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Oct 12. 2022

'숨은 감염자'는 좀비인가? 슈퍼 울트라 면역자인가?

아직도 코로나에 한 번도 안 걸리고 잘 피해 다니시는 분 계십니까?


저도 아직 코로나를 영접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백신도 8월에 4차 접종을 하고 '코로나에 안 걸릴 것이다'라고 최면을 걸고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에 아직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착각일 확률이 높습니다. 무증상으로 지나간 '숨은 감염자'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제까지 국내 코로나 총 확진자 숫자가 2,500만 명에 육박했으니 공식적으로 국민 절반 정도가 감염되었다는 뜻입니다. 전체 사망자는 28,000명 조금 넘어 치명률 0.11%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에다가 지난 9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표본 추출한 1만 명에 대한 코로나 항체 양성률 조사 자료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코로나에 걸리고도 확진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라고 합니다. 결국 국민 97% 이상이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저희 집 만해도 4 식구 중 아이 2명은 올해 봄가을에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검사소에서 PCR 검사를 했음에도 저는 묘하게 피해 갔습니다. 한 집에 살고 있는데도 누군 확진되고 누군 멀쩡합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갑상선 수술을 하느라 병원에 입원할 때도 PCR 검사를 하고 음성 기록지를 들고 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는 운이 좋게도 3년 가까이 코로나를 피해 다니고 있었던 겁니다.


코로나 19를 겁냈던 것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중증화율과 사망률이었습니다. 걸리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었습니다. 2주일에 달하는 격리로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데 모든 나라들이 주력했습니다. 아직도 중국은 감염자가 나타나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강경책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안 하면 점심시간에 식당에 가서 식사도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백신 접종 인증 QR코드를 찍어야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불과 몇 달 전 상황입니다. 코로나 확산의 근거들을 추적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부분적으로 봉쇄를 하는 전략을 펼쳐 나름대로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집단 감시체제의 가동이었습니다. 여러 부작용과 반론도 있었습니다만 대의를 위해 소의가 희생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상 그렇게 그렇게 넘어왔습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어쩔 수 없다"는 절박함을 지배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바이러스가 죽음의 위력에서 약화되어 엔데믹의 수준으로까지 약해졌습니다.

과거 페스트와 같이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었던 사례를 보면 보통 4~5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잠잠해지고 적응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도 거의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는 듯 보입니다. 과학기술과 백신 개발의 신속성으로 대처능력이 훨씬 빨라지긴 했지만 온 인류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에,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본도 어제부터 PCR 검사 없이 외국인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이제 중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라들이 코로나 빗장을 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이나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야외에서의 착용은 해제를 했습니다.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조차 사실 별 의미가 없을 듯하지만 가깝게 모여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 주의를 하자는 권고이기에 일견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경험을 근거로 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마스크 착용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바뀔 겁니다. 이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치료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바뀐다는 뜻입니다. 사회적 의료 시스템 안에서 계절 독감처럼 수용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주변에 확진되었던 사람들의 증상을 물어봐도 감기 몸살 정도의 상태이고 종합감기약 먹고 하루 이틀 지나니 괜찮아졌다고 합니다. 이제는 특별히 면역력이 약한 중장년층을 제외하고는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아직 코로나로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언제 또다시 변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긴장하고만 있을 수 도 없습니다. 코로나를 안고 가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죽음의 사신에서 건강을 경고하는 고지서 배달부의 역할로 배역을 바꾸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인류의 양면성을 지켜봤습니다. 가장 약한 것이 인간이고 슈퍼 울트라 초인도 인간입니다. 최소한 좀비가 되지 않기 위한 도약의 기지개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운동화 끈을 동여매시고 바깥바람 차갑지만 조깅하러 나가시지요.

작가의 이전글 그림을 보는 안목, 세상을 읽는 안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