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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7. 2024

초심으로 돌아가라

호모사피엔스가 사회화되면서 공통으로 행하는 퍼포먼스가 있다. 의례(儀禮 ; rituals)처럼 굳어진 행위다. 바로 선서(宣誓 ; oath)다. 선서는 대중 앞에서 공표하는 행위다. 대중과 약속하겠다는 퍼포먼스다. 이 퍼포먼스는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만인 앞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기에 선서한 내용과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때는 대중으로부터 엄중한 문책을 받겠다는 책임도 함께 지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도 선서를 하고 국회의원, 공무원, 검사들도 하고 심지어 법정의 증인들이 거짓말로 위증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겠다는 선서를 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의 선서 문구를 보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검찰공화국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일부 검사들도 선서를 했을 것이다. 검사선서를 보자.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고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리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요즘 진료 거부를 하고 있는 의사들도 의사면허를 받을 때 선서를 했을 것이다. 의사들이 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변형인 제네바 선언도 들여다보자.


"이제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중략)~~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하겠노라. ~~(중략)~~ 나는 인종, 종교, 국가, 정당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중략)~~ 이상의 서약을 나의 자유의사로 나의 명예를 걸고 서약을 하노라"

오늘 선서 문구를 일일이 나열하는 이유는 특히 초심을 잃은 자들이 다시 한번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왜 읽었으면 하는지는 굳이 쓰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알 것이다.


각 선서마다 해당 직업을 가진 자는 어떠한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명시해 놓은 주옥같은 문구들이 담겨있다. 행할 수 없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선언문처럼 박제시켜 놓은 게 아니고 그렇게 행해야 한다고 정의 내린 직업의 사명이다. 그렇게 하겠다고 국민들께, 대중에게, 환자에게 약속을 한 자존심이자 다짐이다.


권력과 돈 앞에서 내팽개쳐버린 선언문을 다시 주워 벽에 걸어 놓고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를 반추해봐야 한다. 권력과 돈에 눈이 팔려 잠시 샛길로 나갔더라도 산책 다녀왔거니 하고 살며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언감생심, 권력과 돈의 맛을 본 이상, 되돌아가기 힘듬도 모르는바 아니나, 권력과 돈의 힘조차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국민 속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음을, 지금은 그저 집 나간 탕아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순자(筍子) 왕제(王制) 편에 "군주야(君舟也) 인수야(人水也) 수능재주(水能載舟) 역능복주(亦能覆舟)"라고 했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뒤집을 수 도 있다"라는 말이다. 군중이 소, 돼지, 무지렁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뒤집을 힘이 그 안에 숨겨져 있음을 힘 있는 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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