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hengrin Mar 21. 2024

오늘은 글 쓸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오늘은 "욕심(慾心 ; greed"이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글을 쓰고자 했다. 한참을 써 내려가는데 툭툭 다른 일들이 눈에 걸린다. 이른 아침부터 회사 메일 확인 창이 계속 뜨고 팀 카톡방에 문자가 계속 들어온다. 신경 써서 봐야 하고 챙겨야 할 사안들이다. 사실 오늘은 주주총회날인지라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로부터 여러 정황에 대한 사실들이 오고 가고 있는 것이다. 한 생각 붙잡고 글을 이어가기가 힘들다. 글은 맥락이 중요한데 중간중간 생계 현장을 살펴야 하니 문맥을 이어 붙일 수가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쉽지만 키워드 붙잡고 글을 쓰는 일은 포기한다.


생계 우선의 생활은 이만큼 엄중한 것이다. 무엇이 우선인지 헷갈리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바쁜 아침에 쓰지 말고 업무 끝나고 시간이 한가해지면 그때 쓰지 뭔 핑계?"라고 회초리를 치실 수 도 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글 쓰는데도 각자의 루틴이 있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글 쓰는 시간이 대충이나마 정해져 있고 키워드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고 글을 써 내려갈 분위기가 필요하다. 어느 조건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글이 횡설수설한다. 오늘 이 아침처럼 말이다.


사실 매일 글을 쓴다고 하는 것도 욕심의 발로일 수 있다. 오늘 안 쓰면 어떻게, 또 내일도 안 쓰면 어떤가? 반드시 써야 된다는 당위성도 없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무언가 한 생각 잡아채 한 시간 정도 글로 이어가려고 하는 것은 바로 욕심 때문이다. 글에 대한 욕심이자 사람에 대한 욕심이다. 놓고 싶지 않고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계 터전에서 벌어지는 전쟁 같은 포화 속에서 한 송이 야생화 같은 글쓰기는 사실 사치의 전형일 수 있다. 아니 전쟁의 상흔을 감추고자 벌이는 광대짓일 수 있다. 어느 순간 유탄을 맞아 전사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 있다. 한치도 주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는 것이 생업의 현장이다. 전쟁터에서 한 눈 판다는 것은 곧 죽음과 소멸을 의미한다.


생계 현장에서는 즉각 즉각 반응을 해야 한다. 내가 업무에 소홀하면 나 혼자 죽는 게 아니고 다른 팀원들이 더 힘들게 된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우선 처리한다. 적어도 다른 조직원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야 한다. 그것이 회사생활의 철칙이다. 조직은 잘 짜인 시스템이기에, 어느 누구 하나가 농땡이를 피면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그 일의 부하까지도 더 맡게 되고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생계 우선으로 역량을 몰아본다. 가끔 이렇게 글 안 써지는 부담을 회사 일을 핑계 삼아 놓게 되니 홀가분해진다. 사람 참 간사해진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이렇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니 말이다. 오늘은 생계의 현장으로 팔다리 걷어붙이고 뛰어가 본다. 그렇다고 오늘만 일하는 것 같다고 오해는 마시라. 항상 생계 우선의 직업관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그저 횡설수설 핑계를 대다 보니 그런 것이다. 이젠 제길 ㅠㅠ 핑계가 계속 늘어난다. 진실은 오늘 글이 안 써지고 괜히 쓰기 싫어져서다. ㅠㅠ 이럴 때도 있어야지 위로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딸아이 청첩장을 받아 든 아빠의 심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