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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13. 2023

흉내, 모방, 따라하기

호모사피엔스가 지구표층을 지배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따라하기'에 있다.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똑같이 따라 하는 능력은 다른 동물세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다.


'따라하기'의 본질은 효율성이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최고다. '따라하기'로 선두를 따라잡은 대표적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닌가 말이다. 지금은 중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남들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증명된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행위를 했더니 생존에 도움이 되었다는 소리이고 편리해졌다는 뜻이고 그래서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기에 반복해서 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는 사람은 알고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는 경계가 있다.


사실 인류사 전체가 '따라하기'로 이루어졌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표정 및 말투,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생존 기술을 습득하고 모든 교육이 선행자들이 겪어보고 타인이 그대로 따라 해도 좋을 것들만을 가르친다. 지금 넘기고 있는 책의 한 페이지 페이지에서 글쓴이의 경험과 사고를 만나는 것도 작가의 생각을 따라 배우는 과정이다. 경험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최단시간 내에 많이 습득할 수 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라. 나 스스로 창작해 만들어내서 나만이 하고 있는 일이 있는가? 자연법칙을 발견한 몇몇 과학자를 제외하고는 언감생심 아무도 없다.


결국 '따라하기' 속도의 빠른 정도가 그 사람의 성공확률과도 비례한다. '따라하기'의 다른 말이 '학습'이고 '따라하기' 다른 말이 '줄 잘 서는 일'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캐번디시 연구소(Cavendish Laboratory)가개설된이래 3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배출한 이유도 훌륭한 스승 밑에 줄 잘 선 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사에 있어서도 천재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로 아테네, 피렌체, 런던을 꼽는데 그중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인물이 나온 도시로는 피렌체가 단연 앞선다. 이는 피렌체가 도제(徒弟, apprentice) 방식으로 훈련시키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어서 그렇다. 어려서부터 스승에게서 직업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배움으로써 스승이 갖고 있는 실력을 짧은 시간 내에 그대로 제자들에게 전수했기 때문이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긴 하지만 천재의 능력을 자극하고 키우는 것은 '따라하기'를 통해 배가되는 것이다. '따라하기'로 자기 것이 되고 나서야 그때서야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얻을 때 그것을 '창의성'이라고 한다. '따라하기'라는 이전 학습이 중요한 이유다. 


개인이 혼자 세상만물이 돌아가는 모든 것을 알 수 도 없고 알아챌 수 도 없다. 누군가가 이미 고민하고 실행해 봤던 사례들을 참고하고 따라가면 그만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인류는 이 과정의 효율성을 눈치채고 학교 교육을 통해 보편적 지식을 심어온 것이다.


스승을 잘 만나야 하고 책을 잘 만나야 한다.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야 거인의 시선으로 우주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된다. 편향에 갇힌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세상을 한쪽밖에 보지 못한다. 


'따라하기'는 스며든다. 내가 따라 하고 싶지 않아도 물들게 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으로 나의 존재를 드러내고 내가 보지 않는 것이 나를 만들어낸다. 내가 관심 갖는 것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게 되고 내가 관심 갖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인해 나의 형상이 만들어진다.


남들이 하는 행동 하나, 말투 하나라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의 생존 방식에 최적화된 것이라면 검토하고 감안해야 할 충분한 사유가 된다. 타인의 성과를 무시하고 기초부터 다시 쌓는 일은 시간을 낭비할 뿐이다. 잘하는 사람의 잘하는 행동이라면 한번 따라 해 본다. 그것이 나에게도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인지는 따라 해봐야 안다.


결국 '따라하기'도 행동이다. 타인의 행동을 나의 행동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다. 움직임이 모든 것이다. 하지 않으면 절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행동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행동을 하게 한다. 좀 더 나은 방향,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따라하기'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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