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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20. 2023

나를 디자인한 것들

인간을 인간답게 디자인한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주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너는 어떻게 그렇게 생겨먹었는가 말이다. 사지를 흔들고 꼿꼿이 서서 다니는 너의 외형에서부터 꼬치꼬치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너의 브레인에 이르기까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너무 초등학생적인 접근일까?


하지만 질문은 단순할수록 좋다. 단순한데도 답변을 못하거나 찾지 못한다면 그것은 질문의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의 문제다. 공부를 게을리하거나 안 했다는 증거일 뿐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근원을 되짚어보자. 700만 년 전 침팬지에서 유인원으로 갈라져 나온 이후로 수많은 호모 종들이 등장했다 사라졌다. 그리고 200만 년 전, 그중에 유일하게 버티고 살아남은 갈래가 호모 사피엔스 종이다. 시계를 더 뒤로 돌려보면 생명의 시작은 40억 년 전 다세포 생물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으로, 더 전에는 박테리아들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생명의 무대는 지구가 유일하다. 아직까지 인간의 지식으로는 그렇다.


시간의 되돌림을 접어두고 생명을 우주의 관점으로 들여다보자.


생명이라고 하는 생물이 살고 있는 유일한 장소는 지구다. 지구는 태양계 8개 행성 중 세 번째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구를 태양계의 시선으로 보면 칼 세이건이 말한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 일개 푸른 점 속에서 사니 죽니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것이 생명이고 인간이다.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가?


조금 더 시선을 들어보자. 그 태양계조차 우리가 속해있는 은하계의 가장자리를 돌고 있을 뿐이다. 은하적 관점에서 보면 태양계조차 하찮은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의 은하와 같은 은하가 1천억 개가 더 있다. 우리의 은하조차 한낱 먼지일 뿐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말이다.


138억 년 우주의 시간과 46억 년 지구의 시간 속에서 인간을 보면 한숨 지을 일도, 계절이 바뀌어 추워진다고 호들갑을 떤들,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너무 큰 그림 속에 인간을 집어넣으니 인간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시 인간 속으로 들어와 보자.

어떻게 인간이 디자인되었나? 하나님께서 형상을 만드셨나? 생물, 작게는 인간은 태양과 물이 있는 지구가 만들어내고, 인간은 그 안에서 산다고 하는 생명 본능을 위해 적응하고 진화해 가는 과정 중에 있을 뿐이다. 좀 더 잘 적응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살기 위해 DNA 전달 방법을 고안해 내고 생명 전달의 효율성을 위해 죽음을 만들어냈다. 정자와 난자, 세포 하나씩만 있으면 재생 복원할 수 있는데 30조 개나 되는 세포 전체를 끌고 갈 필요가 없다. 죽음은 생명을 이어주는 효율적 수단으로 개발된 것이다.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를 지나면서 공룡을 피해 다니느라 밤이라는 어둠의 세계로 들어갔고 그 결과 체감각을 예민하게 발달시켰다. 가장 극적으로는 음식을 열에 익혀먹기 시작함으로써 소화율을 높여 에너지 흡수 효율을 극대화하게 되었다. 이는 브레인을 쓰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창의성으로까지 발전시켜 인간 고유의 특성을 만들어 냈다.


인간은 유아독존으로 번성한 것이 아니라 지구가 만들고 공룡이 디자인하고 음식을 통해 기능이 변형된 존재에 불과하다. 지구상 동물 중 도구를 활용하는 동물은 여럿 있다. 수달은 돌멩이를 가지고 조개를 깨 먹고 침팬지도 나뭇가지를 이용해 흰개미를 잡아먹는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인간만이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 먹는다. 소고기를 익혀 먹으면 소화율이 4배나 높아진다. 빠른 에너지 흡수가 가능한 것이다. 익혀 먹으니 오래 씹을 일이 없다. 아래턱이 작아져도 살아낼 수 있다. 내장의 길이가 짧아도 된다. 먹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사용할 여유가 생겼다. 인간은 그 에너지를, 브레인의 크기를 키워 생각의 힘으로 무장하는 쪽으로 발달시켰다. 현재 호모 사피엔스의 외형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역할을 바로 불로 익혀먹는 음식이 한 것이다.


그저 배고파서 먹었을 뿐이라고? 그 단순함 속에는 이렇게 우주와 지구와 그 속에 존재하는 생명의 순환 고리 속에서 에너지를 교환하는 순간이라는 거대한 상관관계가 공생하고 있다. 그냥 그렇게 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모든 요소들이 합동 작전하듯이 이어져서 지금의 모습을 디자인한 것이다.


우주가 만들고 태양과 지구가 협동하고, 유일하게 그 안에 존재하는 생명중에서 인간이라는 형상을 만들고 생각을 창조해 낸 일련의 과정을 일견 하게 되면, 지금 이 순간, 나라는 존재가, 기억과 생각의 범위를 가지고 옆에 있는 그대와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하고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 가지고 아웅다웅 싸우고 신경질 낼 것이 아니라 시선을 조금만 높이 들고 넓게 보면,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 더 나아가 지금 이 순간 생명의 소중함까지도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무엇이 현재의 나를 디자인했는가? 다시 물어보자. 과연 잘 디자인되어 있는가? 외부 요인들을 잘 버무려 나만의 특성으로 드러나게 잘 디자인했는지 들여다볼 일이다.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신다고요? 미용실이라도 가야겠다고요? 디자인을 외모로 축소 치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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