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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24. 2023

고민은 털어놔야 가벼워진다

마음속으로 괴로워하며 번민하는 상태를 고민(苦悶)이라고 한다. 이 고민거리는 마음에 담아두면 담아둘수록 스스로 크기를 키우는 묘한 성질이 있다. 어떻게든 빨리 밖으로 끄집어내어야 크기가 줄어들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고민거리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치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은 스트레스가 되어 병을 키우는 단초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다소 창피하더라도 꺼내놓아야 한다.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는 않더라도 가까운 지인들에게 털어놓고 상의를 하고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다.


집단지성에 묻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의 경험치가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상황과 고민을 바라보는 시각도 천차만별이다. 누구에게는 고민거리일 테지만 그 어떤 누구에게는 하찮은 일상일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을 이미 경험한 누군가에게는 특히 그렇다. 드러내놓으면 온갖 해결책이 달라붙는다. 혼자 끙끙거리며 앓고 있던 사안이 봄볕에 눈 녹듯이 해결방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엔트로피의 확률 속으로 고민을 던져 넣으면 그만큼 해결 확률도 커진다는 아주 단순한 자연의 논리 적용이다.


고민을 주변에 알리고 자문을 구하는 행위는 움직임이다. 고민해결의 첫 번째 키워드가 바로 행동에 있었던 것이다. 이 움직임에는 자아적 움직임과 집단적 움직임, 두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아적 행동에는 촉감과 리듬, 율동을 수반해 쾌감을 만든다. 촉감을 동반한 움직임이 쾌감을 주는 현상은 갓난아이가 울 때 달래주는 행위로 쉽게 알 수 있다. 갓난아이는 우는 행위를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되는데 이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방법이 안아서 가볍게 흔들어주는 것이다. 바로 안아줄 때의 촉감과 흔들어주는 율동을 통해 호르몬 수치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안고 흔들어 달래주면 금방 울음을 그치고 새근새근 다시 잠을 자거나 방긋이 웃기도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행위는 성인이 되어서도 가능하다. 바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동물이라는 생명의 기본 기제가 바로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뜻이므로 움직임은 동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본 정의이기도 하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었다'는 것과 동의어다.

그런데 사실 '움직이지 않는 것' '죽어있다는 것' '아무것도 없는 어둠' '무생물'이 우주의 본질이다. 살아있고 움직인다는 생명은 우주의 본질에서 아주 특별하고 이상하게 지구 표층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경이롭고 특별한 행위이다. 모든 동물은 신체적 위기상황이 닥치면 꼼짝 않고 얼어붙는 동작을 본능적으로 취한다. 일단 멈칫 얼어붙었다가 다음 동작으로 후다닥 도망가거나 싸워도 될만한 상대라고 여기면 공격이든 방어든 하게 된다. 생존의 제1조건이 꼼짝 않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 표층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명은 움직임을 통해 쾌감을 유도하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이다. 움직인다는 것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고 소비할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힘듦을 쾌감으로 전환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동물들은 개발해 낸 것이다. 진화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


움직임의 두 번째 작동기제인 집단적 움직임, 사회적 움직임은 일개 개인이 할 수 있는 행위와 능력을 뛰어넘어 십시일반 힘을 보태 문제와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천군만마다. 고민을 끄집어내어 만천하에 공개하면 해결책이 반드시 나온다.


움직여라. 행동하라. 말은 쉽지만 잘 되지 않는다. 바로 행동에는 감정이 실리고 엄청난 추진력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라고? 행동으로 나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부추기는 감언이설이자 자극이다. 용감한 사람만이 부와 명예와 권력과 지식을 가질 수 있다. 용감하다는 것은 두려움을 모르고 기운차고 씩씩하게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행동에 방점이 찍혀 있다.


행동하는 인간만이 위대하다. 하지 않으면 편할 수는 있지만 그 어떤 기회도 오지 않는다. "해 봤어?"라는 한마디가 인간 행동을 규정하는 폐부를 찌르는 질문이다. 고민거리가 되었든 수행과제가 되었든 일단 꺼내놓고 들이대야 한다. 모르면 묻고 찾아보고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물어야 한다. 해결책은 널려 있는데 그 방법을 찾아가는 길이 빠른 지름길인지 돌아가는 우회로인지 정도일 뿐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점점 심연으로 가라앉는 침몰선이 될 뿐이다.


자명하다. 움직일 것인지 말 것인지 말이다. 카우치맨보다는 산책맨, 조깅맨이 되어보자. 고민에 대한 해결책의 아이디어는 그 안에 이미 담겨있는데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꺼내놓으면 햇빛에 빛나는지, 빗물에 젖는지 금방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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