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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2. 2023

당장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굴러간다

요즘 언론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을 보고 들으면 이 놈의 나라는 당장 망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경제가 그렇고 사회가 그렇고 정치소식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굴러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밥 굶지 않고 그래도 오늘은 무얼 할지 고민하고 이렇게 이런 현상들을 지켜보며 투덜대기까지 한다. 생존을 걱정하고 한 끼 먹을 걱정을 하는 상황이 되면 정치 경제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든 신경 쓸 겨를도 없고 걱정할 시간도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초조하게 두리번거릴 것이고 쌀 한 톨 빵 한 조각 얻기 위해 자존심을 팔고 구걸을 할 것이다. 나도 그중의 한 명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이 망조가 들었다"는 시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가 역사를 문자로 남기기 시작한 이래 쭉 그래왔다. 한 국가의 수준을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의심해봐야 한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요즘 애들 건방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무례하고 건방짐은 예나 지금이나 인류사 전체를 관통하는 꼰대들의 시각임이 분명하다. 이런 현상이 정치 경제 사회로 확산되어 보일 뿐이다. 사람의 본성과 인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적 현상은 반복된다.


특히 인류가 부정적 이슈와 사건과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생존본능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좋은 일, 긍정적인 일은 생존에 도움을 주지,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좋은 일은 사는데 양념 같은 역할을 할 것이기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무신경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부정적 사건의 경우는 그 사례가 나한테나 내 주변에서 벌어지면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예민하게 주시하게 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사건 사고를 통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의 주의보를 발동하게 된다. 기상천외한 금융 사기나 부동산 전세 사기 같은 현상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동한다. 나만 아니면 되고 내 가족만 아니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사회의 존폐를 흔든다는 문제로 까지 번진다.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사안이 된다. 

신문을 펼쳐보자. 감동적인 일과 사건은 수많은 나쁜 사건과 사고 사이에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있는 정도다. 가슴 훈훈하게 하는 소식이 아예 안 보이는 날도 많다. 부정적 사건 사고 소식이 사람들의 시선을 더 붙잡는다는 것을 신문사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을 자극적으로 달고 선정적으로 달게 된다. 그렇게 해서 사회는 더욱 썩어 보이고 정치는 더욱 망나니가 되어가고 경제는 나락의 끝으로 내리 꽂히는 듯 보인다. 그래야 경계를 하고 주의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돈도 되니 언론사들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늪이 된다. 


그런데도 오늘의 날씨 전하듯, 경제는 돌아가고 사회는 굴러가고 정치는 또다시 확증편향의 자기주장만 쏟아냄에도 그럭저럭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희한하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위태위태하다고 생각됨에도 그나마 버티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전 분야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가 맡은 일들을 해내는 사람들이 저변을 버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 체제의 흥망성쇠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다. 인류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한 점 바늘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천칭추와 같은 것이 한 국가의 운명이다. 천칭의 바닥이 평평하다고 해서 착각하면 안 된다. 바늘 한 점의 균형은 지나가는 바람결에도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다. 그 균형의 바탕에 훈훈한 민초들의 말없는 희생과 사랑이 깔려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지금 당장 망하지 않도록 저변을 붙잡고 있는 민초들의 말없는 침묵은 군주민수(君舟民水)와 같다. 배를 뜨게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 도 있다. 경험하지 않았나? 경험은 교훈이 되어야 한다. 잘한 것은 잘한 것으로 잘못된 것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역사의 시간 속에 판박이처럼 반복되는 일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당장 망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것은 정부 관료들의 몫이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채찍질하는 것도 민초들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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