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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14. 2023

체중계 숫자에 속지 말자

오늘 아침 체중 67.4kg이다. 어제 아침 몸무게는 66.6kg이었다.


매일 아침 샤워를 하고 습관처럼 올라서는 체중계의 숫자에 중독되어 이젠 숫자를 쳐다보지 않아도 올라서는 순간 0.5kg 오차범위 내로 알아맞힌다. 어제저녁식사로 무얼 먹었는지 유추해 보고 식사 후에 움직인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면 된다.


오늘은 어제와 무려 1kg의 편차를 보였다. 어제저녁식사 약속이 있어 수육에 전, 막걸리 1병, 맥주 1병을 먹고 8시 반 헤어져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온 시간이 9시 40분. 피트니스센터를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거실에서 빈둥거리다 그냥 잔 탓이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위안을 삼고 포만감에 잠든 저녁이었다.


그리고 마주한 아침 체중의 숫자가 67.4kg이다. 키가 173cm이니 적정 체중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나름대로 한계체중으로 설정해 놓은 70kg 밑이기도 하다.


체중에 대해서는 강박관념이 생긴 듯하다. 어떻게든 숫자가 적으면 좋다는 환상까지 심어져 있다. 착각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나는 그동안 체중의 숫자가 적게 표시되면 좋은 줄 알았다. 앞뒤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만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어 줄여야 하는 대상으로만 치부했다.


과연 그럴까? 체중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좋은 일일까?


물론 각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적정 체중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과 다이어트와의 상관관계 속에 과체중은 '만인의 적'으로 규정되어 못 박혀 있다. 타도의 대상으로 말이다.


체중은 먹는 식습관과 운동 습관이 좌우한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당연히 누적되는 칼로리가 없을 테니 체중이 줄어들 테고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면 역시 당연히 칼로리가 쌓여 체중이 늘어날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 체중과의 전쟁이다. 수많은 헬스클럽이 생존하는 이유이고 수많은 건강식품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된다.

키와 몸무게의 평균 상관관계로 만들어진 표준체중이라는 것이 있지만,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낮게 표기되어 있는 듯하다. 목표의식을 주기 위한 전략적 숫자 낮춤으로 보인다. 자기의 적정체중은 사실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나만 해도 그렇다. 조깅을 한 지 20년도 넘은지라 뛰어보면 안다. 체중이 불어 몸이 무거우면 다리 근육이 바로 반응을 한다. 힘들다고.


그런데 이 체중을 보여주는 숫자에 숨은 오류가 있음도 눈치챘다.


건강에 대한 지표를 숫자로 바로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 체중을 재는 것이기에 이 숫자에 너무 민감해져 있었던 것이다. 나이가 들거나 유전적 지병 정도가 있는 사람들은 혈당을 재거나 혈압을 재며 추가적으로 지표들을 비교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정도 하는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정도다. 


몸무게가 늘어난다는 것은 신체의 여러 기관의 작동에 부담을 주어 과부하의 원인이 됨은 분명하다. 적정체중으로 줄여 신체 기관들이 작동하는데 원활히 돌아가도록 해야 함도 자명하다.


하지만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포괄적 강박관념은 오히려 문제의 원인을 감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과 체중을 줄이는 것, 그리고 혈당과 고지혈, 혈압을 적정 수치로 관리하는 것 과의 상관관계를 연결시키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가끔 주변에서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어느 날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가슴 관상동맥에 스탠트 시술을 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헬스클럽에서 매일 운동한다는 사람이 뽈록 튀어나온 복부비만을 줄이지 못하는 경우는 너무도 많이 보고 있고 그런 사람들은 영락없이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음도 본다.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자기 신체 건강 및 기능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건강검진 숫자들을 비교하여 지금 내 몸에 어떤 것이 부족하고 어떤 것이 넘쳐나는지, 뭘 줄이고 뭘 늘려야 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대충 남들이 좋다고 하니 건강기능식품을 먹을 것이 아니고, 헬스클럽에 등록하여 기계적으로 트레드밀에 올라설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야 체중이 줄어드는데 집착하지 않고도 자기의 건강 패턴을 만들어갈 수 있다.


신체의 지방을 태우고 근력을 키우면 체중은 줄지 않아도 신체기능은 더 좋아지게 된다. 이때 체중이 줄어들면 오히려 단백질을 보충해서 먹고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체중이 줄어드는 모습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체중계 숫자가 쑥쑥 줄어든다. 그런데 착각이다. 땀 흘려 물이 빠진 결과다. 이런 체중계 숫자는 다음날 바로 원상 복구다.


체중계의 숫자는 '경계의 감시견' 역할로 충분하다. 너무 숫자에 집착하면 안 된다. 그 숫자가 나의 건강상태와 맞는 숫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숫자여야 한다.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숫자와의 상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를 찾아 개선하는 일을 해야 한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변화율은 체중계의 숫자 뒤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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