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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02. 2023

항공사 직원의 노심초사 여행준비기

체감온도 40도에 다가서는 요즘, 어떻게 잘 버티고 잘 견디고 계신가요? 이 무더위를 피해 어디 시원한 계곡이나 호캉스? 수영장 파라솔 밑에서 "더위가 뭥미?" 정도를 외치고 계신가요?


휴가철이긴 한가 봅니다. 이번주 들어 출근길 전철 안이 조금 한가해졌습니다. 차를 가지고 출근하는 직원들도 지난주보다 일찍들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차가 안 막힌답니다.


죽네 사네 해도 휴가는 떠나고 즐길건 즐기는 게 세상사는 걸 겁니다. "인생 뭐 있냐? 놀 수 있을 때 놀아야지"를 외치고 사는 게 소시민들의 작은 호기이자 세상사는 맛이 아닐까 합니다.


휴가철의 피크시즌이라고 하는 칠말팔초의 시간인지라 이미 휴가를 다녀오셨거나 휴가 중이신 분들이 더 많을 듯합니다만 사실 최고의 휴가는 에어컨 빵빵 돌아가는 사무실이 최고의 휴양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듬성듬성 휴가 떠난 직원들의 빈자리가 공간의 시원함을 더해주고 휴가를 갔을 거라는 지레짐작으로 사무실 전화통도 조용합니다. 그렇게 사무실은 조용하고 시원한 도심 속 휴양지 역할을 하기에 충분합니다.


아직 여름휴가를 안 떠나신 분들도 다들 계획이 있으시겠죠? 요즘은 예전처럼 여름휴가 날짜를 일괄적으로 잡아놓고 쉬는 게 아닌지라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연차휴가를 내고 쉬는 문화로 바뀌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극성수기에는 여러 교통 숙박 요금도 비싸지고 바가지 상혼에 멍들기 십상인지라 오히려 한가한 비수기에 여유롭게 다녀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물론 여름휴가를 가족들이 함께 하는 여행으로 준비하다 보면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평상시에는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보통 방학 때에 몰리고 그나마 가장 더워 업무 효율도 안나는 칠말팔초로 자연스럽게 몰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3년여 묶여있던 해외여행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양 샙니다. SNS를 장식하는 사진 속에 해외 유명 관광지나 휴양지 리조트 모습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코로나 이후 아직 해외를 나가보지 않은 터라 올해는 어디 갈만한 곳이 있을까 기웃거려 보고 있습니다. 항공사 직원들이 요즘 같은 성수기에 해외여행을 계획한다는 것은 언감생심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물론 항공권도 내돈내산으로 산다면 그나마 관계없겠지만 항공권을 제 값 주고 산다는 것은 항공사 직원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일 겁니다. 항공사 직원들은 세금을 포함해 항공운임의 10% 정도를 내는 대신에 좌석 예약을 할 수 없습니다. 항공기에 일반 예약 승객이 모두 탑승한 이후 빈 좌석이 있을 경우에나 탈 수 있는 스탠바이 티켓입니다. 이렇다 보니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호텔도 예약해야 하고 도착지 기차도 예약해야 하는데 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항공편 때문에  현지 예약을 미리 할 수 도 없습니다. 현지 예약을 모두 했다가 막판에 예약 승객이 급증하거나 다른 항공사 비행 편이 취소되어 타 항공사 승객들까지 넘어와서 비행기를 못 타서 현지 예약을 모두 취소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여행 전체 일정이 모두 꼬여버립니다. 항공사 직원들이 성수기에 쉽게 여행을 못 가는 이유입니다. 물론 여름성수기가 항공사로서는 제일 바쁜 시기라 열심히 고객을 만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는 일에 전념해야 하기에 휴가는 나중에 성수기 지나고 조금 한가할 때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온 가족이 같이 움직이는 여름휴가라면 성수기라도 그나마 예약율이 가장 낮은 항공편이 어디 있는지 찾아 후보 여행지를 두세 곳 잡습니다. 항공사마다 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항공편 이용 혜택들이 다르긴 하지만 제가 다니는 항공사는 노선별 항공편 예약상황을 보여주고 대기자 인원 숫자도 보여주어 여행 계획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별도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예약상황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숫자인지라 어떻게 예약이 늘어날지는 주식 상황판처럼 알 수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예약률 변화상황을 체크해야 합니다.


예약 상황판을 보는 오랜 경험에 따르면 노선별로 예약율 변화추이를 무당이 사주 보듯이 맞추기도 합니다. 미주나 유럽과 같은 장거리 노선의 경우 LA, 뉴욕, 파리, 프랑크푸르트, 런던 같은 비즈니스 노선은 출발일 삼사일 전까지도 예약이 금방 차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머지 노선들은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시인지라 출발일 2주 전 정도의 예약율이 출발일까지 서너 좌석이 더 예약되는 선에서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주말에 출발하는 항공편의 예약율도 높은 편이라 여행 출발일을 정할 때 화/수/목 정도 출발했다가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으면 그나마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성수기라도 틈새 날짜와 틈새 시간대들이 있기에 잘 공략하면 비행기를 탈 수 있는 행운을 잡을 수 있는 겁니다.


저는 이런 행운을 다음 주 금요일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항공편에 걸었습니다. 막내 녀석은 벌써 오늘 비엔나로 가는 항공편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 달간 동유럽을 혼자 다녀오겠다고 떠났습니다. 여름휴가를 같이 가자고 하니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혼자 가겠다고 가버렸습니다. 막내한테 버려진 와이프와 저는 할 수 없이 둘이서 암스테르담으로 갔다가 벨기에 브뤼셀을 거쳐 오는 일정으로 호텔과 기차 예약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제 항공편 예약상황이 더 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예약상황으로는 타는데 무리가 없을 듯 하지만 출발일까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긴 합니다. 잘 갈 수 있겠지요. 멋진 풍광과 소식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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