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Jul 26. 2023

어린 왕자의 별에는 사람이 살 수 없다

우중충한 잿빛 하늘을 보고, 비 내리는 하늘을 가리느라 우산살의 세계만을 본 지 한 달 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울 때는 덥다고 불만이 충만하고, 비가 지루하게 내리면 습기가 많아 꿉꿉하다고 불평을 합니다. 해가 쨍쨍하면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하고, 비가 내리면 해가 났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금 나에게 없는 것, 지금 나의 환경에 없는 것을 쫒게 되는 게 인간 본성입니다. 인간이란 그렇게 생겨먹었습니다. 간사하게도 말입니다. 이 간사함이 오히려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는 원동력이 되는 아이러니로 작동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하늘의 별을 볼 수 있고 가끔은 대지의 흙 위를 흘러가는 도랑물의 졸졸거림도 듣고 싶고 그 물기를 빨아들여 색깔이 짙어지고 있는 배롱나무 꽃이 그리워지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특히나 하늘의 별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그렇습니다. 


언제였을까요? 하늘의 별을 쳐다본 것이 말입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야 별보다 밝은 가로등불과 건물들이 쏟아내는 존재의 불빛이 더 휘황찬란하여 별빛이 보일리 없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도 보일락 말락 가물거리는 별빛은 거의 존재의미를 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점점 잊혀 갑니다. 그나마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들만이 가슴속에 별빛을 품고 있는 정도입니다.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40년을 살아오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북극성과 북두칠성을 찾아본 적이 정말로 한 번도 없습니다. 하늘의 별자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여 그저 반짝이는 건 별이고 조금 더 큰 것은 달이라는 것만 알아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들에 이름 붙이고 상징화해서 의미를 부여한 별자리조차 나에겐 아무런 영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생떽쥐베리의 소설에서 어린 왕자가 화산을 청소하는 B-612 소행성이 하늘 어디쯤 있을까 더 궁금했습니다.


우주의 나이 138억 년의 깊이 속에 알알히 박힌 은하와 항성을 하늘이라는 평면에 점을 찍고 오리온자리네 전갈자리네 이름을 붙이는 것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국자모양의 북두칠성의 일곱 개 별 중 손잡이 끝에 있는 알카이드는 지구에서 101광년 떨어져 있고 다음 별인 미자르는 80광년 떨어져 있음을 아는 순간, 평면의 하늘에 일곱 개의 별로 상징성을 부여한 국자모양의 별무리는 허상에 이름 붙인 착각임을 눈치챘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평면보다 하늘의 깊이가 궁금했고 그 깊이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과학의 세계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내려와서 하늘의 별을 보던 한여름 횡성 펜션의 마당이 떠오릅니다. 6-7년은 지난 듯합니다. 고등학교 친구가 횡성 오원리 치악산 계곡 속에서 펜션을 운영할 때 친구들이 모인 적이 있습니다. 산계곡에 친구네 펜션이 유일한 시설이라 펜션의 가로등을 끄면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이는 곳입니다. 산이 깊은 골짜기라 인간의 불빛조차 넘어오지는 못했습니다. 그곳 펜션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친구 8명이 나란히 누웠습니다. 산그늘이 병풍처럼 하늘에 초점을 맞추도록 서있어 주었습니다. 하늘에 별들이 그렇게 많은 줄, 그렇게 쏟아지는 줄, 검은 천정에 크리스마스트리조명줄을 늘어놓은 줄 알았습니다. 나이 들어 그렇게 오래도록 하늘을 쳐다보다 잠들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늘의 별들은 저의 가슴속에, 눈 속에 남겨져 있습니다. 서호주의 아웃백을 들어가거나 몽골의 고비사막을 찾아가 180도 시야의 하늘에서 압도하는 은하수를 올려다봐야 우주 속에서의 나의 존재를 발견할 수 도 있겠지만, 소소하게 산을 배경으로 한 펜션마당에서의 하늘도 호기심과 심성을 키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향후 짧으면 10년, 길면 30년 정도가 지나면 지구 바깥에 또 다른 생명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밝혀질 듯합니다. 이미 2021년 12월 우주로 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우주 초기의 천체 생성 관측뿐 아니라 외계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단서를 찾기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초거대망원경(Extremely Large Telescope)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초거대망원경은 높이 80미터, 지름 88미터, 무게가 6,100톤이나 나가고 주거울의 크기가 39미터나 됩니다. 제임스웹 망원경 전체 지름이 6.5미터 정도이니 크기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름할 수 있습니다. 이 초거대망원경은 지상에서 현존 망원경들보다 15배 이상의 성능으로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거대망원경은 빛나는 항성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을 찾는 일을 합니다.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는 것이죠.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은 스스로 빛을 내는 뜨거운 별입니다. 생명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 빛나는 별 옆 어딘가에 존재하는 행성을 찾고 그 행성에 생명이 살고 있는지, 살 수 있는지를 밝혀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호기심은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넘어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골디락스(Goldilocks) 존에 꽂혀있습니다. 별빛의 스펙트럼만을 관찰하고 측정해서 생명의 존재 유무까지도 보고 싶어 진 거지요. 밤하늘의 별은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을 하면서 빛을 내놓고 있지만 그 주변에 그 빛으로 생명이 만들어지고 존재하는 행성이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지요. 지구와 같은 행성 말입니다. 인류 사고의 지평이,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 태양이 중심이었다는 것으로 대전환을 했고 이 태양계마저 우리 은하의 가장자리를 돌고 있음을 알아냈는데, 이제 더 나아가 138억 년 우주의 깊이 어딘가에 또 다른 생명이 있는지가 관심입니다.


저 무수한 밤하늘의 별 근처 어딘가에는 인간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생명의 존재가 분명 있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점점 듭니다. 지구에만 생명이 있고 그중에 인간이 최고로 진화한 동물이라는 오만을 벗어던지게 할 그 어떤 날을 기대해 봅니다. 자꾸 밤하늘을 쳐다보는 이유입니다. 비구름 너머를 보고 싶은 이유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교회오빠의 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