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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Nov 29. 2023

지금 어떤 차를 운전중이신가요?

오늘은 집을 나서며 무엇을 싣고 나오셨습니까? 가슴에 말입니다. 우리 몸은 매일매일 배달할 물건을 싣고 배송지로 떠나는 화물차입니다. 오늘 싣고 나오신 내용물에 따라, 갈 길의 방향이 정해집니다.


월말이라 마감 실적의 부담감을 싣고 나오셨다고요? 중요한 미팅이 잡혀 있어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서 무엇을 담아야 할지도 모르고 허둥지둥 떠나셨다고요? 짱 하게 뺨에 부딪히는 아침공기의 차가움이 그저 겨울을 알리는 감각으로만 전해지고 생각을 깨우는 청량제로는 안 느껴지셨다고요?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기로 저녁 약속이 된 날이라 샤워도 하고 겉옷도 골라 입고 가방도 숨겨두었던 명품을 들고 나섰다고요? 아니면 체면이나 자존심의 심장을 꺼내 피팅룸 서랍에 넣고 나섰다고요?


어떠십니까?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에서, 기대에 부풀어 빨리 가고 싶으신 날들이 며칠이나 있으셨던가요?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경험 횟수를 헤아려 묻는 것은 그만큼 드문 일로 다가오기 때문인 듯합니다.


살면서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을 떠올리기보다 힘들고 어려웠고 좌절했던 날들을 회상하기가 더 빠르고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니 저 혼자만 겪었던 착각에 지나지 않을까요?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살아내고 있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 버티는 힘의 원천은 또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버티지 않으면 떨어지는 벼랑 끝에 몰려있기에 손톱 끝으로 바들바들 잡고 있는 형국임을 알면서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이 산다는 것입니다.


집을 나서며 싣고 온 마음의 화물들을 배달할 곳으로 찾아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을 향해 갈 겁니다. 실망과 초조함과 불안함 그리고 좌절과 분노를 싣고 나오셨다면 여러분은 쓰레기 차를 몰고 나오신 겁니다. 이 화물들이 필요 없음을 잘 알기에 어딘가에 무단 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집니다. 버릴 곳을 찾습니다. 옆 차선에서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들면 욕설로 분노를 내뱉습니다. "개자식! 손가락은 왜 달고 다녀! 손가락에 깁스했으면 집에나 있을 것이지! 멍청한 자식!"


그나마 욕설로 분노를 삭였다면 다행입니다. 신호등에 걸리면 뛰쳐나가 삿대질을 하고 운전 똑바로 하라고 일갈이라도 할 태세가 됩니다. 성질내고 목소리 크게 소리치고 행동이 과격해져 심장박동이 쿵쾅쿵쾅 해져봐야 손해 보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성질내면 가슴에 담아두었던 열기가 빠져나가는 듯 하지만 우리의 몸은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위기로 인식하기에 교감신경 호르몬을 과다분비하게 하고 근육을 긴장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합니다. 성질을 내면 낼수록, 욕을 하면 할수록 몸은 점점 더 위축됩니다.

그런데 마음에 싣고 있는 화물이 즐거움과 행복한 기대와 설렘이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노래도 흥얼거리게 됩니다. 깜빡이 없이 차선을 끼어드는 다른 차가 있어도 "바쁘신 모양이군요. 어서 오세요. 조심운전하시고요"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 화물들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안 생깁니다. 너무도 소중합니다. 끝까지 안고 가고 싶어 집니다.


내 가슴에 어떤 화물을 싣고 나섰느냐에 따라 도로 사정은 천지 차이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호리유차(毫釐有差) 천지현격(天地懸隔)의 현장입니다. 털끝만큼의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의 간격만큼 벌어집니다.


어떠십니까? 이 아침, 여러분은 쓰레기 차를 운전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기쁨 충만한 꽃차를 운전하고 계십니까? 실려있는 화물은 남이 강제로 떠넘겨 실어놓은 것이 아닙니다. 실을 수 있는 품목은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분별하고 분류해서 실어놓은 게 틀림없습니다. 세상사는 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삶을 버티고 하루를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하고자 하면 하게 되고 안 하고자 회피하면 안 하게 됩니다. 마음을 드러내하되, 긍정의 시선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쓰레기를 실으면 역한 냄새나서 버리고 싶어 지지만 꽃을 실으면 은은한 향기에 기분도 좋아지고 간직하고 싶어 집니다. 인지상정입니다. 즐겁고 행복이 가득한 꽃으로 가득 찬 꽃차를 운전할 일입니다. 그것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싣고 장식해야 합니다. 내 몸에 꽃 향기로 가득한 짐이 실려 있으면 옆 사람이 먼저 알아봅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멋스러운 향기를 뿜뿜 풍기며 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차를 운전 중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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