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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17. 2022

카카오톡을 위한 변명

지난 주말에 카카오톡 불통으로 불편이 많으셨나요?


온 언론에서 마치 전 국민이 멘붕에 빠진 듯이 보도를 했습니다. 저는 주말에 카톡 알람이 없으니 엄청 조용하고 편안하던데요. 저만 그랬나요?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에도 전 신문이 1면에서부터 서너 면은 할애하여 피해상황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하나 작동하지 않는다고 이렇게 난리를 칠 정도였나요? 카카오톡 가입자가 4,700만 명 정도라고 하니 온 국민이 가입하여 메신저와 관련 서비스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온 국민이 사용하던 휴대폰 기능 중에 하나가 망가졌으니 국민적 재앙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카카오톡 메신저를 우리는 무료로 쓰고 있었다는 겁니다. 회원으로 가입하고 개인정보를 넘겨주고 위치정보까지 주면서 이용했으니 공짜가 아닐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메신저를 쓰기 위해 이용자가 감수해야 하는 대가입니다. (Disclaimer : 글을 전개하기 전에 저는 카카오톡과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밝혀 둡니다. 이 글은 그저 개인의 사견이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며 혹시 주말에 엄청 불편을 겪고 화가 날 때까지 난 분들에게는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저렇게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정도로 일견해 주시고 노여움을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카카오톡을 통해 무료 서비스인 메신저와 카카오페이, 글 쓰는 브런치 정도만 사용하고 있어서 불편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


물론 메신저를 사용하기 위해 제공하는 개인정보가 타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무단 활용되는 것을 철저히 감시하고 감독해야 하며 위반 시에는 엄중히 책임을 묻는 것이 맞습니다. 또한 단순히 메신저 기능의 사용 이외에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여러 유료 서비스에 돈 주고 가입한 개인이나 업체에서는 당연히 주말의 불통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배상을 받아야 함은 합당합니다.


온 언론이 주말에 생 난리를 치는 이유는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국민들의 일상에 너무 깊이 파고들어 있습니다. 상처가 나는 줄 모르고 쓰고 있다가 갑자기 작동이 멈추니 마약중독자의 금단 현상처럼 불안해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거듭된 염려입니다. 유료 서비스로 카카오톡을 이용하시다 불편을 겪으신 분들에게는 이런 사견을 쓰고 있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다시 한번 되짚어 봅니다. 왜 메신저를 카카오톡 하나에만 의존해서 이렇게 생 난리를 칠까요? 메신저는 카카오톡 말고도 개인정보만 등록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 유명한 텔레그램도 있고 카카오톡의 경쟁사인 네이버의 LINE도 있고 메타의 메신저 채팅 기능도 있고 구글 채팅창도 있습니다. 누가 카카오톡에 가입하라고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가입해서 사용하다 불편하다고 불평을 합니다. 물론 이번 사태가 메신저 기능의 불통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불편하면 안 쓰면 됩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권리인 "안 쓸 권리"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왜 안될까요? 대부분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업도 이 점을 노리고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발하여 사람들을 붙잡아 놓으려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상술에 대부분 사람들이 당해서 코가 꿴 상태가 현재의 모습입니다.


제 주변에는 카카오톡을 안 쓰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안 등의 여러 이유를 대고 있긴 합니다만 그동안은 그런 사람들을 별종으로 생각했습니다. "뭐 굳이 그렇게까지!" "뭐 지가 대단하다고!" "안 보여 줄 개인정보라도 있으면!" 뭐 이런 비아냥이 상존했습니다. 그런데 주말의 카카오 대란을 보니 카카오톡을 안 쓰는 사람들이 현명해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기업들은 관련 업종에서 벌어질 비상상황에 대비한 Contingency Plan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카오톡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쪽으로 전환하여 보완하는 백업 루트를 반드시 가지고 있었을 텐데 그 단계에서까지 문제가 생겼거나 대비가 부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눈에 띄는 상황이 아니면 사전에 투자하고 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비를 한다고 해도 카카오 사태처럼 막다른 길에 몰리기도 합니다. 엉뚱한데 돈 쓰는 것 같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모험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준비를 하는 기업과 안 하는 기업은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판가름 납니다. 준비 안된 기업은 그 사건 한방으로 회사의 존폐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반드시 대안을 하나쯤은 생각하고 행동을 해야 합니다. 여러 시나리오를 감안하여 최적의 행동을 취하겠지만 반드시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는 판단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가 많기에 돌다리도 두르려 보고 건너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완벽을 기하느라 시간이 걸리면 안 됩니다. 교지 졸속(巧遲拙速 ; 완성도가 미흡하더라도 신속하게 하는 것이 낫다)이라 했습니다.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칠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판단의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두 경계의 사이를 예의 주시해야 함은 당연합니다.


카카오톡 메신저가 다시 기능을 발휘하고 '카톡 카톡'하고 알람을 울리고 있네요. 금단 증상을 풀고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카톡~~'으로 전해지는 안부에 힘입어, 쌀쌀해지는 환절기를 잘 버텨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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