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동영상 기사가 하나 실렸다. 관심거리였던 탓에 국내 여러 매체에서도 인용보도했다. 바로 '아마존 부족에게 인터넷이 보급됐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What happened when an amazon tribe got the internet)'기사다.
마루보(Marubo)족은 아마존 열대우림 속에 고립되어 살고 있는 부족이다. 이들 부족에게 지난해 9월, 도시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마루보족의 리더가 요청하여 일론머스크의 초고속 위성통신망인 스타링크가 들어왔다. 문명의 이기인 인터넷과 휴대폰은 이들 부족에게 어떻게 작동했을까?
1년도 안 지났는데 결론은 다소 충격적이다. 처음에는 문명의 이로움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화상 채팅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긴급 상황시 도움 요청을 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느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대화를 하지 않거나 젊은이들이 사냥이나 일을 하지 않고 게을러졌다. 아이들도 더 이상 뛰어놀지 않고 휴대폰으로 브라질 축구선수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나 음란물에 중독된 사람들이 생겨났다. 결국 마루보족은 평일에는 아침 2시간 저녁 5시간, 일요일에는 하루 종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시간제한을 하기로 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바깥 세계에서 수십 년간 발전시켜 온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한 순간에 접한 인간 본성의 그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사뭇 착잡하기까지 하다. 누구의 손에 어떤 도구가 들려있는가가 중요하고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마루보족에게 인터넷은 시각을 자극하여 빠져들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인터넷을 통해 밀림을 개발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수렵채집 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도구로 활용될 뿐인데 그 영상이 너무 자극적이라 눈을 떼기 힘들다. 중독의 시작이고 이미 자극에 노출된 사람들은 헤어 나오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열대우림 속 부족 집단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이미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원시부족이라 그러려니 할 것이 아니라 이미 문명의 이기에 대한 활용성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스며있는 중독의 유혹으로 작동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짧은 동영상에 빠져드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다. 인간의 욕망은 문명의 혜택을 더 받았네 안 받았네라는 변수로 작동되지 않는다. 정량을 갖는 함수로 바로 작동한다. 중독의 하이웨이는 그만큼 본질적인 문제다.
마루보족에게 인터넷을 활용하여 아마존 밀림의 생태를 속속들이 전달하는 유튜버가 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은 밀림 한 곳에 정착해 수렵채집생활을 하고 먹을거리가 떨어지면 좀 더 식량 환경이 좋은 곳으로 주거지를 옮겨가면 된다. 그들에게 환경문제,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한 감시를 하게 하는 것조차 바깥세계 사람들의 사치일 뿐이고 그들은 지구 환경에 전혀 해를 끼치고 있지도 않다.
부족 공동체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 활용법이 있을 것이다. 열대우림 바깥세상의 고층건물과 아스팔트와 자동차, 비행기가 이들에게 필요 없듯이 그들만의 환경에 적합하게 문명의 이기가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그저 인터넷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예전의 평화를 찾고 있지만 점점 그 룰은 깨질 것이 틀림없다. 원시 상태 그래도 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교육이 필요한 듯하다.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정보가 담겨있는 인터넷의 세계에서 시각을 빼앗는 질 낮은 영상에 중독되는 것이 얼마나 하찮은 일인지를 깨닫게 하고 그 안에서 무궁무진한 정보를 꺼내는 과정으로 도파민의 흐름을 바꿔주어야 한다. 내팽개치듯 신기한 물건을 던져놓고 가만히 놔두고 살펴보는 것은 문명인의 책임 방기나 다름없다. 자연 속 부족의 생활을 파괴하고 몰락시키는 신종 살인이라 할 수 있다. 부족사회의 휴대폰 중독을 개인 취향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