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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Dec 28. 2022

그대 계셔서 고맙고 감사한 한 해였습니다

2022년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송구영신(送舊迎新)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회사도 내일부터 전체적으로 연말휴가에 들어갑니다. 그래봐야 나흘 연휴입니다만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그만큼 회사들이 처한 경제상황이 녹녹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말일도 되기 전에 회사가 전체 휴가에 들어간다는 것은 종무식도 안 한다는 겁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말일날 오후 2시 정도 되면 회사 전체적으로 모여 한해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종무식 행사를 했는데 말입니다. 무언가 끝맺음을 해야, 하나가 정리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런 마무리가 없다는 것은 뭔가 찝찝함의 여운이 남게 됩니다.


오늘도 아마 각자 퇴근시간에 부서 직원들에게 "올 한 해 수고했고 내년에도 파이팅!"정도 외치고 악수 한 번씩하고 헤어질 겁니다. 퇴근시간도 유연근무제로 각자 다르니 오후 내내 악수하다 업무종료할 듯합니다. 세상이 변한 것일까요? 세태가 변한 것일까요? 기업이 처한 상황이 점점 미궁으로 빠져가는 가운데에 있어 혼돈의 시간이어서 그런가요? 한 해의 끝자락에 와있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은 모양 샙니다. 코로나의 터널 속에 갇혀 있어 벌어지는 현상일 거라 핑계를 붙여봅니다.


그래도 예년에는, 연말이 되면 한해 결산을 마무리하고 책상정리도 하곤 했습니다. 요즘이야 회사업무 대부분이 전자결재 시스템이라 책상에 쌓이는 서류들이 거의 없어서 이메일함을 정리하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만 근래에는 이 메일함 정리하는 것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계로 이메일로 들어오는 용량정도는 거의 무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없어진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달력입니다. 예년에는 벽걸이용과 탁상용 달력을 판촉용으로 정말 많이 만들었습니다. 항공사 달력은 해외 유명 관광지 사진이 시원하게 있는 관계로 인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벽걸이용 달력 제작을 하지 않더니 급기야 코로나 위기가 닥치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달력을 아예 만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 책상에도 다른 기업의 탁상용 달력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정말 달력 달라고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두 다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디지털이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라고 해도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병행해야 안심이 되는 게 우리 같은 꼰대들이 세상에 적응하는 일일 겁니다. 휴대폰 속으로 들어온 달력과 다이어리에도 일정을 적고 책상 위 달력에도 같이 일정을 적어 이중으로 관리하고 체크해야 혹시 잊거나 잘못 알고 있는 일정들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듀얼체크하는 방법으로 책상 위 달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억력 떨어지고 손 떨리고 눈이 가물가물해지는 꼰대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방편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책상 위 달력을 2023년 것으로 바꾸고 새 달력에 식구들 생일 날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표시를 해둡니다. 혹시나 생일을 잊고 지나가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내년에는 공휴일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합니다. 직장인들이 가장 고대하고 기다리는 휴가를 대충 언제쯤으로 할 것인지를 곁눈질하는 처음의 설렘이 달력을 넘기며 작동됩니다. 

그래도 지나온 한 해에 대한 회상보다는 다가올 새해에 대한 기대가 더 큼을 눈치챕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의미가 있을 테지만 이미 지나갔습니다. 쌓여서 미래의 길을 여는데 활용되겠지만  그 활용의 방법은 나의 내년에 달려 있습니다. 중요함의 비중이 과거 현재 미래에서 지나온 과거는 가장 낮게 작동한다는 겁니다. 


갈무리한다고 해서 잘 접어서 세월의 서고에 넣어놓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고 잘한 일, 못한 일, 아쉬웠던 일, 즐거운 일, 슬펐던 일, 가슴 아팠던 일 등을 떠올려 재생해 보는 일입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하여 미래를 보고자 하는 일이 갈무리하는 일입니다. 새것을 맞을 때 좀 더 잘 예측하고 잘 대처하고 잘 대응하기 위해섭니다. 


그렇다면 염정자수(恬靜自守 ; 고요한 가운데 자신을 지켜라)하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에 할 일들을 하나씩 그림을 그려볼 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 있는지, 반드시 다가올 노정된 일들이 있다면 어떻게 잘 꾸려갈 것인지 예상해 봅니다. 예측을 해보고 전망을 해본다는 것은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을 힘이 됩니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자라 했습니다. 아무리 어렵다고 엄살떨듯 내년 경기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고 버텨내야 하는 게 삶입니다. 찌그러들어 살 것인지? 가슴 펴고 당당히 맞서 나갈 것인지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에 달려 있습니다. 


고요히 돌아보면 잘 살아왔고 잘 버텨낸 한 해였습니다. 그대가 계셔서 지나올 수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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