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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Feb 14. 2024


"돈 쓸 시간이 없는 사람"이 부자다

인간이라면 꼭 되고 싶은 게 있다. 성인군자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세속적으로 따지면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기도 해, 상속과 증여로 이미 태생이 부자인 놈도 있겠지만 부러워할 필요까지는 없다. 대부분 말아먹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부자(富者 ; rich person)'는 어느 정도의 돈이나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부자라 할 수 있을까? 재물의 범위를 어떻게 경계 짓느냐에 따라 액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부동산을 제외한 현금과 금융자산만을 따져보기로 하자. 얼마만큼의 돈들고 있어야 부자라고 해줄 있느냐 말이다.


10억 원? 100억 원? 아니면 더 많이?


사람마다 부자의 주머니를 세는 단위가 다 다르고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겠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부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현금성 자산은 10억 원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많나? 땅과 부동산까지 합쳐서 30-50억 원 정도라고 하면 부자라고 고개를 끄덕여줄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돈의 가치가 많이 하락한 요즘, 서울에 33평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어도 보통 10억 원대를 호가하고 있으니 부자의 경계를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도 하다.


하지만 부자의 경계를 긋기 전에 부자의 정의부터 다시 내리는 것이 맞는 듯하다.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경계를 긋는 수준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자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통칭한다. 재산이 많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고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자유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교환가치로써의 재화가 많음으로 인하여 할 수 있는 자유와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람을 부자라 한다.


돈이 부족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주저하고 감히 시도하지 못하게 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트리게 된다. 이게 돈의 힘이고 교환가치가 주는 딜레마다.

하지만 부자에 대한 또 다른 관점도 있다. 바로 "돈 쓸 시간이 없는 사람"도 부자라는 것이다. 자연과학의 대중화를 부르짖는 박문호 박사의 지론이다. 박문호 박사는 "돈 쓸 시간이 없을 만큼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라고 정의 내린다. 대단한 은유가 아닐 수 없다.


돈 쓸 시간이 없는 사람은 주머니에 10만 원만 있어도 부자일 수 있다. 쓸 시간이 없으니 죽을 때까지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항상 돈이 있으니 남 부러울 리 없다. 쓰고 싶어도 돈 쓸 시간이 없으니 부자임에 틀림없다.


부엌 솥단지에 거미줄 친 줄도 모르고 방 안에 앉아 공자왈 맹자왈만을 읊어대던 몰락한 선비의 표상을 보는 듯하고 굴비를 천정에 매달아 놓고 끼니때마다 쳐다보며 밥을 먹었다는 구두쇠 노랑이 자린고비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런 가난하고 궁핍한 부자의 해학이 아니다.


"돈 쓸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는 부자의 정의는 바로 '때'를 말한다. 경제활동의 전선에서 은퇴하기까지는 정말 열심히 돈을 버는데 집중하여 경제적 부를 어느 정도 쌓아놓고 남은 여생은 공부에 집중하여 쌓아놓은 돈을 쓸 시간을 없애라는 소리다. 인생에서 가장 공부하기 좋은 때는 바로 경제활동에서 손을 땐, 은퇴 후라는 거다.


"뭔 되지도 않는 소리?"라고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오로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때는 정년퇴직을 한 60대가 최적기임에 틀림없다. "방금 보고 들은 것도 잊어버릴 나이인데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힐난할지 모르지만 제대로 공부와 마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세상문물을 가장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60대다. 


은퇴자들은 소득이 없어 연금에 의존하거나 가진 것을 까먹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어 초조해지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인생에서 남은 '때'인 인생 이모작을 잘 관리하기 위한 준비를 해 온 사람만이 "돈 쓸 시간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언감생심, 부자는 나와 거리가 먼 남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렇게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또 다른 부자가 될 수 있다. 갖고 있는 것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갖게 될 만족으로 채우면 언제든 부자이고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다. 부자? 별거 아니고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돈 쓸 시간을 없게 하면 된다"는 간단한 논리를 받아들이면 된다. 세상살이 참 간단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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