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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02. 2023

계획, 다짐, 시작

2023년 첫 시작입니다. 좋은 일 있으라고, 건강 챙기라고 덕담으로 시작하는 날입니다. 아침 회사 로비를 들어서는데 보안 담당직원들의 우렁찬 인사소리가 힘차게 들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분 좋은 새해인사이자 아침인사입니다. 모두들 복 받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새해를 맞아 어떤 계획들을 세우셨나요? 회사 업무로 세우는 올해의 계획을 떠나서 개인적, 가정적으로 올해에는 해내야 하고 해보고 싶은 일들을 떠올려보셨나요? 누구나 매년 연초가 되면 올 한 해에 대한 대강의 그림들을 그려보게 됩니다. 계획을 한다는 것은 기대입니다. 무언가 해내고 싶은 욕망입니다. 앞으로 가고 싶은 열망이 생기고 노력을 하게 합니다. 1년 계획은 1년을 살게 하고 10년 계획은 10년을 살게 합니다. 비록 작심삼일로 흐지부지된다고 해도 시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천을 하고, 실천을 해야 무언가 하나라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연초에는 이것저것 계획들을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을 수도 있고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을 수 도 있습니다. 하나하나 적어볼 일입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계획이 아니고 종이에 써보는 겁니다. 쓴다는 것은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머릿속의 생각은 잡념에 흔들려 바로 잊히지만 종이에 써놓으면 각인이 됩니다. 며칠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종이 위의 계획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종이를 책상 위에 붙여놓거나 벽에 붙여놓으면 결심으로 바뀌게 됩니다. "차카게 살자"도 좋고 "체중 3kg 줄이자"도 좋고 "담배 끊자"도 좋고 "국내 섬 3개 이상 여행해 보기"도 좋습니다. 가장 하기 힘든 게 결심하는 것이고, 결심을 실천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힘듦을 채찍질하는 방편이 써놓는 일입니다.


며칠 지나서 종이를 찢어 흔적을 없앨 수 도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무언가 양심이 꺼림칙할 겁니다. 찝찝해서라도, 무언가 뒷골을 당기는 기운이 작동하는 것 같은 섬찟함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적혀 있는 것을 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겁니다. 스페인어 학원이나 헬스클럽에 등록을 하던, 백화점에 조깅화를 사러 가던, 라틴댄스 동호회를 검색해 보던, 이탈리아 돌로미테 산장의 숙박가능 여부를 알아보던, 무언가 실천을 위한 작업들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실천의 첫걸음입니다.


이렇게 계획은 어쩔 수 없이 하게 하는 힘의 단초로 작동합니다. 해볼 것인지 동작을 하기 전에 반드시 계획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예측머신이기에 그렇습니다. 감각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종합을 하고 행동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합니다. 계획은 오감의 총합에서 나오는 결론입니다.

사실 무언가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인 사람도 있을 겁니다. 당장 먹고살기 바쁘고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 매몰되어 있으면 해가 바뀌는 것에 아무 의미를 부여할 수 없습니다. 흐르는 물에 칼로 금을 그어놓고 구역을 구분하는 어리석은 짓이 될지언정,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 뜬 태양이 어제 떴던 태양과 다르지 않고 내일 뜰 태양과 또 다르지 않을 겁니다. 태양에서 융합되는 수소가스가 헬륨으로 변환되는 물리적 변화량이 있겠지만 100년 정도밖에 안 되는 한 인간의 시간으로는 무시해도 됩니다. 우주역사 138억 년, 지구역사 46억 년을 선으로 그어놓고 인간의 역사를 그어보려고 하면 점을 찍을 수 조차 없는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개인별로는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들이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지구의 역사 46억 년도 중요하겠지만 개인의 삶에서는 중요의 빈도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개인에게는 지금 주어진 현실,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이 더 중요하고 전철이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더 필요하며 모닝커피의 향이 더 감미로운 게 중요합니다.


오늘은 2023년, 1년이라는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시간입니다. 어제 하루 차분히 머릿속으로 계획을 하나씩 세워봤다면 오늘은 하나씩 써볼 일입니다. 실천을 다짐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공표해서 게시판에 'WANTED' 수배자 명단을 붙이듯 알려야 합니다. 혼자만 간직하고 있다가 내팽개쳐버리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그래야 올해의 마지막날 무언가 하나라도 손에 쥔 결과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WANTED' 명단을 공개합니다. "1. 수필집 1권 더 내기 2. 홍보 관련 책 1권 쓰기 3. 결혼 30주년 기념 뉴욕가족여행 가기 4. 체중 70Kg 안 넘기기 5. 자연과학공부 계속하기"입니다. 책을 쓰는 일은 긴 호흡이 필요하긴 합니다. 1년 스케줄로 해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일단 계획을 하고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기획을 준비합니다. 해외여행도 해볼만큼 했습니다만 코로나로 3년간 못 갔던 여행을 다시 시작해볼 요량입니다. 특히나 올해는 결혼 30주년이 됩니다. 가족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남겨두었던 뉴욕을 올해는 가보려고 합니다. 체중 조절과 같이 일상의 루틴으로도 해낼 수 있는 것도 목표에 넣었습니다. 갑상선 절반을 적출한 상태로 호르몬제 복용을 끊을 정도로 관리를 하고 있긴 합니다만 체중이 살살 늘고 있는 것을 눈치챈 터라 연말부터 동네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하고 체중이 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적어놓고 공표해 놓으니 각오를 다시 다지게 됩니다.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는 확신도 갖게 됩니다. 도전해보고 실천해 보겠습니다. 뭔들 못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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