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Apr 18. 2023

젊은 여행자들

어제 퇴근길 2호선 전철을 타고 가는데 을지로입구역에서 60리터짜리 대형 백팩을 등에 메고 앞으로도 소형 백팩과 파우치를 둘러맨 금발의 서양 미녀 2명이 탄다. 외모로 보아 국적이 미국혈통은 아닌 듯했다. 전통적인 북유럽 스타일이다. 퇴근길이라 다소 붐비는 전철 안인지라 전철에 오르자마자 대형백팩을 벗어 앞쪽에 놓는다. 타인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한 몸에 밴 행동처럼 보였다. 이미 동남아지역을 거쳐 온 듯하다. 백팩에는 라오스 국기가 붙어 있고 앙코르와트 배지도 달려있다. 너무도 궁금했다. 어떻게 한국에까지 왔는지?


"국적이 어디냐?"라고 물었다. "스웨덴"이란다. 그럴 줄 알았다. "백팩이 큰데 언제부터 여행을 하고 있느냐?"라고 또 물었다. "3주째"란다. 태국 창마이와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단다. "한국에는 어떻게 알고 왔냐?"라고 또 물었다. "스웨덴에서도 BTS 유명하고 인스타그램 통해 설악산 사진 봤는데 가보고 싶어"왔단다. "학생이냐?"라고 물었다. "아니다. 회사 다니는데 친구와 휴가 맞춰서 한 달 일정으로 아시아를 돌고 있다. 다음 주에 일본으로 갔다가 스웨덴으로 돌아갈 예정"이란다.


건강한 젊은 청춘이 부러운 순간이다. 백팩의 크기를 감당할 만큼의 활력과 생면부지의 나라들을 과감히 누비고 다니는 용기 또한 얼마나 대단한가 말이다. 한국의 젊은 청춘들도 이미 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음을 안다. 내가 서울에 있기에 서울을 찾은 젊은 외국인이 눈에 들어왔을 뿐이다.


그러다 마침 오늘 아침 뉴스 검색을 하는데 "목돈 오래 모아 여행 간다? "NO"... 일단 떠나고 보는 미국 Z세대"라는 기사가 눈에 확 띈다. 어제 전철에서 보았던 스웨덴 친구들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기사는 미국의 CNBC 리포트를 인용보도한 것이다. CNBC 기사 원문을 검색해 찾아본다. 

기사는 "여행시장에 쉽게 진입하지 않을 것 같던 Z세대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젊고 상대적으로 수입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Z세대 절반 이상이 지난 1년 동안 3번 이상 여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Z세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행 영감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어 과거 세대보다 여행이 더 우선시 되고 있다. 현재 여행산업의 초점이 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와 동등하다. 하지만 과거 세대와는 달리 Z세대는 고임금 일자리나 여행을 위한 저축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현재 예산에 맞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Z세대는 1997년~2012년 사이에 태어난 코호트 세대를 말한다. 나이로 따지면 26살~11살이다. 아직 학생 세대라는 소리다. CNBC기사에 의하면 여행을 자주 하는 미국의 Z세대 61%가 연소득 5만 달러(6천500만 원) 미만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Z세대들이 여행경비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약 76%의 학생들이 가장 큰 여행 우려사항으로 경비를 꼽았고 여행할 때 가장 저렴한 옵션을 찾는다고 한다. 또한 거의 절반의 학생들이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고 여행비용을 위해 다른 지출은 줄일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Z세대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로는 휴식을 취하고(relax), 일상으로부터의 탈출(escape or get away), 그리고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z세대는 모험과 정신건강, 문화적 경험을 위해 기성세대보다 더 많이 여행하려는 동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z세대는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더 오래 여행하고 더 많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가본 곳을 재방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 연령대에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과연 미국의 Z세대와 비슷한 여행 패턴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멀리 주변을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다. 집에 있는 둘째 녀석이 99년생이다. 24살이다. 군대를 갔다 왔고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둘째 녀석의 지난 1년 여행패턴을 곁눈질해 보자. 일단 학교를 다니며 주 3회씩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다니며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벌어 쓴다. 지난 설 명절에는 자기 누나를 따라서 하와이를 다녀왔고 지난여름방학에는 자기 고등학교 친구 3명과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하고 왔으며 그전에는 그 놈들이 모여 일본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오기도 했다. 갈 때마다 싼 항공권과 숙박시설, 맛집을 폭풍검색하고 떠난다. 그렇다고 여행경비에 대해 손 벌리지는 않는다. 부모 된 입장에서 "혹시 모르니 비상금이라도 가지고 있으라"라고 하와이 갈 때는 700달러, 일본 갈 때는 50,000엔 정도를 환전해 쥐어 주기는 했다. 나름대로 미국의 Z세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지금 여행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세대는 40대에 접어든 밀레니얼(millennials) 들이다. 1981년-1996년 생들이다. 27살에서 42살까지다.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 패턴이 주를 이루고 있는 세대다. 연령별 세대 구분보다 사회적, 글로벌적 사건 이정표를 근거로 코호트 구분을 짓는 것 자체에 나는 조금 반대이긴 하다. 개념을 만들고 용어를 만드는 학자들의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전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미를 부여해야 팩트가 사건이 되듯이, 용어로 구분 지어 놓고 들여다보면 그들의 행동 및 행태의 유형에 공통점도 발견하게 된다. 사회의 흐름에 대한 반영이다.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그 안에서 여행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녹여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일이다. 소셜미디어에 자랑질하는 용도로만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작가의 이전글 패션의 완성은 향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