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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Sep 14. 2023

말을 잘해야 하는 이유

말 즉, 언어는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의 최고봉이다. 몸짓으로 표현하는 제스처도 있지만 언어의 정교함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몸짓과 표정에도 감정을 실을 수 있긴 하지만 역시 단어와 언어가 주는 감정에는 미치지 못한다. 언어가 갖는 강력한 힘이다. 단어에는 행동과 개념과 의미가 함께 담겨있다. 이 단어들이 연결되어 문장이 되고 문맥을 형성한다. 강력한 메타포를 함유할 수밖에 없다. 말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


말에는 힘이 있다. 듣는 사람을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며 감정을 격앙시켜 분노하게도 하고 사랑을 느끼게 할 수 도 있다. 감정의 시작이 언어로부터 인 까닭이다. 그래서 인간은 "언어가 주는 의미의 장에 갇혀 있다"라고 표현한다. 생각과 감정과 행동 등 모든 인간행위의 출발은 언어였던 것이다.


말은 그만큼 중요하다. 조심해야 하고 선별해서 말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할 것인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할 것인지는 명확하다. 강원국 작가가 말한 "대화는 말하는 사람의 수사학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심리학이다"라는 표현이 정곡을 찌르는 말의 정수이지만 듣는 사람의 심리를 움직이게 하는 첫 말도 중요하다. 말을 해야 말을 듣기 때문에 말과 대화의 순서가 있다는 소리다.


첫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장과 문맥의 방향이 정해진다. 같은 뜻인데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


광고문구 한 문장에 제품의 운명을 거는 광고홍보학계에 전설 같은 네이밍 사례들이 많지만 그중에 하나가 거리에서 구걸하는 맹인 옆에 놓인 문구에 대한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I am blind please help"라고 쓰여 있을 때는 적선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 문구를 "It's a beautiful day and I can't see it"이라고 바꿔서 써놓자 동전을 놓고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례다. 같은 상황을 달리 표현함으로써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주머니 동전을 꺼내게 만든다.

말이 되었든 글이 되었든 자기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알리고 공감을 얻고자 함이다. 당연히 더 좋은 표현, 더 좋은 말, 더 유머스러운 언사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을 더 잘 설득할 수 있고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을 진단하는 의사가 유전병이 있는 환자에게 질환을 이야기하며 "지금 앓고 계신 것은 유전입니다"라고 하면 환자가 매우 낙담하고 부모 원망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부모님께서도 이 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라고 전하면 환자는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다는 얼마나 힘드셨을까를 생각하면서 부모랑 같이 이 병을 치유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한다. 말의 힘이다.


인간에게 있어 말과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아닌가 한다. 신언패처럼 말을 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부드럽게 잘하느냐는 더 중요하다. 신언패는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 ;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라는 문구로 입조심을 단속했다. 하지만 단속만 한다고 감춰지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쉽지 않다. 대화를 하다 보면 불쑥불쑥 감정 섞인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대화 중에는 자기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방이 돌아가고 나서 그 뒷모습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그림자로 전해진다.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고 문장 하나 쓰는데도 온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아'다르고 '어'다르다. 문맥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 내가 말을 아끼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고 말을 아끼되 하고자 하는 말에는 조금 더 사랑을 담고 조금 더 친절을 담아 상대가 마음 상하지 않도록 하는 작은 배려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해서 짜증 나는 물음일지라도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를 내가 먼저 자문해 보고 차분히 설명을 해야 한다. 매일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것일지라도 매너리즘에 빠져 건성건성 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상황이겠지만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그래야 내 주변이 조금 더 밝아지고 내 주변으로 사람이 조금 더 많이 다가올 테니 말이다. 


말과 언어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 필연적 연결고리이니, 잘 말하고 잘 쓰는 요령이 너무도 필요함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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