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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16. 2022

칭찬보다 거절의 말을 잘해야 한다

말을 한다는 것, 대화를 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뜻입니다.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해서 공감을 갖게 하거나 어떤 행동을 유도하기 위함이자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함입니다. 그래서 뜻을 모아 지향하는 바를 이루어내고자 함이며 동질성을 나누고자 함입니다.


그런데 말의 뉘앙스를 이해하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 온전한 의사전달이 안되거나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내가 말한 의도대로 상대방도 이해하고 알아들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전혀 엉뚱하게 받아들이고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런 상황이 일상생활의 언어 속에서 벌어지면 기분 상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으나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벌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사건으로 전개됩니다.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로의 대화를 다르게 받아들여 기분이 상하거나 업무가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을 부지기수로 접하고 보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기술적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통적 언어를 사용하는 상대방과 언어적 갈등과 혼선을 겪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기술적 언어를 쓰도록 훈련하고 조심스럽게 대화하도록 트레이닝을 시킵니다. 일상적 언어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오가는 대화에 담긴 실제 의미를 예를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월초)

ㅇ업체 을 : 김 부장님! 이번 달 요청 공문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공문 보냈으니 이번 달 업무 협조될 것으로 믿겠습니다)

ㅇ업체 갑 : 네 알겠습니다. 잘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공문은 받았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습니다)

(2-3주 지나서)

ㅇ업체 을 : 어떻게 업무는 진행되는 것으로 알아도 되겠지요?

                               (비용 청구해도 되겠지요?)

ㅇ업체 갑 :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아서 좀 더 기다리셔야 될 것 같습니다.

                               (진행이 어렵습니다)

(월말)

ㅇ업체 을 : 월말인데 결론을 내주셔야 저희도 비용 청구하고 업무 종료하고 할 텐데요? 결재 났겠지요?

                               (안되면 안 된다고 해줘야지. 왜 질질 끌어 기대하게 만들어~~)

ㅇ업체 갑 : 죄송합니다. 검토해 봤는데 이번 달에는 어려울 듯합니다.

                 다음에 저희 회사랑 맞는 행사가 있으면 같이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회사랑 관계없는 행사에 뻔뻔하게 지원해달라고 ~~ 택도 없다)


비즈니스 관계는 서로 윈윈 하는 관계여야 유지가 됩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본다면 관계 유지가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비즈니스 맨의 대화법에도 기술이 필요한데 특히나 거절해야 하는 대화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거절하는데 쉽고 빠르게 '안됩니다'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상대방 기분을 최대한 안 나쁘게 하면서 요청을 거절하는 대화기법을 사용하는데 상대방에서는 이것을 업무가 진행되는 쪽으로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시간 끌기로 받아들입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명쾌하게 거절 의사를 전하면 검토도 안 하고 회신한다는 둥, 인정머리가 없다는 둥, 너무 사무적이라는 둥 온갖 험담이 들려옵니다. 


비즈니스 상황에서는 정확한 의사 교환이 당연히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서로가 윈윈 되는 상황의 비즈니스 문제라면 구체적인 숫자에서부터 진행상황까지 세세하게 전달하여 문서 및 업무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맞춰나갈 것은 자명합니다. 그렇지만 한쪽에 일방적인 부탁이나 업무를 거절할 때는 더 정확히 의사 전달과 표현을 해야 함에도 두리뭉실하게 대화가 오고 가게 됩니다. 바로 상대방에게 거절의 부정적인 상황을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고자 하는 기법인데 이것이 오해의 불씨로 번집니다.


"잘 검토해 본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검토해본다고 했지. 업무 진행하자고 하지는 않지 않았습니까?"로 감정이 섞입니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래서 참으로 어렵고 미묘합니다. 정답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응을 잘해야 합니다. 아무리 훈련하고 경험이 많다고 해도 삐끗하고 감정이 상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것이 스트레스가 됩니다.


비즈니스 세계도 사람 관계입니다. 업무를 매개로 서로 윈윈 하는 세계입니다. 거래처 상대방의 대화법을 숙지하고 눈치채는 일은 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길입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만큼이나 대화의 기술은 언어의 뉘앙스를 빨리 눈치채는데서 나옵니다. 비즈니스맨에게는 대화에 있어서도 savoir faire 같은 고품격의 재치와 자신감을 겸비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현혹하는 게 아니고 설득할 수 있는 대화의 기술은 비즈니스맨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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