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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3. 2023

치매로 가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습관

습관이 사람을 만듭니다. 아니 사람이 습관을 만들겠죠. 어떤 것이 주어가 됐든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 옛 현인들이 그렇게 좋은 습관을 가지라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노력을 중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그것은 습관을 잃는다. 습관은 버리기는 쉽지만 다시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라고 했으며 나폴레옹조차도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가 열리고 습관의 씨앗을 뿌리면 성격의 열매가 열리며 성격의 씨앗을 뿌리면 운명의 열매가 열린다"라고 했습니다.


심지어 어려서 부모님으로부터도 "양치질해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와 같은 일상생활의 습관까지 강요받았습니다. 부모님의 닦달 속에 익숙해진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나중에 세월이 말해줍니다. 습관에는 시간과 공간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골프 칠 때 매번 샷을 하기 전에 프리샷루틴(pre-shot routine)을 하는 것도 습관입니다. 티박스에 올라가자마자 티 꽂고 바로 내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빈 스윙을 통해 몸 근육의 긴장을 풀고 공이 어떻게 날아갈 것인지 궤적을 그려보는 행위를 통해 더 정확한 샷을 하게 됩니다. 습관이 스코어를 줄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습관(習慣 , habit)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개인적 행동"을 말합니다. 습관에는 반복(feedback)과 실행(practice), 보상(reward)이 들어 있습니다.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선택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내린 결정의 결과물로 여겨지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택이 습관이다. 하나하나의 습관이 그 자체로서는 상대적으로 큰 의미가 없지만 매일 먹는 음식, 밤마다 아이들에게 하는 말, 저축하는지 소비하는지, 얼마나 자주 운동하는지, 생활과 일과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등이 결국에는 건강과 생산성, 경제적 안정과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은 양면성을 지녔습니다. 좋은 습관이 있는 반면 나쁜 습관도 있다는 겁니다. 바로 보상에 대한 반응입니다. 나쁜 습관도 보상에 대한 유혹을 벗어던지기 어렵기 때문에 굳어진 현상입니다. 유혹과 중독은 나쁜 습관으로 끌어들이는 요부입니다. 담배가 그렇고 술이 그렇습니다. 이 둘은 적당히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끊어야 하는 줄 알고 적당히 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잘 안됩니다. 그게 중독이자 나쁜 습관의 전형입니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들이고자 스스로 노력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사회의 고려장인 요양원 생활을 엿보면 어르신들의 노년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저도 어머님 요양원 생활을 8년이나 지켜봐 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요양원 하루 일과 중에 여러 활동들이 프로그램화되어 있습니다. 노래도 하게 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분 동안 진행되는 그 시간이 끝나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그저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TV만 응시하고 있습니다. 정신이 온전하고 자기 앞가림을 할 정도의 정신이라면 요양원에 들어가지도 않겠지만, 하루를 무료하게 소일하고 있는 겁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와 목적의식이 상실된 채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겁니다. 신체 건강 및 뇌 건강이 나빠지는 건 가속도가 붙습니다. 약물로 속도를 늦추기도 하지만 약물 용량만 계속 늘어납니다. 그렇게 맥없이 시간에 지고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지구 생명 모두가 자연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압니다. 하지만 가는 순간까지 어떻게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있다가 가는가 가 중요합니다. 골골 백세 살아봐야 소용없고 말년을 침대에 누워 보내봐야 소용없습니다. 특히 가족도 못 알아보는 상태로 신체건강해봐야 더 문제입니다. 그 말년의 때가 곧 도래한다는 것도 만천하가 다 압니다. 어떻게 맞이하고 얼마나 짧게 그 시간을 가져갈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노년의 습관을 미리미리 준비하고 마련해야 합니다. 습관은 한두 번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반복되어야 합니다. 그제야 몸이 자동으로 반응합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습관이 되게 됩니다. 치매로 정신줄을 놓더라도 자동으로 움직이고 자동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자식들의 이름도 떠올리지 못하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데 습관을 새롭게 만들고 유지하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라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하는 습관, 운동하는 습관을 연령대에 맞게 계속 조정하고 해나가야 합니다. 그것도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심지어 새로운 일에 도전하여 가슴떨림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대충 소설책 읽고 대충 아침 산책 1시간 다녀오는 정도의 계획으로는 치매를 늦추거나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공부 중에서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뭔지 파고들어야 합니다. 철학에 관심이 있으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계보를 꿰뚫고 그들이 논파한 고민들까지 술술 인출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하고 반복해야 합니다. 자연과학에 관심이 있으면 생물학의 심층까지도 들여다봐서 뉴클레오타이드 조합구조까지 모듈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구체화하는 과정 중에 범주가 수정되고 강화되면서 공부가 습관으로 정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습관화는 재미의 보상이 반드시 있어야 오랫동안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에 흥미를 갖는 일은 그 관심이 결과로써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시간 때우기로 일관하면 절대 관심과 습관이 흥미로 살아나지 않습니다. 습관이 되면 관찰이 되고 관찰이 되면 세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브레인의 해마에 치매의 주범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시간을 늦출 수 있습니다. 누구나 갈 수밖에 없겠지만 요양원 생활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습관을 들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습관에 도전하여 눈만 뜨면 자동반응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심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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