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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22. 2023

이세돌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2016년 3월, 전 세계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게임에 집중되어 있었다.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바둑은 10의 770승 정도가 넘는다고 한다. 이는 우주에 있는 별의 개수로 추정되는 10의 22 승개를 훨씬 뛰어넘는 숫자이자 우주 전체 원자들의 개수보다도 많은 경우의 수다. 이런 어마어마한 숫자 놀음에 기계가 감히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알다시피 다섯 번 치러진 대국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이겼다. 바둑에 있어 인간의 시대는 끝났다는 작별을 고하는 예고였고 이세돌은 '유일하게 AI를 상대로 바둑을 한 차례 이긴 인간'이 되었다. 대중이 AI라는 알고리즘에 관심을 갖게 한 결정적인 이벤트였다. 그 이후 최근까지 7년 동안 어떤 인간도 바둑에서 AI를 이겨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 이세돌 신화를 깨뜨린 사건이 미국에서 있었다. 미국 바둑 아마추어인 캘린 펠린(Kellin Pelrine)이 인공지능 바둑기사인 카타고(kata GO)와의 대국에서 15전 14승을 기록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이제이(以夷制夷)다. 오랑캐는 오랑캐로 친 것이다. 카타고의 약점을 알려준 것은 다른 인공지능이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회사인 FAR AI는 카타고의 약점을 파악하고자 100만 번 이상 대국을 벌여 인공지능의 사각지대(blind spot)를 파악했다. 이 인공지능이 알려준 사각지대를 공략해 카타고를 이긴 것이다. 펠린은 "천천히 큰 루프 형태로 AI 세력 돌들을 에워싸고 동시에 다른 쪽 구석에 돌을 놓아 인공지능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었다"며 "포위가 거의 완료되었을 때에도 인공지능은 인식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인공지능 AI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변칙수법이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기존 데이터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 수를 찾아내는 딥러닝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기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때 상대를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가정을 한다. 바로 이 '이길 수 있는 최고의 확률'속에 '질 수 도 있다는 확률'은 없다. 질 수 있는 확률이 있는 곳에 돌을 놓는다는 것은 인공지능 사전에는 없다. 여기가 알고리즘의 약점이다. 이기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질 수 있다는 논리는 없다. 


인간은 이기기위해 앞으로만 가지 않는다. 뒤로 돌아가지만 최종적으로 이길 수 있으면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있는 게 인간이다. 게임에서 이기기위해 만들어진 AI가 도저히 확률적 계산을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지고 이긴다'는 말을 기계는 절대 이해할 수 없지만 인간은 단박에 눈치챌 수 있다.


AI가 가장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기가 못하는 것을 찾는 일이다. chatGPT가 잘못된 정보를 조합하여 그럴듯한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 바로 이 이유다. 질문에 있는 단어를 기반으로 그 단어와 문장 다음에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하게 문장이 되도록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답변을 내놓는다. 자기는 '감정이 없다'거나 '생명이 아니기에 아침을 느낄 수 없다'거나 하는 그럴듯한 문장의 답변을 만들어내지만 정말 감정이 없는지조차는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답변을 내놓을 때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내놓을 뿐이다.


AI가 내놓는 답변에 대한 레퍼런스를 다시 물으며 여기저기 참고하고 인용한 칼럼과 논문 레퍼런스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하지만 그런 논문이 나왔는지조차 재확인해야 하는 게 지금 AI의 실태다. 레퍼런스 목록까지 그럴듯하게 조작하여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팩트를 끝까지 체크하는 것은 아직 인간이 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사용하여 빅데이터가 쌓이고 AI를 훈련하는 과정이 지속되면 점점 신뢰도가 늘고 쌓여갈 수 있다. 아직까지는 분야별 아이디어를 얻는 정도로 족한 듯하다. 물론 빅데이터가 많이 쌓인 알고리즘을 짜는 분야라든가 특정분야에서는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chatGPT도 아직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지만 벌써 월 20달러 구독료를 받는 chatGPT 플러스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고 chatGPT를 탑재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도 검색 결과에 따라 광고를 붙이는 수익화에 착수했다. 세상은 이미 AI가 핵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되지 못하더라도 따라는 가야 한다. 너무 빨리 달려가고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스럽긴하다. 그래서 그 속도의 혼돈 속에서 벗어나고자 사람 냄새를 찾게 되고 그리워한다. 세상은 한 가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엮이고 묶여 상존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도구는 도구일 뿐이고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 숨 쉬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웃을 수 있고 울 줄 알아야 한다. 웃고 우는 일을 기계에 물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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