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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07. 2022

갑상선암 수술, 8개월 경과 보고서

4년 전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갑상선에서 0.3mm 크기의 결절이 발견된 이래, 매년 진행 관찰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3일 결절의 크기가 0.6mm로 커져서 세침 조직검사를 한 결과 암으로 판정되어 적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후 수술 후 6개월이 경과되었던 지난 7월에 1차 경과 검사를 받았었습니다. 초음파 검사와 혈액, X-RAY 검사를 하고 한쪽 갑상선을 제거한 후에도 신체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수술 후 6개월 동안은 갑상선 호르몬제 0.075mg과 고용량 아연(50mg), 세레늄(0.20mg) 복합약을 함께 복용했습니다. 6개월 경과 검사 결과는 양호하여 당시 호르몬제 용량을 0.025mg으로 낮추고 아연과 세레늄 대신 종합비타민제와 비타민D로 대체하는 약 처방을 받고 2개월을 더 지켜보기로 했었는데 그날이 어제였습니다.


(갑상선암 수술 6개월 경과 검사 보고서 : https://brunch.co.kr/@jollylee/500 )


지난주에 병원을 방문하여 혈액검사를 미리 해 놓고 어제는 주치의를 만나 소견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어제 주치의 선생님 왈 "혈액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범위 내에 있다. 오늘부터 호르몬제 약을 끊어보도록 하겠다. 4개월이 지나면 수술한 지 1년이 되는데 그때까지 지켜본 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초음파 검사, 혈액, X-RAY 검사를 해서, 그때 결과 수치에 따라 호르몬제 복용을 아예 끊거나 다시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 종합비타민과 비타민 D는 계속 복용하라. 특히 비타민D 관리에 신경을 쓰시고 오늘 주사도 한 방 맞고 가시라"고 하십니다.


일단은 수술 후 8개월을 몸이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갑상선 두 쌍 중 한쪽을 제거한 이후로 신체의 변화에 대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조깅이나 골프를 할 때도 은근히 피로도를 체크합니다. 수술하기 전과 비교하여 확연히 눈에 띄는 신체의 변화는 없습니다. 수술 전에 비해 피로도가 약간 있는 느낌이긴 하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증상일 수도 있어 지켜보는 정도입니다.


결국은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방점이 찍힙니다. 몸 관리야 수술을 하던 안 하던 해야 하는 일반명사가 되어 있지만 수술을 한 당사자에게는 당장 눈앞의 현상입니다. 약간의 방심이 약해진 신체기능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계속 가져야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거지만 수술을 한 사람들에게는 이 관심을 평생 가져가야 하는 꼬리표를 붙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에게는 4개월의 신체 기능 체크 기간이 주어진 것과 같습니다. 보조적인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신체기능이 갑상선 수술 전과 동일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기간입니다. 갑상선 양쪽 엽이 모두 있을 때보다는 못하겠지만 왼쪽 갑상선이 두 배의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지켜보는 일입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야 별 문제없겠지만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어떤 특수한 상황이 닥쳤을 때도 신체기능 부스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수술 후에 확연히 다른 것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오면 몸이 미세하게 떨린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수술 전에는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한계치가 높았다면 수술 후에는 역치(閾値 ; 자극에 대한 반응에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가 현저히 낮아진 듯합니다. 수술의 결과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영향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수술이라는 행위를 거쳐온 몸의 반응이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갑상선암 제거 수술을 한 이후 가장 조심해서 지나야 할 구간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호르몬제를 먹지 않고 신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단계이기에 그렇습니다. 물론 앞으로의 4개월도 잘 건너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이듬의 노쇠와 처짐의 반사 작용이 수술 후 건강 상태의 변화에 대한 핑계로 작동하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술 권하지 않고 운동을 함께 해준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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