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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Aug 31. 2023

동네 사람은 안 가는데 외지인한테 인기 있는 식당

음식값은 얼마가 적당할까요? '적당한'의 기준은 뭘까요?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는 서소문에는 이름께나 알려진 유명 식당들이 몇 곳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콩국수집도 있고 삼계탕집, 족발집도 있습니다. 서울에서의 유명세를 넘어 외국인들까지 가세하여 점심때에도 오픈런을 하는 11시부터 대기줄을 서야 하는 곳들입니다.


이런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서소문에 직장을 둔 직장인들은 이들 식당들은 거의 가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음식 취향이 다르니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체로 이들 식당들은 거른다는 의미입니다. 저만 해도 이들 식당은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습니다. 유명세를 듣고 찾아오는 지인들의 성화에 못 이겨 1년에 한두 번 마지못해 갈까 말까 정도입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인기 없는데 외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뭘까요? 동네 사람들은 언제든지 갈 수 있고 먹을 수 있으니 안 가는 것일까요? 아니 동네사람들이 자주 안 간다면 이유가 있을 겁니다.


맛은 개인적 편차가 심하니 맛을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어 제외하기로 합니다. 물론 이들 식당들은 맛으로 전국과 해외로 소문이 난 곳이니 굳이 맛을 들먹일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동네사람들의 발길을 끊게 만들었을까요? 손님이 너무 많아 대기하는 줄이 길어서 일 수 도 있지만 대기시간은 동네에 있으니 충분히 조절 가능합니다. 오픈런을 할 수 없으면 시간대를 늦추면 됩니다. 하지만 식사시간대를 조절하면서까지 먹어야 할 이유를 못 찾는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바로 가격과 종업원의 서비스입니다. 아시겠지만 콩국수 한 그릇에 15,000원 합니다. 옆집의 냉면 전문점도 덩달아 15,000원 합니다. 서울 사대문 한가운데라고 하지만 흉악한 가격이라는 것에는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이 가격이 최근에 오른 것이 아닙니다. 근래에는 안 가봐서 언제 올랐는지 모르겠는데 제 기억으로는 코로나전부터 이 가격대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삼계탕집도 엇비슷합니다. 병아리 같은 닭만 들어 있으면 19,000원이지만 산삼과 전복이 들어가면 31,000원을 받습니다. 뭐 이 가격대가 서울시내 대표 콩국수나 삼계탕 가격이니 이 집들만 비싸다고 할 수 도 없는 지경이긴 합니다.

서비스도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대기하는 손님이 줄을 섰는데 좋은 서비스가 나올 리 만무합니다. 그냥 기계로 찍듯이 손님 받고 상 치우고 자리 메꾸기 바쁩니다. 그래도 손님이 밀려드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애써 좋은 서비스받기를 포기합니다. 그게 속 편합니다. 이렇게 복작이는 식당에서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런 불만들을 들었는지 손님들을 살갑게 대하고 대기줄도 빨리빨리 확인하고 인원수 맞춰주고 한답니다. 서비스는 그나마 손님 배려로 바뀌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최근 외신보도를 보면, 이탈리아 북부 코모 호숫가의 한 카페에서는 샌드위치를 절반으로 쪼개달라는 요청에 2유로를 청구하고, 사르데냐 섬에 있는 호텔에서는 커피 2잔과 물 2병에 60유로(약 86,000원), 빈 접시를 추가로 달라고 했더니 2유로, 카푸치노에 코코아 가루를 뿌리는데 10센트를 추가 비용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호텔 측은 이 가격이 메뉴판에 적시되어 있으며 항구에 정박한 호화로운 요트를 바라보는 전망에 대한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미친 영수증(Crazy Receipts)이라는 바가지요금 상혼은 수요와 공급의 경제에서 수요가 많을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 세계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듯합니다.


사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안 먹으면 됩니다. 안 가면 됩니다. 식당에 들어갔더라도 안 먹고 나오면 됩니다. 이게 잘 안된다고요? 그래서 바가지 상혼이 득세를 합니다. 비싸거나 서비스가 나빠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그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먹고 마시는 사람이 있기에 바가지가 깨지지 않는 겁니다. 한번 오고 안 올 뜨내기 손님을 노리는 겁니다.


그 비용을 지불하고라도 먹을 가치가 있을 만큼 맛이 있다면 먹으면 됩니다. 비싸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안 됩니다. 비싸면 안 가고 안 먹는 권리를 행사하면 됩니다. 비싸서 손님 떨어지면 가격이 내려가겠지요. 비싸서 손님 안 가면 식당 망할 텐데 이 정도 눈치 못 채는 주인장 없을 겁니다.

저는 식당이 흉악한 가격을 제시하는데 불만이 없습니다. 안 가면 되니까요. 설사 가격대를 모르고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메뉴판 보고 비싸면 그냥 나오면 됩니다. 자리에 앉았다 그냥 나오기 뭐해서 할 수 없이 그냥 먹는다고요? 비싸다고 인식되면 주저 없이 그냥 일어서면 됩니다. 요즘 인기 많은 파인다이닝이나 오마카세 식당들도 점심에 1인당  6-8만 원 합니다. 저녁에는 20만 원대가 보통입니다. 그런 고급 식당들도 예약하기가 힘든 곳이 많습니다. 어떨까요? 이들 식당들도 비싸다고 힐난을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센 놈 한테는 감히 들이대지도 못합니다. 비싸면 비싼 이유가 있을 거라 핑계를 찾아 들이댈 겁니다. 이들 식당도 가격대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들어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망해서 문 닫을 겁니다. 20만 원 주고 먹을 만큼 허세가 만연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그런 식당들도 계속 살아남을 테죠.


"1년에 한 번쯤은 먹어줘야 해" 정도로 맛을 인정받는 식당이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맛이 가격을 쥐고 있는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하지만 간사한 것이 입맛이라고 몇 번 먹어보면 그 맛이 그 맛임을 눈치챕니다. 꼭 그 식당에 가지 않아도 널려 있는 게 음식점입니다. 그 와중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손님을 줄 세우는 식당은 사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식사 약속들은 어떻습니까? 어떤 메뉴로 예약을 하고 계십니까? 아직 메뉴 선택에 고민 중이시라고요? 직원식당에 트레이 들고 줄 서 보시지요? 무얼 먹을까 고민하지 말고 주는 데로 먹는 편안함을 선택해 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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