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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30. 2023

영상의 기온에 동사(凍死)했다고?

어제저녁뉴스에 "대만에 북극 한파가 덮쳐 146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대만에 북극 한파라고? 지난주 서울기온 영하 19도 추위가 대만으로 내려갔나?" 그런데 기온이 "영상 6도"란다. 영상 6도에 1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고?


사실 대만에서의 겨울철 추위로 인한 사망자 소식은 처음이 아니다. 근래에도 2018년 겨울에, 영상 6-7도에 134명이 사망했고 2021년에도 영상 4-5도에 12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영하의 혹한에서 얼어 죽는 동사자는 아닐지라도 영상의 기온이라고는 해도 급격한 기온하락으로 인한 저체온증, 심정지 상태로 볼 때 동일한 사망원인으로 볼 수 있다.


영상 6도 정도면 우리 한반도의 기온으로 치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들기 전 기온이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쌀쌀함의 정도가 그래도 좀 있을 정도의 기온이긴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죽을 정도는 아니다고 무시하고 마는 수준이다. 기온이라 함은 사실 상대적이라, 바로 전날의 기온이 어땠느냐가 관건이다. 갑자기 온도 편차가 10도 이상 나면 영상의 기온이지만 엄청난 추위와 더위를 느끼게 된다.


대만의 경우는 아열대 기후로 연평균 기온이 22-24도 정도다. 겨울철이라고 하지만 비교적 온화한 10도 이상의 날씨가 보통이고 겨울철 평균기온도 16도 정도다. 하지만 최근 동북아시아를 강타한 북극 한파가 남하하면서 대만의 기온을 6도까지 끌어내렸다. 거기다 날씨가 온화한 탓에 난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집이 대부분이어서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것이다.


죽음의 경계가 영하냐 영상이냐의 문제가 아니고 얼마나 급격한 편차가 있었느냐다. 이 편차가 생명의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균형을 깨트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신체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정한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이 있다. 체온이 그렇고 혈압, 당뇨, 혈중 pH농도, 심지어 콜레스테롤 수치도 일정하게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고 화내지 않는 평상심도 유지해야 한다.

추위로부터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측을 하고 대비를 한다. 따뜻한 옷을 덧입거나 집을 지어  보온을 하고 더 나아가 히터를 가동하여 실내온도를 높여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생리적으로 뛰거나 움직여서 열을 내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만에서는 평상시 기온이 온화했기에 갑자기 추울 거라는 예측을 소홀히 했기에 추위에 대비한 난방시설을 거의 하지 않은 것이다. 어쩌다 한번 닥치는 기온 하락을 위해 고비용을 들여 난방시설을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인 조건이다. 추우면 그냥 옷 껴입고 며칠 버티면 되는 정도다. 그 와중에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은 급격한 기온 편차에 취약한 기저질환자들이 기온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히 대응을 못한 때문이다.


예측(Prediction)의 부재가 생명의 생사를 결정한다. 예측의 현상성이 사물을 만들어 낸다. 현상성은 사람마다 다르다. 인간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만나는 것이 아니고 사물(성)을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자연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없다. 예측한 사물의 사물성을 만날뿐이다. 기온이 낮은 추위라는 팩트, 물리적 사실과 추워서 덜덜 떠는 현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인과관계가 있다고 사물성을 부여했을 뿐이다. 추위를 현상성으로 해석하기에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추위가 전혀 다른 체감온도로 각자에게 다가오게 된다. 자연은 물리적 우연이기에 현상성이 약하다. 인간이 만들고 예측을 투사하여 밀도가 강할수록 사물성이 커진다. 인간은 사물성만을 만나기 때문에 무언가 되는 존재가 되었다. 마지막 죽는 순간이 되어서야 사물성을 놓고 사물을 만나게 된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연에는 의미가 없다. "물리 방정식에는 의미라는 항이 없다"라는 말은 자연과 인간 본질을 알아채는 열쇠임이 분명하다. 


추위가 명징하다고 하는 사람은 예측에 따른 대비를 잘 한 사람일 것이고 춥다는 사람은 예측의 밀도가 낮은 사람일터다. 추위에 대한 사물성을 넘어 본질을 들여다 볼일이다. 그래야 영상의 기온에 동사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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