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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02. 2022

근력운동에 172만 원을 투자하다

12월도 되고 하여 동계훈련에 들어가고자 동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했습니다. 가입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아파트 문에 스카치테잎으로 붙인 찌라지에 적힌 피트니스센터의 파격적 할인 가격을 보고 찾긴 했습니다. 가격 후려치기가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 갔습니다. 뭔가 절실한 게 있다는 겁니다.


회원가입비는 찌라지에 적힌 대로 3개월 기본인데 한 달 더 사용할 수 있게 하여 4개월에 19만 원입니다. 트레이너한테 PT를 받을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말이 개인 PT 지 사실 피트니스센터에 비치된 기구 사용법을 알려주는 정도일 겁니다. 그래도 한 달에 5만 원 수준이니 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시설 사용료 19만 원은 미끼이고 트레이너들에게 개인 PT를 받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 달에 10번, 3개월에 30번 개인 PT를 매번 30분 정도 받는 비용이 153만 원입니다. 합치면 4개월에 172만 원입니다. 그래도 망설임 없이 신청을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나이 60에 꽃피는 춘사월이 오면 우락부락 튀어나온 근육 자랑을 하고 싶어서 일까요? 내심 그런 속셈도 있긴 하겠지만 그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일 뿐입니다. 제가 피트니스센터를 찾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최근에 체중이 70Kg을 넘어서고 있는데 대한 충격이 제일 컸고 두 번째는 해가 바뀔 때마다 골프 비거리가 10m씩 줄어드는 현상을 만회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체중이 조금씩 조금씩 늘고 있는 현상은 매일 아침 샤워 후에 올라서는 체중계의 숫자가 지난 7월 중순부터 70kg을 넘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 올라선 무게는 71.6kg입니다. 제 평생 몸무게에서 앞자리에 7자를 그리고 5개월째 내려가지 않은 것이 처음입니다. 골프 스코어라면 좋아라 하겠지만 체중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저에게는 충격적인 숫자로 다가옵니다. 키 173cm에 체중 71kg는 과체중은 아니라고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으나 늘어나는 추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것입니다.


사실 딱 1년 전인 지난해 12월 4일 갑상선암으로 인해 오른쪽 갑상선을 적출해서 왼쪽 반쪽만 가지고 있습니다. 갑상선 절반만으로 예전 호르몬의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수술한 이후로 갑상선 호르몬제 0.075mg을 6개월 동안 복용하고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는데 잘 버티고 있었던 지라, 호르몬제 복용량을 0.025mg으로 줄여서 2개월을 먹고 지난 9월, 3번째 검사를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잘 이겨내고 있었던지라 주치의께서 4개월간 호르몬제를 끊어보자고 하셔서 지금 임상시험 중입니다. 호르몬제를 끊은 지 4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이달 말 4번째 검사를 하여 적응 상태를 살펴보고 괜찮다 싶으면 호르몬제 복용을 아예 중단하고 버티는 것이 힘들다 싶으면 호르몬제를 다시 복용하는 것으로 할 예정입니다.


저는 갑상선을 절반 적출한 관계로 갑상선 호르몬 저하증의 증상을 겪고 있어야 합니다. 그 증상 중 하나가 체중 증가로 보입니다. 갑상선 호르몬 저하증은 많이 피곤하다고도 하는데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체중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외에는 다른 증상은 전혀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근력운동으로 체중을 줄여보고자 피트니스센터를 찾은 것입니다.

사실 평소에도 나름대로 운동은 하는 편입니다. 매일 뛰지는 못하지만 10km씩 조깅을 1시간 10분 정도씩 했고 밖에 나가지 못할 때에는 거실에 요가매트 깔고 팔 굽혀 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20개씩 5세트 정도는 했습니다. 저녁식사 약속이 없어 집에 일찍 오는 날은 골프연습장에도 내려가 스윙 감각 유지를  해왔고요. 


그런데 이 정도의 루틴 가지고는 줄어든 호르몬과 근력 약화로 현상 유지를 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운동 강도를 높여 체중 조절을 하는 방법밖에는 다른 수단이 없습니다. 물론 식단 조절도 함께 병행되어야 함은 자명합니다. 특히나 뱃살 빵빵하게 튀어나온 똥배는 식단을 조절하여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똥배를 운동으로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특히나 걸어서 체중을 줄일 수는 있겠으나 걷는 행위는 단순히 그날 먹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끼 식사 열량이 보통 1,500칼로리 정도 될 텐데 이 정도 열량을 걷기로 소비하려면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아시죠? 적어도 2만 보, 15Km 이상 이상을 걸어야 합니다. 한 끼 식사 열량 소모에도 그 정도입니다. 걷기만 해서는 근육의 근력 향상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식단은 일단 지금 현상을 유지하려 합니다. 하루 두 끼 먹는 패턴이고 먹는 양에도 집착하는 편이 아니라 크게 문제없을 듯합니다. 물론 당근 상추 브로콜리를 비롯한 샐러드 위주의 채소 섭취량을 늘리고 지방이 많은 삼겹살보다는 닭가슴살과 같은 단백질을 먹는 것으로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는 근력 향상 운동 위주의 웨이트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예정입니다. 어제 트레이너 배정을 받고 첫인사를 했습니다. 기초 체력 테스트와 인바디 체크를 하고 상하체 근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도구 사용법을 통해 내 근력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트레이너가 빈말이긴 하겠지만 "지금 연세에 그 정도 체력조건을 가지고 계신 것만도 보통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등록한 3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 위축된 근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적인 멘트도 합니다.


그렇게 총 4개월의 동계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실내에서 땀 흘리다 보면 근력도 향상되고 체중도 줄어들어 갑상선 호르몬의 추가적인 도움 없이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덤으로 꽃피는 4월에는 빵빵한 가슴 근육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가벼운 흥분도 있고, 초록 초록 올라오는 잔디에서 비거리 250M의 장타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꽃피는 춘 4월도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올 겁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자기 돌봄은 운동이 되었든 공부가 되었든 일단 들이대고 나서보고 끈기있게 지속하는 것입니다. 자기 돌봄이 잘 되어야 가족의 버팀목이 되고 주변에도 선한 영향력과 힘을 줄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얼마나 자기 돌봄에 신경을 쓰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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