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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pr 28. 2020

마음의 맑음은 자연의 맑음을 끌어온다

요즘은 1년 중 최고의 날씨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낮시간에는 바람이 불긴 하지만 따스한 햇살이 그 흔들림을 보전해줄 정도라 오히려 산들바람의 정취로 느껴집니다.


자연은 '지금 이 시간' 바로 지금 느끼고 즐겨야 합니다. 한치도 물러서거나 앞서가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 이 찬란한 햇살과 흔들리는 바람과 코끝의 꽃향을 즐길 시간입니다. 굳이 교외로 나가고 바다와 산과 강 곁으로 가지 않아도 출근길에 전해지는 모든 감각만으로도 자연은 내 곁에, 아니 내 안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낼 것인지는 오로지 나의 마음에 대한 선택에 지나지 않습니다.

햇볕이 드는 정원에 나무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늘 있어왔던 그늘이지만 나뭇잎이 점점 넓어져 하늘을 가리는 그늘로 크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젠 햇볕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되어버린 것입니다.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고 쏟아내는 열기가 짙어질수록 그 뜨거움을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피난처로 그늘을 제공합니다. 그 뜨거움을 오히려 자신의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나무들 덕분입니다. 자연 생존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자연이 주는 여러 혜택을 누리며 삽니다. 하지만 혜택 인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마치 자신의 능력 인량 착각하고 살기도 합니다. 그대처럼 자연이 주는 현상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경이를 경험한다면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 될 텐데 말입니다.


녹차 잎 하나하나에서 사계절의 흐름을 읽어내어, 지난해 녹차 잎이 피어오를 때 가물어 봄물을 맘껏 끌어올리지 못한 기운까지도 엿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정말 드뭅니다. 시간의 흐름과 그 흐름 속에서 변해가는 현상들을 읽어내는 것은 초능력의 소유자가 아닌 스스로 만들어내고 경험하고 느껴온 능력입니다. 타고난 감성의 소유를 후천적 노력과 결합시켜 탁월한 시선으로 승화시켜야 겨우 시간의 한켜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자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시간의 흐름을 읽어내는 일임을 알게 되지만 그조차도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의 덫에 갇혀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언어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개인의 사고조차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일조차 이렇게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언어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좋은 일을 생각하고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연과 세상은 그렇게 내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명징한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이 청명하고 선선하고 상쾌해 보이는 일조차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마음이 맑아집니다. 내 심신이 맑았기에 자연과 세상이 온통 맑아 보였을 테니 말입니다. 아니 자연이 맑았기에 내 마음까지도 맑아지는 공진화의 현장일 수 도 있으나 이 아침은 내가 먼저 맑았기에 가능한 맑음이라고 자위를 해봅니다.


어떻습니까? 그대는 지금 바라보이는 자연과 세상이 온통 맑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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