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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05. 2022

전사가 갑옷 끈을 조이듯, 옷을 입어라

오늘은 어떤 옷차림으로 출근을 준비하시고 나오셨나요? 바깥 기온이 영하 6도를 가리키고 있으니 두툼한 방한용 외투를 덧입으셨나요? 그리고 신발은 옷에 맞추어 어떤 색의 구두를 신으셨나요? 아니면 로퍼나 스니커즈를 신으셨나요? 찬바람을 막기 위해 캐시미어 목도리도 하고 나오셨나요?


이 아침 옷차림과 신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몸에 무엇을 걸치느냐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대기업에서도 양복 정장을 입기보다는 비즈니스 캐주얼 옷을 입고 다니다 보니 넥타이 매고 출근하는 사람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사무직 직장인들을 '넥타이 부대'라고 부르던 민주화운동 시절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제는 넥타이를 맨다는 행위가 특별한 행사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표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회사의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경조사를 가기 위한 옷차림의 일환으로 말입니다.


바로 옷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은 TPO(Time, Place, Occasion) 원칙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옷차림도 '관계의 미학'입니다. 예식에 참석할 때는 정장을, 운동을 할 때는 운동복을 착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리 멋진 옷이라고 해도 TPO에 맞지 않으면 옷의 효과를 상실하게 됩니다. 투 피스 비키니가 아무리 예뻐도 이걸 입고 시내를 활보하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겁니다. 비키니를 입을 곳은 태양빛 작렬하는 해변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사장을 갈 것인지,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옷차림은 달라지는 게 맞습니다. 요즘은 행사 초대장에 드레스코드가 적혀 있는 걸 보기가 드물어지긴 했습니다. 다들 미리 행사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 분위기에 맞게 옷차림도 맞춰 입고 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간혹 격식 있는 행사장에 완전 캐주얼 차림에 운동화 신고 오는 사람도 보게 됩니다. 이런 행위는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 측에 대해 무뢰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옷차림이 갖는 '관계성'외에도 '편리성'이 주는 편안함이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아침에 옷차림을 결정하는 요소는 보통 그날 날씨와 행사 여부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의 유형에 따라 정해집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명 날씨일 겁니다.

옷이 정해지면 부수적인 액세서리들도 따라서 정해집니다. 신발을 맞춰야 하고 시계를 차야할지도 결정하게 됩니다. 특히 신발은 옷차림에 반드시 맞춰 신어야 합니다.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으면 이것만큼 우습게 보이는 형상도 없습니다.


이렇게 선택한 옷을 다 갖춰 입고 거울 앞에 서면 어떤 자신감이 충만해집니다. 오늘 하루도 도전해볼 만한 시간들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겉치레일 수 도 있으나 옷차림과 신발은 감정과 연결되어 하루의 심상을 좌우하는 도구로 환생을 합니다. 옷은 날개라고 비아냥거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옷은 자기의 표현입니다. 나의 현재 상태를 드러내 보여주는 표상입니다. 옷 입은 것만 봐도 옷 안의 사람이 어떤 마음 상태인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를 MBTI 맞추듯이 대강은 알 수 있습니다. 옷 입는데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비싼 유명 브랜드로 치장을 하여 겉모습을 위장한다고 해서 옷 안의 존재까지도 감출 수는 없습니다. 겉모습과 안의 내공이 같아야 비로소 옷이 가치를 발휘하는 겁니다. 옷 입는 것도 개인 취향이라고 치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개인 취향이 옷을 통해 자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서로의 정보에 대해 전혀 없는 관계라면, 옷차림은 상대를 읽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그만큼 옷 입는 것은 중요한 정보제공 수단입니다.


신으면 편한 신발이 있고 입으면 편안한 옷이 있습니다. 편하다는 것은 나의 체형에 딱 맞는다는 겁니다. 이는 바로 자기를 표현하는 가장 최적의 도구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편하면 자주 신고 자주 입게 됩니다. 그 모습은 곧 자기를 보여주는 행위로 타인의 눈에 보이게 되고 그 결과는 위상으로 남게 됩니다.


그저 추우니까 이것저것 껴입고 추위를 막을 수 있으면 최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것은 사회의 관계를 이어가고 나를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또한 옷을 입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하루를 다잡는 의식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전사가 갑옷을 챙겨 입을때 그냥 설렁설렁 입지 않습니다.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갑옷의 끈을 조여 맵니다. 이처럼 '옷을 입는다'는 것은 전사의 신념으로 예를 갖추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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