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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12. 2023

소리로 듣는 카메라의 추억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카메라가 가보였다. 그만큼 카메라를 가진 집이 드물었다는 소리다. 그리 오래전 이야기도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처럼 휴대폰으로 카메라가 들어오기 전에는 디지털 단일렌즈 반사식 카메라인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이 있었고 그전 세대가 필름 카메라 시절이었다. 가족여행이나 야유회라도 갈라치면 어깨에 둘러맨 카메라는 부의 상징처럼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던 카메라가 휴대폰 속으로 들어오면서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주던 사진사들의 직업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국민학교 소풍 때면 항상 따라다니던 사진사들도 사라졌다.


요즘 휴대폰에 장착된 디지털카메라 성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우수하다. 어두운 밤에 달을 줌인하여 찍으면 운석의 맹폭을 받았던 46억 년 전 분화구를 그대로 보여줄 정도다. 감히 DSLR 카메라로도 찍어내기 힘들었던 장면을 휴대폰 가지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카메라가 휴대폰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카메라 사용법에 대한 공부를 해야 했다. 카메라는 빛의 양을 조절해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기에 노출 정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셔터 스피드로 조절할 것인지 등등 공부를 해야 그나마 자동으로 세팅되어 있는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노출값을 정교하게 잘 세팅하여 찍는 사람이 전문가 반열이었고 DSLR 카메라를 메고 다닐 자격이 있었다.


지금 휴대폰 내장 카메라는 가장 보편적인 장면을 가장 잘 포착하도록 세팅값을 정밀하게 맞춰놓은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데나 들이대고 찍어도 평균값 이상의 사진상태를 얻을 수 있다. 아니 빛의 밝기를 어떻게 하고 찍어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냥 마구 찍어대면 된다. 그냥 많이 찍어대고 나중에 그중의 한 장을 고르면 된다. 디지털카메라의 최대 장점이다. 필름값이 안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찍어놓고 나중에 포토샵을 통해 색 보정도 하고 밝기도 조절하여 사진을 만들어내면 된다. 역광으로 얼굴이 검게 나왔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가 알아서 역광과 사람 얼굴 밝기를 감안하여 찍어낸다.


DSLR시절에는 전문가들이나 할 수 있었던 기교를 휴대폰 카메라 기능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제는 카메라 전문가가 구도를 어떻게 잡아내느냐로 바뀐 듯하다. 빛의 감도를 읽어내고 순간을 포착하던 전문가를 넘어 이젠 화면에 어떤 구도로 장면을 만들어내느냐로 바뀐 것이다. 빛의 기교에서 화면의 그림으로 형태를 변형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휴대폰 카메라 성능이 상상을 초월할만큼 월등해지지만 이로 인해 사라지는 것도 있다. 바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때 들리는 '찰깍' 소리다. 도촬을 방지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 인위적으로 셔터 닫히는 소리가 들리도록 세팅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 DSLR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의 그 소리는 카메라 뷰 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묘미 중의 하나다.


내가 사용해 본 DSLR 카메라 중에 셔터 소리가 좋은 것은 캐논보다는 니콘인듯하다. 니콘 카메라를 소장하고 있어서 편견이 있기도 하다.


카메라로 풍광이든 인물이든 사진을 찍을 때는 뷰 파인더로 들여다보고 반 셔터를 눌러 피사체가 화면에 착 포커싱 되는 장면을 보고 셔터를 누를 때 들리는 그 소리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의 진짜 맛이다. 특히 망원렌즈나 줌 렌즈를 갈아 끼우고 뷰 파인더를 들여다보고 화면에 클로즈업되는 피사체가 착착 눈에 들어오는 장면은 카메라 셔터 위에 놓인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맛을 못 잊어 사진동호회가 그렇게 많이 존재하는 듯하다. 휴대폰 카메라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퍼포먼스다.


카메라로 찍는다는 것은 흐름에서 순간을 포착하여 정지시키는 작업이다. 다시는 볼 수 도 없고 있을 수 도 없는 과거를 박제시키는 일이다. 그래서 사진은 추억이 되고 시간 이탈자가 된다. 과거를 현재를 끌고 와 사연을 풀어놓는 도구가 된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들어온 카메라는 추억을 넘어 생활을 기록하는 도구로 진화했다.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니 만능 기계가 되었다. 특별한 날, 특별한 행사 때 찍던 사진이 아니고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처럼 카메라가 사용된다. 아니 그냥 소통에 카메라가 쓰인다. 말이 필요 없고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찍어서 보여주고 보내주면,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된다.


카메라의 진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멋을 잃고 실리를 챙겼을까? 진화는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는 진리는 카메라의 진화에서도 적용된다. 사라질 것 같았던 DSLR이 아직도 훌륭히 그 존재를 과시하고 있으며 휴대폰 카메라의 발전으로 사진 및 동영상 보편화가 콘텐츠 다양화의 문을 열었다. 무거운 DSLR 카메라를 어깨에서 해방시킨 휴대폰 카메라가 고맙기도 하고 이 카메라가 이젠 하늘을 나는 드론 카메라로까지 진화하여 부감(府瞰) 기법의 사진들이 장악하는 시대가 됐다. 카메라의 공존이다. 카메라는 도구다.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도구의 용도가 바뀌어가지만 그 자체도 사람에 의해 변형되는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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