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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Oct 23. 2023

2024년 전망 보고서 속 단어의 실체

계절이 가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때쯤이면 기업 및 연구소들은 내년 2024년 준비를 시작하고 이미 전망에 대한 결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합니다. 전망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예측하는 것이기에 맞는지 틀리는지는 내년이 끝나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쟁이 신점 내리듯이 두리뭉실 타법으로 용어 나열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다가오지 않은 일은 무한대의 확률로 전개될 것이기에 그 흐름을 예견하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측이 어렵기에 더 빠져들게 됩니다. 점쟁이들이 불확성과 불안을 양식으로 삼아 밥벌이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내년을 예측, 전망하는 많은 경제연구소들이 경제 성장률 및 흐름에 대한 자료들을 내놓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비슷비슷한 결과의 보고서들을 보게 됩니다. 어느 연구소에서 얼마나 많은 변수들을 섞어서 융합된 숫자를 내놓는지가 정밀성을 좌우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기다리는 보고서가 2개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정보기술 연구 및 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에서 매년 개최하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하는 '다음 해에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자료이고 또 하나는 국내에서도 서울대 김난도 교수 및 여러 전문가들이 함께 참가하여 매년 소비 트렌드를 전망하여 발행하는 '트렌드 코리아' 책입니다. 


가트너가 내놓는 자료는 IT기술 트렌드에 대한 전망이고 김난도 교수가 내놓는 전망은 소비 패턴에 대한 내용이라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중요한 두 축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 그룹들의 예측이므로 들여다볼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달 10월 초 '트렌드 코리아 2024' 책이 출간되어 시중에 나왔고 가트너는 지난주 심포지엄을 열고 내년도 기술 트렌드를 발표했습니다.

가트너가 제시하는 2024년 주요 전략기술 트렌드 10가지를 보면 1. 보편화된 생성형 AI(Democratized Generative AI) 2. AI 신뢰, 리스크 및 보안 관리(AI Trust, Risk and Security Management) 3. AI 증강 개발(AI -Augmented Development) 4. 지능형 애플리케이션(Intelligent Applications) 5. 증강 연결된 인력(Augmented-connected Workforce) 6. 지속적인 위협 노출 관리(Continuous Threat Exposure Management) 7. 기계 고객(Machine Customers) 8. 지속 가능한 기술(Sustainable Technology) 9. 플랫폼 엔지니어링(Platform Engineering) 10. 산업 크라우드 플랫폼(Industry Cloud Platform)입니다. 지난해 발표했던 2023 트렌드 자료와 중복되는 항목과 단어들도 여럿 있지만 매년 반복되어 등장한다면 IT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 전략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의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DRAGON EYES' 화룡점정입니다. 내년이 용의 해인지라 키워드를 맞춘 모양샙니다. Don't Waste a Single Second : Time-Efficient Society(분초사회), Rise of 'Homo Promptus(호모 프롬프트),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육각형인간), Getting the Price Right : Varible Pricing(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On Dopamine Farming(도파밍),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요즘 남편 없던 아빠), Expanding your horizons : Spin-off Projects(스핀오프 프로젝트), You choose, I'll follow : Ditto Consumption(디토소비), Elasticity, Liquidpolitan(리퀴드폴리탄), Supporting one another : Care-cased Economy(돌봄 경제)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책에서 제시하는 키워드들을 보면 키워드를 만들기 위해 단어를 만들어 억지로 끼어넣는다는 인상이 강하게 듭니다. DRAGON EYES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렇게 매년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과 용기는 굉장해 보이나 이 용어 생성을 위해 영어를 가져와 활용하는 속내도 읽을 수 있습니다. 소리글자로 설명 서술 용어인 한글로는 개념을 규정하는 신생 용어를 만들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용어에 익숙지 않으면 뭔 소리 하는 건지 알애챌 수 가 없습니다. 한순간 듣고 사라지는 휘발성 용어에 그치고 맙니다. 창의성의 강박관념이 빚은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년 무언가 새로운 전망을 내놓고 새로운 용어로 가면을 씌워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작업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결과물에 얽매이다 보면 애매모호한 보고서를 내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트렌드가 매일 매년 변하고 바뀌는 것이 본질이긴 하지만 그 변화의 차이를 눈치채고 단어와 용어로 표현하고 흐름으로까지 발전하는데 1년은 너무도 짧을 수 있습니다. 전망과 트렌드는 말 그대로 방향이자 흐름입니다. 순간순간을 포착하는 스냅사진이 아니고 끊김 없는 동영상이라는 소리입니다. 매년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가져다 붙이느라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차라리 1년이 아니고 3년, 5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보고서를 내는 게 더 정확하고 의미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결과보고서와 전망보고서의 접근이 달라야 함은 자명합니다. 전망보고서에 나오는 용어에 익숙지 않은 비전문가의 넋두리입니다만 그래도 전문가들의 리그에서만 작동하는 보고서일지라도 일반인도 읽고 어느 정도 이해하고 알아챌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무식한 비전문가는 깨갱하고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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