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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3. 2024

입과 손과 발을 잘 쓰자

인간은 눈, 코, 귀와 같은 오감으로 세상을 감지하고 입과 손, 발로 의지를 표현해 소통을 한다. 그것을 살아간다고 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외부 상황에 대한 정보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지고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와 외부세계를 구분하는 경계가 바로 발심(發心 ; conversion)이다. 눈과 코와 귀는 창문일 뿐이다. 보이고 들리고 냄새로 전해지는 것을 그저 보고 듣고 냄새 맡을 뿐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눈감고 안 볼 수 있고 귀 막고 안 들을 수 있고 코 막고 냄새를 안 맡을 수 있겠지만 회피일 뿐 대상 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못 볼 꼴도 봐야 하고 듣고 싶지 않은 말도 들어야 하며 악취 나는 냄새도 맡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것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인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신선한 것인지 썩은 것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오감은 그렇게 외부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발달시킨 감각이다.


외부 환경은 그런 것이다. 있는 것 자체에서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고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을 살아간다고 하고 외부와 소통한다고 한다.


오감으로 인지한 외부와 소통하는 채널로 활용하는 것이 입이고 손이고 발이다. 물론 이 모든 행위를 지배하고 관장하는 기관은 브레인이지만 실제로 행동하고 실천하여 보여주는 것은 입과 손과 발이 거의 모든 것을 다 한다. 나를 보여주고 나를 설명하고 나를 해명하는 모든 소통의 방법들이 이 세 가지 신체 도구를 통해 행위로 드러난다.


곧 나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위의 끝단이 입과 손과 발이다. 이 세 가지는 어쩔 수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나의 의지의 발로가 있어야 작동한다. 말은 내가 하고 싶어야 한다. 하고 싶지 않으면 입을 다물 수 도 있다.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도구나 물건을 잡아 건넬 수 도 있다. 발로는 상대에게 다가갈 수 도 있고 가고 싶지 않으면 발걸음을 안 움직일 수 도 있다. 입과 손과 발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선택의 도구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신체부위로, 눈을 깜빡이며 감정을 표현할 수 도 있고 코를 실룩거리며 화가 나 있음을 알릴 수 도 있지만 입으로 하는 말과 손과 발로 보여주는 행위가 더 즉각적이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의지의 반영이다.


나는 어떤 의지를 발원하여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이것이 한 개인의 삶의 방향을 정하고 평생 살아가는 모토가 되며 삶의 질을 좌우한다.

참으로 그러하다. "과거는 해석에 따라 바뀌고 미래는 결정에 따라 바뀌며 현재는 지금 행동하기에 따라 바뀐다"라고 한다. 바로 나의 의지에 따라 과거, 미래, 현재가 정해지는 것이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


나의 바깥에 있는 세상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이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을 어찌할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려고 하려다 온갖 불상사가 벌어진다. 세상을 자기 의지대로 움직여보려는 호기이자 자신감일 수 도 있다. 이 추진력이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바꾸는 것은 틀림없는 현상이다. 세상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선형적이지 않고 네트워크로 얽히고설켜 있다. 어느 하나가 잘 됐고 못 됐다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제각각 다 이유가 있고 합당하고 합리적인 논리를 가지고 있다.


"너는 왜 그래"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구먼"이라고 우열을 부여해 평가하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편해진다. "그럴 수 도 있지" "그럴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관대해지면 상대가 보이고 현상이 보이게 된다.


세상 사는 게 그렇게 두리뭉실, 대충대충 얼버무리며 되는 게 아닌 것도 맞다. 그만큼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어떨 때는 이게 맞다가 저럴 때는 또 저게 맞는다. 그래서 헷갈린다. 줏대 없는 사람이 된다. 


그래도 가만히 관조해 보면 내 의지로 어찌할 수 있는 입과 손과 발을 잘 사용하는 법을 깨닫고 유용하게 쓰는 과정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큰일이 되고 큰 일로 만드는 것도 입이고 손이고 발이다. 나는 내 몸의 기능들을 하나라도 제대로 쓰고 있는지 점검해 볼 일이다. 엉뚱한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손으로 이상한 행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발로는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을 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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