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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14. 2022

주례 없는 결혼식이 대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챙겨야 하는 경조사들이 달라져가고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20~30대에는 친구들 결혼식장과 돌잔치 찾아다니는 것이 주종을 이루고 40대에 접어들면 친인척 조카들의 결혼식 참석이 많아진다. 그리고 50대에 접어들면 부모님 세대들의 부고 소식이 많아지다가 동갑내기 친구들의 자녀 결혼식 소식들로 대체되어간다. 세상사는 일이 사건들의 중첩으로 만들어지는 현상이라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고 그런 범위 내에서 굴러가는 것 같다.


나도 이번 달에만 가까운 친구 및 지인들의 자녀 결혼식이 4건이나 잡혀있고 치러졌다. 주말을 계속 결혼식 참석으로 보내다 보니 요즘 치러지는 결혼식의 풍속도를 보게 된다. 굳이 '나 때는 말이야~~'라는 꼰대의 발상이 아니더라도 세대를 한 세대 넘어오면서 결혼식 행사에 대한 생각들이 급격히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거창하고 성대하게"에서 "더 작고 더 특별하고 더 세련되게"로 결혼식의 개념이 바뀌었다. 럭셔리 호텔 결혼식에 초점을 맞춘 경우도 간혹 보긴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의 현명함과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랄 정도다. 이것은 결혼식이 양가 부모 입장에서 치러지던 행사에서 결혼 당사자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결혼과 관련된 행사 중에서 예전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치르지 않는 것들도 있다. '함진아비'와 '폐백' 그리고 '주례'다. 함진아비와 폐백은 양가 집안의 일이라 하객으로 참석하게 되는 결혼식장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나, 요즘은 거의 안 하는 행사가 되어버린 듯하다. 결혼식장에서 폐백을 하는 경우도 근래에는 거의 보지 못했다. 


심지어 주례자 없이 치르는 결혼식이 대부분이다. 최근에 다녀온 결혼식 중에도 주례자가 있는 결혼식은 하나도 없었다. 예전에는 학교 은사님이나 종교 성직자들을 주로 주례로 세웠고 간혹 잘 나가는 정치인들도 단골 주례로 등장해 집안의 가세를 자랑질하는 용도로 활용되기도 했다. 가까운 사람 중에 주례를 세울만한 사람이 없으면 예식장과 연계된'직업 주례사'를 쓰기도 했다. 주례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으로까지 있을 정도면 결혼식에 없어서는 안 될 절차 중 하나로 주례사를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결혼식 의례가 실속 앞에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상투적인 주례의 언변에 귀 기울이는 하객 없고 결혼 당사자들도 전혀 안면 없는 인물이 온갖 좋은 주례사를 늘어놓은들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이다. 요즘은 양가 부모님들이 나와서 자녀들에게 덕담을 전하는 것으로 주례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당사자들에게도 그렇고 하객들에게도 훨씬 가슴에 와닿는 주례사가 아닐 수 없다. 성혼선언문과 함께 결혼 당사자들이 배우자에게 전하는 다짐의 약속이 훨씬 신선하다.


요즘은 아예 결혼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하듯이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신부가 춤을 추며 입장을 하는가 하면 신랑 신부가 친구들과 뮤지컬 하듯이 노래도 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엄숙함이 지배하는 결혼식장보다는 그렇다고 가볍지 않고 즐거움도 함께 있는 그런 시간으로 감성을 버무리는 발랄함이 있다. 검이불누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의 미덕을 결혼식에도 끌고 들어온 신세대들의 발상이 아름답다.


마지못해 참석하고 마지못해 축의금을 내고 마지못해 식사를 하느라 앉아있다가 나오는 '마지못해 결혼식'의 모습이 아니고 기꺼이 가서 기꺼이 축하해주고 예상치 않은 결혼식 장면에 즐거워할 수 있다면 잘 치른 결혼식이라 할 수 있다. 품앗이하듯 의례적으로 해왔다면 마음의 부담일 테고 돈봉투의 짐일 테지만 결혼식장을 나서는 하객들의 손에 테이블에 놓였던 생화들이 작은 꽃다발로 다시 전해지는 모습은 꽃향기 가득한 축복의 시간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의 연속일 게다. 만추의 아름다운 계절에 예쁜 모습으로 새 출발 하는 모든 청년들에게서 희망과 밝음을 본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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