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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r 28. 2023

세상은 AI를 쓰는 자와 못쓰는 자로 나뉜다

의학용어에 작화증(作話症 ; confabulation)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의 공상을 실제의 일처럼 말하면서 자신은 그것이 허위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지난해 정부의 최고 인사들이 로펌 사람들과 강남에서 술을 마셨고 그 현장에서 첼로를 연주했다는 사람의 녹취록이 공개되어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사례가 작화증의 전형적인 한 형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 작화증은 chatGPT가 등장하면서 다시 발화된 느낌이다. chatGPT와 대화를 오래 하면 chatGPT가 질문한 것에 따라 반응하고 질의응답을 오래 하면 이상한 얘기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기계가 그럴듯하게 거짓말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바로 chatGPT는 확률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있는 문장을 만드는 기계이기에 그렇다.


그러던 것이 지난 3월 15일 업그레이드 버전인 GPT4가 출시되었다. chatGPT는 3.5 버전이었다. 3.5 버전까지는 결과물이 틀렸을 경우 왜 틀렸는지 분석할 수 없었는데, GPT4는 로직을 바꿀 수 있고 스스로 학습해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답변이 틀렸다고 지적을 하면 사과를 하고 정정을 하는 인간미(?)의 '겸손'까지 탑재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업그레이드해서 내놓은 인공지능 뉴 빙(Bing)은 '창작' '균형 잡힘' '정확함'아라는 대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까지 넣어놓았다. 대단한 진화가 아닐 수 없다.

GPT4는 chatGPT보다 창의력(creativity)에 있어서 탁월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이미지 입력(visual input)도 가능해졌다. 이미지 입력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사진 속 사물을 판별하는 능력을 장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음식재료가 있는 냉장고 사진을 보여주고 가능한 요리와 조리법을 추천해 주는데 냉장고 안에 있는 계란, 우유, 사과, 딸기, 소고기, 양파, 소시지, 조미료 등의 정보를 통합적으로 인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기능이다. 사과라는 사물 하나를 인식하기 위해서도 시각, 미각, 체감각, 촉각을 비롯하여 텍스트가 총동원되고 사과와 관련된 욕망과 추론 등 온갖 감정까지도 동원되어야 하는데 이제 기계가 사람처럼 사물을 알아보는 것이다.


또한 GPT4는 대화창에 대용량의 긴 텍스트(longer context)를 입력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되었다. 기존 chatGPT는 3천 단어 정도를 입력할 수 있었는데 2만 5천 단어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웬만한 논문 한편을 가져다 붙이면 간단히 요약정리를 해주는 수준까지 왔다. 


검색의 시대가 끝났고 클라우드의 헤게모니가 바뀌고 있다고 하는 다소 거시적 수준의 변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생성형 AI 기계를 사용해 자기의 분야에 활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사이의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것은 자명해졌다. 이미 온갖 산업 부문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사용법에 대한 유료 강좌가 정신없이 개설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생성형 AI 검색 창에 간단히 몇 마디 질문을 던지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하다. GPT4는 2021년까지 인터넷에 올라온 지식정보를 가지고 학습한 결과를 담고 있긴 하지만 인류 역사의 모든 지식을 학습한 기계라 할 수 있다. 반면 나는 어떤가? 정규 학교 교육 초중등 대학 대학원까지 18년을 받았고 6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체험한 경험을 곁들여 생활 지식이라고 가지고 있는 정도다. 감히 정보와 지식의 용량을 비교할 수 조차 없다.


이제는 어떻게 GPT 기계를 통해 나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질문을 잘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GPT4는 질문의 수준에 맞는 답변을 내놓기 때문이다. 즉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명령어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AI의 답변을 끌어내기 위해 입력하는 키워드로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을 달리 보여주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뀌고 상황이 변하는 시기에는 달리는 말에 잘 올라타야 한다. 아예 관심이 없어 올라타지 못하면 천리마는 이미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리 달려가 있을 테다. 어떻게 바뀌나 조금 더 지켜보며 눈치를 보다 뒤늦게 올라탈 수 도 있지만 타이밍 잡기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부화뇌동하다가는 어설프게 맛만 볼 수 있다. 예의주시하여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고 꾸준히 사용을 하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체득을 해놓는다. 변화하는 세상에 살아남는 길이다. 생성형 AI에 대해 아는 것은 대화에 끼어드는 수준이 아니고 향후 나의 생존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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