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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an 31. 2024

'친구'와 '아는 사람'의 차이

'친구'와 '아는 사람'과의 경계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을까?


'친구'와 '아는 사람'에 대한 개념 정의가 명확해야 구분이 가능할 듯하다. 두 단어 모두 사회성을 기반으로 한 관계에 기원한다. 아는 사람의 범위에 친구가 포함되긴 한다. 두 단어의 관계는 넓이보다 깊이에서 차이가 난다. '아는 사람'은 깊이 보다는 넓이가 넓다고 할 수 있는데 반해 '친구'는 넓이보다는 깊이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친구(親舊 ; friend)는 "가깝게 오래 사귀어 정이 두터운 사람"을 말한다. 오래 사귀었다는데 방점이 있다. 이 오래라는 시간적 흐름이 얼마나였는가는 관점마다 다를 수 있다.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같은 동네에 살면서 커온 친구일 수 도 있고 초등학교 동창,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 대학교 동창 등 배움의 인연으로 부딪쳐온 시절인연의 친구도 있다. 직장 동기 친구도 있고 사회활동 하면서 알게 된 친구도 있다. 그러고 보면 언제 만나느냐는 시간이 친구 관계를 정의하는데 큰 변수는 아닌 듯하기도 하다.


또한 친구와 아는 사람의 관계를 나누는 데 있어 서로 어떤 것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적 풍성함도 중요한 요인중 하나가 될 듯하다. 친구라고 정의 내린 주변인들에게는 시시콜콜 자기의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서로 떠들고 장난치며 놀 수 있는 관계다. 자기의 과오와 허물조차도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을 친구라 칭한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기까지는 상대방을 속속들이 알아야 가능하다. 물론 짧은 시간에 고해성사하듯이 자기를 드러내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여주는 것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오래 봤다고 해서 모두가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님은 자명하다. 많은 학교 동창 중에서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있는 반면 가까운 듯하면서도 그냥 허물없이 대하는 정도의 관계가 있다. 같은 동창은 같은 친구로 뭉뚱그려 칭하지만 같은 친구가 아님은 분명하다. 그냥 얼굴 아는 정도의 관계다. 지속적으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었느냐는 문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 만났는데도 심장과 간을 빼줄 것처럼 가깝게 다가와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활동에서 상대방을 포섭하는 방법을 전략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다. 사기꾼까지는 아닐지라도 자기의 일을 수월하게 하거나 비즈니스적 목적 달성을 하는데 상대방이 꼭 필요한 사람이기에 친한 척하여 이용해 먹으려는 술수가 작동함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사람 관계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하는 용어가 '던바의 수(Dunbar's number)'다. '한 사람이 맺을 수 있는 인간관계의 최대치"가 있는데 대략 150-200명 정도라는 것이다. 


이 숫자의 정의도 애매하기는 하다. 한 사람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입하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숫자일 텐데 어느 정도까지 공을 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 명함 주고받고 점심이든 저녁이든 식사같이 하고 골프 한번 같이 쳤다고 해서 아는 사이가 된 걸까? 얼굴을 안다고 해서, 이름을 안 다고 해서 '아는 사람'일까?라는 물음이다.


그 정도는 안다고 할 수 없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다. 그렇게 아는 사람의 숫자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500명 이상 될 터이고 많게는 2-3천 명은 족히 될 터이다. 그렇게 버려진 명함이 수두룩하고 휴대폰에서 지워지고 차단된 전화번호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아니 전화를 안 받기 위해 지우지 못한 사람의 번호가 오히려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 관계인들을 잘 관리해야 함은 지당하다. 특히 50대에 들어서면 새로 만나는 사람을 친구로 만들거나 가까운 사이로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알게 된다. 지금 만나고 있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평생 주변사람으로 같이 가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지난 세월을 함께한 친구를 놓쳐서는 안 된다. 현재 친구가 중년 이후를 함께 할 사람이다. 나를 만나러 찾아오는 친구,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 가끔 전화를 하거나 문자로 안부를 묻는 친구,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건강까지도 물어보는 친구, 애들 시집 장가갔는지 궁금해하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알고 보면 그 숫자가 많지 않다.


항상 누군가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와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 부담 주는 친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이고 친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첫 번째 친구가 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관계를 유지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내 친구는 오늘 잘 살고 있는지 전화 한번, 문자 한 줄 보낼 일이다. 그것을 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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