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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l 31. 2023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었다"

찜통더위가 예보된 아침인데 마음의 준비들은 단단히 하고 출근하셨겠지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왔다"라고 지난주 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습니다. 폭염이 일상화됐다는 소리이고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는 경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7월 1일부터 23일까지 전 지구 평균 기온이 16.95도라고 발표했습니다. 기상관측이래 7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의 온도입니다. 16.95도? 선선한 가을 날씨 정도의 기온 가지고 이 난리 브루스를 추고 있다고요?


그런데 이 16.95도는 전 지구 평균값입니다. 지금 북반구는 한여름이지만 남반구는 한겨울입니다. 한겨울, 특히 남극에서 관측되는 기온 값들도 다 포함한 거라고 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전 세계 기상관측기록이 통합되기 시작한 20세기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3.9도였습니다. 한겨울인 남극의 세종기지에 이번 7월 들어 비가 네 차례 왔고 6월에도 4번 내렸다고 합니다.


지구 곳곳의 폭염도 문제지만 한 겨울 남극에 비가 내리는 현상이 빈번해지면 더 심각해집니다. 비가 내리면 쌓였던 빙하가 녹아 쓸려 내려갑니다. 문제는 녹은 빙하물이 바다로 유입되면 대양 해류 순환벨트가 멈춘다는데 있습니다. 빙하가 녹은 물은 민물이라 염도가 낮아 심층수로 내려가지를 못합니다. 남극 근처에서 심해로 내려간 바닷물은 대서양을 거쳐 그린란드 근처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북극의 찬 바닷물의 영향으로 심해로 내려가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을 지나 다시 남극해를 한 바퀴 돈 후 태평양을 돌아오는 순환 사이클을 그립니다. 그런데 남극빙하가 녹은 물의 양이 많아지면 이 해류 순환사이클의 속도가 늦춰지거나 멈추게 됩니다.


바다는 지구 열 에너지의 90% 이상을 흡수하고 탄소도 20-30%를 가두고 있습니다. 지구의 마지막 환경 보루인 바다까지 지구 열대화로 점점 데워지게 되면 지표상의 생명은 더 이상 존속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국 플로리다 바닷물 온도가 38.4도였답니다. 사람 체온보다도 높습니다. 목욕탕 온탕에 들어갔을 때의 온도입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바닷물은 천천히 데워지지만 식을 때도 천천히 식는다는데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바닷속 생태계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대지가 달구어지고 지구 곳곳에 산불로 번지고 땅이 갈라지는 현상은 눈에 보이니 그 심각성을 금방 인지할 수 있지만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서 변화되는 바닷속 생태계는 간과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지구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큼에도 말입니다.

우리 한반도로만 국한해서 봐도 그렇습니다. 오늘 낮 기온이 35도 정도로 예보되어 있습니다. 기상 관측사상,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가 가장 많아 우리나라 역대 최고로 더웠던 해는 2018년 있었고 1994년, 2016년도 최고 온도 순위의 최상위에 있습니다. 그중 서울이 가장 더웠던 날로 기록된 것은 2018년 8월 1일로 39.6도였습니다. 이 기록조차 올해의 폭염 수준으로 봐서는 곧 갱신될 것이 틀림없을 듯합니다.


지구 열대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논쟁이 분분합니다만 인간의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더욱 가속화되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지구 환경 변화에 인간이 유일하게 개입되어 영향을 끼치고 있는 종입니다. 화산 한번 폭발하면 그까짓 인간의 탄소 배출 절감 노력 10년 치를 한꺼번에 까먹을 수 있다고 자조 섞인 논평을 내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속화시키는 환경변화만큼은 최소화시키는 것이 후대 인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현존 인류의 임무가 아닌가 합니다.


아니 한번 환경의 임계점(singularity)을 넘어서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특이점이 우리 세대에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작금의 자연현상을 통해서도 멀리 있지 않음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늦추고 막아야 하는 것이 현재 인류가 감내해야 할 중요한 사명입니다. 내 한 몸 조금 편해보자고 마구 사용하는 자원은 없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내가 당장 참여하지 않고 내가 당장 줄이지 않으면 지금 바깥의 저 온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 틀림없을 겁니다. 내가 자동차로 출근 안 하는 정도 가지고, 내가 에어컨 잠시 안 트는 것 가지고 지구 열대화를 늦추는데 무슨 영향을 줄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일상생활을 통해 탄소배출이나마 줄이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모이고 모이면 커다란 지구 보호막으로 작동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지금까지 지구 표층의 환경을 변화시켜 온 것도 인간이기에 앞으로 지키고 가꾸고 유지시키는 것도 역시 인간이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음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입니다. 바깥의 저 무더운 기온을 뚫고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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