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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21. 2022

나는 시간의 주인인가?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생물학자들이 말하는 "섭식, 물질대사, 배설, 호흡, 이동, 성장, 생식,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수행하는 어떤 것"으로 정의를 내리면 살아있는 것이 될까? 생명의 범위를 좀 더 줄여서 호모 사피엔스로 한정한다면, 숨 쉬고 움직이고 먹고 마시고 자고 생각하는 행위를 지금 이 시간하고 있으면 '살아있다'라고 표현해도 무관할 것인가?


인류의 수많은 선지자들이 고민하고 개념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확실히 '이거다'라고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생명이다. 아직까지 우주에서 유일하게 지구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생명이기에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정의의 척도와 수준과 경계에 따라 천차만별의 해석이 있기에 한마디로 말하기가 애매하다.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을 수 있고 맞는 것이 틀릴 수 있고 틀린 것이 맞을 수 도 있다. 항상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에서는 맞지만 보편적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살아있다는 생명현상을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이유다.


인간의 범위에서 생명현상은 생로병사의 과정으로, 시간축 위에 놓여있다. 인간 생명의 최대 변수가 바로 시간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모든 신체의 기능이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로 접어들고 퇴색한다. 지금까지는 예외가 없는 현상으로 읽혔다. 이 물리적 현상을 생명 현상의 기반으로 보았고 이 시각을 바탕으로 사회가 형성되어 왔다. 


살아있음은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변하여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시간축 위에 금을 그어놓고 나이로 명명하거나 화양연화를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다 변하지 않고 멈추어 있으면 죽음이라고 한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단계다.


결국 시간이 생명의 최대 변수다.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느냐가 생명을 규정한다.

나는 지금 나의 시간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내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내 시간에 맞게 주어진 일들을 만나고 해결해 나가고 있는가? 내가 지나온 시간에 맞게 먹고 마시고 있는지조차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는가? 내 시간의 흐름을 들여본 적이 있는가 말이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자신의 시간을 들여보는 것이 쉽지 않다. 변하지 않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하던 대로 하면 그냥 그냥 살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에너지가 드는 일이기에 지금까지 그런대로 살아왔으면 그냥 사는 게 더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주장한 유한계급(有閑階級 ; Leisure Class)이 기존의 시간에 잘 적응하고 주도하여 굳이 환경과 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기에 보수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명에서 시간을 빼고 설명하면 맞지 않는 편차가 무수히 발생한다. 틀린 것이 아니고 적용이 안 되는 다른 현상들이 등장한다. 현대 의학이 발달하여 의약품도 좋은 것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개개인 사람들의 신체 조건에 따라 심지어 사는 지역에 따라 환경에 적응한 조건에 따라 그 효능이 제각각 반응한다. 여기에도 바로 시간이라는 변수가 개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우리는 보통 시간이 단순하게, 기본적으로 어디서든 동일하게, 세상 모든 사람의 무관심 속에 과거에서 미래로, 시계가 측정한 대로 똑같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주의 사건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순서대로 벌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는 정해졌고 미래는 열려 있고... 하지만 이 모두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의 특징적인 양상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시각이 만든 오류와 근사치들의 결과물이다. ~~ 그러나 인간의 지식이 성장하면서 시간에 대한 개념은 서서히 베일을 벗게 되었다. 우리가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구조들, 즉 층들이 복잡하게 모인 것이다. 점점 더 깊이 연구가 진행되면서 시간은 이 층을 하나둘씩 한 조각 한 조각 잃어왔다"라고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사에 있어서 시간은 삶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임에 틀림없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격'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품격으로 작동한다. 시간에 맞는 품격은 나이에 따라 내어놓는 향기를 말한다. 시간의 흐름에 적당한 삶의 향기를 내어놓을 수 있어야 '살아 있는' 삶을 잘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길이다. 살아있음을 느낀다면 지금 이 시간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지나온 시간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인지, 자연이 내게 준 시간을 헛되이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다잡아보자. 시간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치도 함부로 흘려보낼 수 없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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