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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08. 2023

"해봤어?"를 물어라

기억은 인출이 생명이고 인출은 행동이 생명이다. '기억한다'라고 하는 것은 브레인에 저장되어 있는 렉시콘의 단어들을 끄집어내는 행위다. 인출되어 말과 글로 표현되어야 기억하는 것이다. 인출할 수 없는 기억은 기억이라 하지 않는다. 기억을 인출하는 행위도 행동이다. 행동은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시간과 공간의 관계다. 물리적 공간인 거리에서 얼마나 시간적으로 움직였나를 속도라고 한다. 움직임의 단어가 속도다. 우주만물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기본 파라미터다.


언어가 상징을 만들어 현상성을 부여한다. 실체인 물리는 고정되어 있으나 물리를 설명하는 현상성은 실체가 없다.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 상상이다. 상상을 명명하여,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강아지를 보고 귀엽다고 한다. 하지만 강아지는 실체지만 귀엽다는 것은 강아지에 부여한 현상성이다. 귀엽다는 실체는 없다. 귀여움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엽다고 하는 공통된 공감을 가지고 있다. 언어의 힘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 인간의 놀라운 능력이 바로 언어에서 나왔다.


언어도 운동이다. 후두의 보컬폴더를 1초에 200회 정도 움직여 날숨 공기를 미세하게 조절함으로써 파장으로 바꾸어 음소를 만든다. 인간 근육 중에서 가장 빨리 움직이는 것이 바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보컬폴더를 움직이는 여섯 개의 근육이다. 목구멍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여 말을 만들어낸 인간은 말 그대로 천재다. 그렇게 만들어진 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실체도 없는 상징을 만들어, 있는 것처럼 같이 공유한다. 들여다보면 볼수록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고 볶고 싸우고 언쟁하는 현상들이 일상이다. 현실이라는 시간과 공간으로 들어오는 순간, 관계를 통해 맺어진 차이와 비교가 질투를 만들고 시기를 만드는 현상으로 드러난다. 그 바탕에는 생존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 자기의 영역을 지켜내고자 하는 이기심이 작동한다. 역시 행동이자 움직임이다.

그래서 나이키의 'just do it!'은 인간 본성을 회사 모토로 삼은 기막힌 발상으로 평가받는다. 인간은 움직이는 동물임을 언어적 상징으로 표현했다. 무엇이 됐든 일단 시작하고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만들어지지도 않을뿐더러 이루어질 수 없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움직임이자 행동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있다고 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것도 운동이고 말을 하는 것도 운동이며 걷는 것, 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고민을 하고 수학문제를 푸는 것조차 머리를 쓰는 운동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동사'로 가득하다. 아니 동사 자체가 산다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움직인다는 동사의 행위를 멈추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동사가 명사가 되는 순간 생명에서 무생물로 변환된다. 움직여야 에너지를 소비하고 소비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다시 움직이고 먹는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행위, 양자요동이 생명의 밑바탕에 있듯이 태양계 자체, 아니 우리 은하 자체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인간의 의식 바깥에 있어 못 느낄 뿐, 세상 우주는 이미 돌아가고 달려가고 있었다.


인간의 브레인은 교활한 놈이다.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도전을 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에 '정답이 있다'라고 상정하면 어떻게든 정답을 찾아 몸부림을 친다. 브레인은 묻지 않으면 답을 찾지 않는다. 어렵고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작동을 멈추어버린다. 바로 편한 것을 찾는다. 졸기 시작한다. 그래서 정답이 안 보이더라도 있다고 계속 최면을 걸어야 한다. 그래야 브레인이 움직인다. 한번 더 도전하게 된다. 행위를 끌어내는 작업, 브레인을 계속 쓰는 일이다.


자명하다. 무슨 일이 되었든 도전하는 행위, 움직임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의 성취를 위해서라도, 나의 만족을 위해서라도 무엇이 되었든 행해야 한다. 안된다고 하면 안 될 것이고 된다고 하면 될 것이다. 생각이 행동을 하게 할 것이고 행동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혹시 실패한 결과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틀린 답을 제거하는 행위였음을 깨닫게 된다. 정답이 곧 가까이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정주영 회장의 "자네 해봤어?"의 일침은 그래서 무서운 철퇴가 된다. 무엇이 되었든 시작하고 해 보자. 김연경 배구선수의 "후회하지 말고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라는 반복이 오버랩되는 이유다. 해보자.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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