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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May 19. 2020

백수의 하루, 스케줄 짜기

과로하되 죽지 않을 만큼만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합니다. 할 일이 많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이것저것 백수 이전에 못해본 것들을 하느라 정신없이 살아서 그럴까요?


이 의문을 몸소 체험하는 한 달을 보내 보기로 합니다. 과연 과로사할 만큼 새로운 환경에 심신을 노출해야 하는지 경험해 보기로 말입니다. 전 직원들이 나누어 한 달씩 휴업에 들어가기로 하고 저는 5월 16일부터 한 달 쉬기에 돌입했습니다. 어영부영 하루하루를 보내다가는 체중만 불려 한 달 뒤에 출근하여 동료들이 알아보지도 못할 지경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1차 목표를 세웁니다.


아침 기상시간은 출근 때와 동일하게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기로 합니다. 6시부터 아침 조깅을 한 시간반 정도 하면 10Km 정도를 뛰다 걷다 할 수 있습니다. (아침 조깅은 한 달 동안 매일 10Km씩 총 300Km를 해볼 심산입니다.) 7시 반 집에 도착, 샤워를 하고 8시에 출근하는 마나님을 근무지인 학교로 자동차로 모셔다 드립니다. 다시 집에 오면 9시 정도. 이제 본격적으로 브런치 글쓰기 작업을 합니다. 출근할 때는 아침 출근하여 글을 썼으니 8시 이전에 글과 사진을 업로드했는데 이제 집에서 작업을 하니 업로드 시간이 좀 늦어졌습니다. 곧 익숙해지겠지요.

글 쓰고 업로드하는 일이 끝나면 브런치로 간단히 커피와 요기를 할까 합니다. 평소 출근 때도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우유나 두유 한 잔 마셨는데, 집에 있다고 챙겨 먹었다가는 그대로 뱃살로 갈 것 같아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출근 시 하지 않던 조깅을 10km씩 하니 조금은 먹어도 될 듯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히 했던 주변 사람들을 찾아가는 일을 하러 한 달 스케줄로 잡아놓은 지인들과의 점심식사 약속을 하고 만나러 나갈 준비를 합니다. 이미 한 달 동안의 여러 약속 스케줄을 잡은 덕에 바쁘게 시간 관리를 해야 할 듯합니다. 직장생활 30년 만에 이렇게 평일 점심에 집에서 나가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정말 희귀하고 드문 일이라 가슴 뛰는 외출의 연속이 될 듯합니다. 그렇게 평소 보고 싶고 만나고 싶었지만 못 봤던 지인들을 차례로 만나면 나름 많은 사연과 추억들을 소환해 낼 듯합니다.


오후 시간과 저녁 시간도 나름 스케줄링을 잘해보려 합니다. 대학원 1학기도 등록 중인데 코로나 19로 온라인 강의를 5월 말까지는 계속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수요일 저녁시간을 대학원 온라인 수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나머지 요일의 저녁시간을 잘 활용해야 할 텐데 일단 술 마시는 일은 제외 1순위입니다. 물론 아예 안 마시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꼭지가 돌거나 집을 못 찾아올 정도로 마시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소주 한 병, 폭탄주 5잔 정도로 제한합니다. 만나는 사람, 분위기에 따라 더 마실 수 도 있겠지만 한 달 쉬는 동안 술 마시는 일은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술은 분위기를 돋우는 사변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 스케줄에 더해 가족들과 지방 여행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와이프는 학교 출근을 해야 하니 이번 주말을 끼고 2박 3일 동해안으로 한 바퀴 돌아올 예정입니다. 이미 지인의 도움으로 숙소 예약까지 마쳤으니 맛집 순례와 가볼만한 곳 자료를 검색해 휴대폰에 저장해 놓습니다.

휴업 한 달 동안 친구와 지인들의 골프모임도 네 차례 예정되어 있고 일요일마다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에서 하는 "137억 년 우주의 진화" 강의도 이번 주부터 시작입니다. 달력 한 달의 하루하루에 시간대별로 스케줄을 채워 넣고 있습니다. 한 달간 큰 스케줄들은 대부분 채워져 있고 사이사이의 자투리 시간들을 어떻게 소일할 것인지 고민해 봅니다.


골프연습장에서 샷도 가다듬어야 하고, 틈틈이 기타도 손에 다시 익을 수 있도록 들어야 합니다. 왼손가락 끝의 굳은살이 다 사라져 갔는데 다시 기타 줄에 손끝을 단련해야겠습니다. 사놓기만 하고 읽지 않은 자연과학 책들도 손에 들고 일주일에 한 권은 읽어내도록 할 예정입니다. 대학원 전공과목 책도 읽어야 하지만 자연과학책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매일 쓰는 아침 글의 동기부여가 모두 그 자연과학 책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달을 살기로 하고 실천을 하기 시작합니다. 일단 출발 3일은 목표한 대로, 계획한 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침에 비가 내려 조깅을 못 나가게 될 수 있습니다. 거실에 요가매트를 깔고 조깅을 대신합니다. 윗몸일으키기 100회, 팔굽혀펴기 50개씩 2~3 세트를 하기로 대안도 설정해 놓습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촘촘히 그물을 쳐놓으면 혹여나 게을러졌을 때라도 채찍질하는 가편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백수가 과로사한다? 다시 한번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그래 헛되이 시간이 흘러감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부여잡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만이 진정한 백수의 시간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정말 소중한 시간, 정말 소중한 사람, 정말 소중한 직장에 대해 감사해 하는 하루하루입니다. 의미 있는 한 달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 남은 인생의 소중한 시간임을, 그래서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매사에 감사하게 됩니다. 고맙습니다. 그대가 곁에 계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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