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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04. 2023

아들들아! 정신 차려라. 너희들의 세상은 갔다.

유치한 질문을 던져보자.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라는 질문이다. 결혼해서 자녀를 키워본 사람만이 답변할 수 있는 거긴 하지만 요즘은 '조카 바보'도 등장하는 판이니 일단 질문을 던져보자. 아이들한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큼 유치 찬란하지만, 의견이 어떠신가?


부모들의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고 자녀가 몇 명이냐에 따라 다르고 자녀의 성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답변이 딸과 아들이라는 선택지 밖에 없기에 의외로 간단하게 답변을 얻을 수 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답변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답변에 '딸 바보'라고 할 만큼 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딸 없이 남자아이만 키우거나 키워 본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99% 딸을 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이유를 들어보면 간단하다. 여자 아이는 키울 때 남자아이보다 살갑고 애교 있고, 커서도 엄마랑 친구처럼 지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더 중요한 것은 할머니들의 반응이다. "요양원에 있는데 찾아오는 자녀는 딸년밖에 없더라"라는 푸념이다. 딸에 대한 선호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반응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남자아이들은 커가면서 점점 말이 없어지고 사춘기를 지나면 거의 남이 되고, 대학을 가면서부터는 완전히 여자친구의 남자가 되어버린다고 불만이다. 심지어 힘들게 남자아이 키워놔 봐야 "공부 잘하는 놈은 나라의 아들이고 돈 잘 버는 녀석은 처가 식구"라는 우스개 소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딸과 아들에 대한 선호 구별은 MBTI나 혈액형 유형별로 보는 사람들의 심리평가와 똑같다. "그렇다"라고 범주화시켜 놓으면 그렇게 보일 뿐이다. 딸 같은 아들도 있고 아들 같은 딸도 있다.

아들의 위치가 이렇게 변한 것은 거의 한 세대만에 벌어진 듯하다. 지금 50-60대 이상 꼰대들의 시대까지만 해도 아들 선호 경향이 뚜렷했다. 심지어 산부인과에서 아들이 아닌 딸을 출산하면 우는 산모가 있을 정도였고 아들 낳을 때까지 계속 출산을 해서 여자농구팀을 만들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그 시대에는 남자들이 주도하는 사회였기에 그렇다. 남자가 돈을 벌어와야 했고 남자가 제사를 모셔야 했으며 부모공양하는데 남자의 경제력이 필요했기에 그랬다. 충. 효. 예를 강조한 성리학의 잔재가 지배하던 그런 시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변했다. 여자들도 경제활동의 주역이 되어 아들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먹고살기 위해 힘 좋은 남자가 필요하던 시대는 가고, 정서적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여자가 더 중요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이는 힘이 주도하는 폭력의 시대가 가고 부드러움으로 융화되는 시대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남자들, 특히 아들들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페미니즘이 어떻고 남녀평등이 어떻고 들먹거릴 필요도 없다. 이미 세상은 남자들의 시대는 저물고 여성들의 시대로 가고 있다. 거친 남성성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한 남성 캐릭터가 더 선호되는 시대다.


인기 모델 중에 근육질의 모델이 있는가? 얼굴에 칼자국 있고 도끼 좀 휘두를 줄 아는 모델 본 적이 있는가? 남자인 듯 여자인 듯 중성적 매력을 지닌 모델과 연예인이 인기를 끌고 있고 시대다.


폭발적 남성의 힘은 기계로 대체가 가능하게 된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근육의 힘으로 사는 방법보다는 지성의 지혜로 사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타인을 인정하고 포용하며 융합할 수 있는 여성성의 발현이 더 필요한 덕목이 된다. 힘만 믿고 설치는 남성은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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