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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08. 2023

오늘이 입추라는데 ---

저만 그런가요? 아침 출근길, 얼굴에 닿는 공기의 기운이 약간은 선선한 듯한 기분말입니다. 그냥 기분 탓일까? 원인을 유추해 봅니다.


때마침 오늘 아침은 백팩도 안 매긴 했습니다. 손과 어깨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 출근하니 걸음걸이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 덕분에 아침 공기가 좀 더 시원하게 느껴졌을까요? 어제저녁약속 때문에 백팩을 사무실에 놓고 간 이유가 오늘 아침 체감온도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한 듯합니다. 백팩의 무게가 2-3kg은 될 테고 그 무게를 운동 에너지환산하면 그 무게를 매느라 사용된 몸의 열에너지와 그 작동기재로 나오는 땀의 무게로 표시할 수 있을 테니 당연합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지금 남녘에 태풍 '카눈'이 북상 중이어서 그 여파가 밀려 올라와서 일 수 도 있겠다는 연관성을 떠올려 보지만 아직 서울까지는 그 세력을 못 미쳤을듯하여 선선함의 원인으로는 일단 배제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달력에 표시된 글자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달력의 오늘 날짜에는 '입추'라고 적혀 있습니다. 24 절기 중 절반을 지난 열세 번째로 여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입니다. 절기로는 보통 입추부터 입동까지를 가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겠지만 24 절기는 태양의 황경에 맞춰 1년을 15일 간격으로 24등분해 계절을 구분한 것뿐입니다. 음력이 아닌 태양력에 의한 절기표시라, 달력에는 한 달에 무조건 2개의 절기가 일정하게 표시됩니다. 한 달의 초입인 4-8일경에 하나, 그리고 월 후반 들어 19-23일경에 다시 하나의 절기가 표시됩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면서 만들어지는 360도 원에서 태양의 황경이 0도인 춘분을 기준으로 15도 이동했을 때마다 절기를 하나씩 넣은 것입니다. 이번달만 봐도 오늘(8일)이 입추이고  23일에 처서가 들어 있습니다.


이 24 절기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풍습에 의해 절기로 착각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단오와 초복, 중복, 말복, 추석입니다. 말복은 보통 입추 뒤에 위치하여 이 말복이 지나야 더위가 완전히 지났다고 여깁니다. 올해는 이번주 목요일인 10일이 말복입니다. 여름의 절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폭염이 2주일째 지속되고 있고 오늘도 서울 낮기온이 36도를 예고하는 와중에 '선선함'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태양을 도는 지구의 기울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같은 각도로 움직이고 있을 텐데 예전과 달리 덥다는 기온 변화는 그 지구의 기울기로 인한 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동해안 해수욕장 폐장일이 8.15 광복절을 전후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광복절 이후부터는 바닷물이 차가워서 들어갈 엄두를 못 냈다는 겁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 예고된 전국 해수욕장 폐장일을 보니 동해안의 경우, 경포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해수욕장들이 8월 20일, 속초해수욕장이 일주일 뒤인 8월 27일을 폐장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및 남해안 지역은 8월 말을 해수욕장 폐장일로 잡고 있습니다.


30년 전보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해수욕장 운영일 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바닷물 온도가 높다는 것이고 기온도 높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일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덥다 덥다 해도 곧 사그라들 열기임을 알고 있습니다. 땀이 흐르고 끈적끈적 습기가 옷깃을 잡아당겨도 곧 뽀송뽀송한 순간들이 다가올 것임을 예감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처럼 말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한, 이 사이클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역사 46억 년을 지나왔고 앞으로 50억 년 정도가 지나면 적색거성이 된 태양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지구의 운명이지만 100년 정도밖에 분자배열을 갖추고 있지 못하는 지구표층의 생명에게는 무한의 시간이라 해도 좋을 시간이라 현재 시간의 지배가 더 중요하고 의미로 다가올 뿐입니다.


폭염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최고기온을 갱신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세력이 강한 태풍도 올라오고 있으니 대비를 잘해서 버텨내면 그동안 말복도 훌쩍 지나가버릴 것입니다. 폭염의 시간은 끊어지고 선선함의 시간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계절은 기다리면 반드시 옵니다.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으로서 지구의 위치가 바뀌지 않는 한 말입니다. 잠시 출근길 선선함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분들로부터 혼날 수 도 있는 일이긴 합니다. 지금 바깥에 내리비추는 태양의 열기를 보고 잠시나마 선선했다고 착각하는 뺨의 느낌을 유지해보고 싶은 마음에 헛소리를 지껄였다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저녁으로나마 낮의 열기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음을 눈치라도 챈다면 저 폭염을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도 저 더위를 잘 버텨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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