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Nov 29. 2022

勇者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天將降大任於斯人也(천장강대임어사인야) 必先勞其心志(필선노기심지) 苦其筋骨(고기근골) 餓其體膚(아기체부) 窮乏其身行(궁핍기신행) 拂亂其所爲(불란기소위) 是故動心忍性(시고동심인성) 增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맹자(孟子) 고자장(告子章)]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뼈마디가 꺾어지는 고난을 당하게 하며 몸을 굶주리게 하고 생활은 빈궁에 빠뜨려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한다. 그 이유는 마음을 두들겨 참을성을 길러주어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어떤 사명도 감당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지난밤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나와의 경기를 보고 든 생각이다. 세상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고 더구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잘 싸웠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 됐다. 운이 없었다고 심판이 편파적이었다고 핑계를 대진 말자. 쫌스럽다. 이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때가 돼서 또다시 좌절할지라도 부딪쳐야 한다. 그래야 그때까지 희망을 가질 수 있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싸울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16강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제 최강이자 같은 조 1위인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기는 수밖에 없다.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민족이 한민족이던가? 2002년 월드컵에서도 포르투갈을 이겼던 전적이 있다. 배수진을 치고 맞선다면 못 넘을 벽은 아니라는 소리다. 


"인자불우(仁者不憂), 지자불혹(知者不惑), 용자불구(勇者不懼) = 인자(仁者)는 근심치 아니하고 지자(知者)는 의혹치 아니하고 용자(勇者)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 30장]


최선의 방책은 두려움에 맞서는 일이다. 싸우기도 전에 기죽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당당한 자신감. 대한민국의 신세대들이 갖추고 있는 덕목이자 경쟁력이다. 때가 되면 활화산처럼 일어나 온 대지를 불사를 것 같은 기개를 보여주었다. 위기에 강했던 저력을 다시 보여줄 결전의 시간을 위해 칼을 갈고 날을 벼러야할 시간만 있을 뿐이다.

경쟁에서는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의 역할이 중요하다. 위험한 상황에서 먼저 도전하는 용기를 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여 동기를 유발하는 선구자가 필요하다. 시장경제에서의 퍼스트 펭귄은 한 명이어도 되지만 운동장이라는 공간에서는 퍼스트 펭귄이 한 명만 있어서는 안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임무를 다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운동장을 뛰는 선수들은 모두가 퍼스트 펭귄이어야 한다. 내가 힘이 들어 조금 덜 뛰면 반드시 동료가 더 뛰어야 하는 게 운동장의 철칙이다. 내가 요령을 피우면 평평했던 운동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무서우리만큼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전쟁터가 운동장이다.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결과는 두 가지밖에 없다. 이기든 지든. 비긴다는 것은 결과를 잠시 유보하는 행위다. 운동경기에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시간 내에 결과가 확실하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겼을 때의 희열을 경험하고 나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 결과는 항상 50%이니 최적의 투자조건이다. 그것도 내가 힘들여 뛰지 않고 간접 경험으로 달성할 수 있다니 최고의 조건이다. 스포츠 중계의 마법이다. 그래서 과거 권력자들은 정치에서 시선을 돌리고자 3S(Sports, Sex, Screen)중 하나로 스포츠를 상업용으로 활용하여 프로리그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스포츠는 마약과 도박의 도파민 중독과 같다. 다만 축구 경기는 전후반 90분 내에 승부가 결정되지만 마약과 도박은 즉각적이다. 시간차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즉각적인 마약이나 도박에 쉽게 빠지는 것이다. 이제 온 국민을 건전한 중독에 취하게 할 시간을 이번 주 한 주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포르투갈의 벽을 넘어 중독의 희열을 일주일 더 연장하고 8강까지 가는 이변을 계속 연출하여 중독의 마법에 취하게 할 것인지는 대표팀의 체력과 정신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한 모습만으로도 쫄깃쫄깃한 흥분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넘을 수 없는 벽은 없고 부서지지 않는 벽도 없다. 아쉬움이 클수록 자신감을 강화시키고 정신력을 무장하는 밑그림으로 삼으면 된다. 대한민국의 신화는 축구장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힘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월드컵과 AI 심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