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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14. 2022

모닝 차 한잔 하시지요!

오늘도 아침 글을 쓰면서 차 한잔이 테이블 옆에 놓여 있습니다. 직업상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관계로 원치 않게 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잦습니다. 하루에 커피만 해도 서너 잔은 기본적으로 마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일부러 커피 마시는 횟수를 줄이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과 함께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 내려가면 무의식적으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합니다. 주스나 다른 음료를 주문할 수 있음에도 잘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 차나 커피를 마실 때는 일부러 횟수를 정해놓습니다. 저의 의지로 마시는 차와 커피는 아침에 딱 한잔으로만 말입니다. 블랙티와 블랙커피입니다. 블랙티는 아침 글을 쓰면서 한잔, 블랙커피는 오전에 여러 일들이 정리되고 나서 조금 여유가 있을 때 한잔 마십니다.


그중에서 블랙티는 요즘 TWG 나폴레옹 잎차를 마십니다. TWG(The Wellness Group) 차는 싱가포르에서 만드는 제품입니다. 예전에는 해외에 나갔을 때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선물용으로 샀었는데, 국내에도 작년부터 롯데백화점에 매장이 들어오고 TWG 차만 전문적으로 파는 호텔 찻집도 압구정 안다즈와 파라다이스시티에 생겼습니다. TWG 블랙티의 특징은 전통 홍차도 있고 보이차도 있지만 찻잎에 다양한 향을 덧입히기 위해 꽃잎 등을 브랜딩 한 제품이 많다는 것입니다. 종류가 무려 1,0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저는 티백으로 된 것보다는 잎차 그대로 담겨 있는 Saturn tin 제품을 선호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저는 프렌치 얼 그레이(French Earl Grey)와 나폴레옹(The Napoleon)이 좋습니다. 프렌치 얼 그레이는 시트러스 과일향과 수레국화 향이 브렌딩 된 홍차이고 나폴레옹은 홍차 베이스에 바닐라 향과 캐러멜 조각이 브렌딩 되어 달콤하고 부드럽습니다. 

오늘은 Saturn Tin에 담긴 나폴레옹 블랙티를 개봉했습니다. 마시던 차가 다 떨어져 가서, 최근에 명동에 갈 일이 있어 나갔다가 매장에 들러 샀습니다. 가격이 조금 셉니다. 100g Saturn Tin 제품이 56,000원 합니다. 그래도 아침마다 의례 하듯  습관처럼 마시게 되는 차이기에 기꺼이 지불하고 들고 왔습니다.


사실 차(茶)에 대한 선호는 개인 취향이라 어느 것이 더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입맛에 맞으면 그것이 최고입니다. 국내에도 인기 있는 다원들이 많아 녹차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저는 녹차보다는 찻잎을 발효한 블랙티를 더 좋아합니다. 녹차는 찻잎의 생명 그 자체를 마주할 수 있다고 한다면 블랙티는 그 자연의 생명에 시간의 인내를 덧입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녹차가 날 것 그대로라면 블랙티는 시간의 손길이 묻어 순화된 맛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녹차 잎과 블랙티 잎이 찻잔에서 풀어지는 과정을 지켜봐도 재미있습니다. 녹차 잎은 찻잔 속에서 따뜻한 물의 기운을 받으면 원래 자연의 원형으로 복원됩니다. 차나무에서 채취될 당시의 연초록 모습 그대로 돌아가며 연노랑 찻물을 풀어냅니다. 반면 블랙티는 발효 과정을 거쳐서 그런지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밖에 복원이 안되지만 물에 쏟아내는 색깔은 황금색으로 내어 놓습니다. 그리고 같이 브랜딩 되어 있는 다른 재료에 따라 향을 제각각 흩뿌립니다. 


입에 담긴 찻물의 맛은 사실 대동소이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코끝에 전해져 오는 차향은 모두 다릅니다. 맛과 향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차를 대면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마시고 있는 나폴레옹 블랙티는 지구 어느 지역에서 햇살과 이슬을 받고 자란 찻잎이었을까요? 달콤하게 전해오는 캐러멜 향은 또 어디서 땅의 기운을 담아냈던 것일까요? 차 한 잔 속에 지구의 땅과 식물과 그 자연이 만들어낸 향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혀와 코 끝으로 전해지는 차의 온기와 향은 바로 지구가 풀어낸 향연입니다. 차 한 잔으로 지구 생명의 역사를 둘러보고 몸으로 느껴봅니다. 그렇게 생명이 공존하고 공진화하는 과정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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