 BGM으로 편곡되었던 Boney M 의 "Felicidad"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xO0_7MxeADM


살면서 한 순간도 선택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삶의 방향을 좌우할 큰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식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버스를 탈 것인지 전철을 탈 것인지, 비가 올 듯 말 듯한데 우산을 가지고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등등 일상 자체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택은 예측의 행동 표상이다. 선택은 제어된 행동인 것이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했다는 것은 비교를 통해 좀 더 확실하고 우월할 것으로 예측된 것을 골랐다는 것이다. 선택을 함에 있어 불확실하고 모자라는 것을 고르지는 않는다. 선택이 곧 행동이기에 곧 이어질 다음 전개가 반드시 나에게 유리할 것이다라고 판단했기에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데는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상존한다. 선택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렇다고 선택하지 않은 길을 완전히 배제하고 버릴 수 있을까? 선택하지 않고 버린 사안에 따라 다르다. 선택하지 않았기에 미련과 동경과 그리움, 아쉬움의 세계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선택은 어렵고 신중해진다. 이 선택을 날카롭고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사람을 민첩하고 순발력 있고 명확하다고 한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선택하는 순간 결과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과 책임은 한 몸이다. 나의 선택과 결정이, 나의 현재를 만들고 구성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것은 순간순간의 선택을 시계열적으로 엮어낸 항상성에 있다.


나는 '나'이기 위해 정확하고 올바른 선택을 매 순간 하고 있는가? 주변과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고 그 안에서 존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가?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느라 지체하고 있지는 않는가? 무엇을 내 것으로 고르고 행동으로 이어나갈지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그래! 결심했어"를 되뇌고 실행에 옮기는 결단을 해야 한다. 무엇이 되었든 선택하고 결단하여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하지 않으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 도전하다 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선택의 길이 다시 등장한다. 선택의 연속, 시지프스의 신화 같은 모습일지라도 숙명이라 여겨야 한다. 삶 자체가 선택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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