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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13. 2023

"연습을 하루 안 하면 내가 안다"

내가 현재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은 언제까지 그 위력을 발휘할까? 변할 수 없는 진리로 채워져 있을까?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 과거의 지식은 폐기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학습된 것이다. 학교를 다니며 보편적 지식을 주입받아 평범한 보통지식인으로 살고 있다. 인간공동체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해 나가는 일반적 위계체계는 어느 사회 어느 민족이나 비슷비슷하다. 그 바탕 위에 개인적 관심사가 보태지고 열정과 집중이 쌓여 각각의 개인 역량이 그 사람의 성향과 본질을 갖추게 된다. 개성이 확립된다. 각자 추구하는 방향으로 시선과 관점이 자리를 잡는다. 그렇게 평생 세상을 보는 눈들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사춘기 전 아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 가슴에 간직할 꿈을 갖게 해야 한다. 우주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한여름밤 깊은 산골 캠핑장으로 아이를 데리고 야영을 가면 된다. 인공의 불빛이라고는 랜턴이 전부여서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게 텐트 앞에 깔아놓은 매트에 같이 누워 하늘의 별자리를 보여주면 된다. 북극성이 어디 있고 북두칠성이 어디 있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줘도 금상첨화다. 그렇다고 별자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된다. 아이에게는 그저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가슴에 담을 수 있게만 해도 된다. 그 아이는 분명 크면서 하늘의 별들을 계속 바라볼 것이고 가슴속에 각인되어 반짝이던 별들의 존재가 궁금해질 것이다. 천체망원경도 들여다볼 것이다. 그렇게 별을 들여다보게 되고 별에서 전해지는 빛들의 파장을 나누어보게 될 것이다.


17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귀족 자제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2-3년 동안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을 돌아보며 문물을 익히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했던 이유도 여행을 통해 이국적 선진문물을 접하고 느끼게 될 개안과 꿈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꿈을 '잠자는 동안에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이라는 현상론으로 바라보면 개꿈이 되지만, 먼 훗날까지 품고 가는 이상의 원천으로 보면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고 목표가 된다. 이 꿈을 좇아 지식을 쌓는 작업이 이어지고, 관심이 되고, 하고 싶고 해보고 싶은 대상으로 등장을 한다.


어려서 품고 있던 꿈을 향해 가고 있는가? 아니 "꿈이라고 했던 것이 있었던가?"라고 되물으면 그 질문에 답하기조차 망설여진다. 꿈을 갖지 못한 불행한 사람일 수 도 있다. 꿈이 없다는 것은 세상을 그저 그냥 세월 가는 데로 살고 있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있다고? 정말? 그냥 인간 본성대로 살아왔다고? 꿈이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는 시골 자연으로 돌아가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소일거리 삼아 감자 옥수수 심고 사는 것"이라고? 꿈이 너무 소박할 수 도 있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조차 쉽지 않음을 눈치채게 된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목표다. 도달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항상 품고 있는 연민이다. 반드시 이루어내고 가봐야 하는 그 어떤 것이다. 꿈은 이루어짐과 동시에 사라지고 다른 꿈으로 대체된다. 


그래서 꿈은 항상 업데이트가 생명이다. 과거의 꿈을 진일보시키는 과정에 지식의 유용성이 개입된다. 과거 품었던 꿈의 그림들이 현재에도 유용한가 들여다보면 상황이 변하고 근간이 바뀌어 너덜너덜해졌음을 보게 된다. 새로 고치고 수선하고 변화된 정보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예전의 지식으로 꿈을 재단했다가는 엉뚱한 옷이 만들어진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사이 온갖 정보들로 가득하고 통합과 통섭을 통해 메트릭스를 만들어간다. 과거의 지식에 얽매어 있다가는 코 베이는 줄 모른다. 내가 관심 갖고 따라가지 않으면 세상은 저만치 달아나 버린다. 뒤쫓아가기만으로도 벅찬 것이 세상살이가 되어버렸다.


따라가고자 만 해도 벅차니 금방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 그 함정을 이기고 넘는 방법은 지식의 습득에 재미를 붙여야 한다. 이 일을 내가 왜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왜 궁금해하는지 물어야 한다. 묻고 나면 답을 찾게 된다. 그 과정이 희열로 집중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난주 tvN 채널에서 하는 '유퀴즈온더블럭' 프로그램에, 11살 때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던 첼리스트 장한나가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떻게 음악 천재가 되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연주와 지휘와 악보를 볼 때 그 해석의 감정에 몰입하고 그 집중을 표현해 내려고 할 때의 그 열정적인 모습은 '그래 한 분야의 천재는 저렇게 만들어지는구나'를 증명해 보였다. 장한나는 대화 중에 "연습을 하루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을 안 하면 비평가가 알고 삼일을 안 하면 전 세계가 안다"라고 한 문구가 압권이다. 천재는 타고난다고 하지만 저 정도로 연습에 몰입을 해서 만들어졌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지식의 유용성도 마찬가지다. 장한나가 매일 연습으로 기량을 갈고닦아 나가듯이, 계속 업데이트를 하여 멈춰져 있는 지식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지식은 없다. 지속적으로 채워지고 조절하여 더 풍성해져야 가치를 발휘한다. 공부에 게을러지지 않도록 채찍질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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