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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hengrin Jun 28. 2024

뇌가 쪼그라들고 있다

불금이니 재미있는 과학 유튜브 동영상 하나를 소개해 보자.


"왜 우리의 뇌는 작아졌을까?"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과학드림 유튜버 동영상이다. (왜 우리의 뇌는 작아졌을까? (커진 게 아녔어?)|뇌 진화의 미스터리 - YouTube ) 요즘 과학 콘텐츠를 다루는 유튜버들의 실력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할만큼 전문적이다. 


흔히 농담 삼아 머리 크기가 큰 사람을 보고 "진화가 덜 됐다"라고 놀리기도 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머리 크기가 크면 "공부도 잘하고 더 똑똑하다"라고 하기도 하며 "신체비율에서 머리크기가 1/8 정도로 작아야 미인 미남축에 든다"라고 심리적 부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어떤가? 머리 크기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생각하는가? 작다고 생각하는가?


브레인 크기에 대한 많은 연구 논문과 가설들이 있는데 중론은 인간의 두개골 크기가 2만 년 이상된 초기 호모사피엔스보다 평균 13% 정도 작아져 있다는 것이다. 현생인류의 평균 브레인 크기는 1,400cc 정도다. 이는 수많은 인류 두개골 화석을 비교 연구한 결과로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 왜 두개골 크기가 줄어들었느냐는 데에는 여러 주장과 가설들이 있다. (disclaimer ; 연구논문이 아니니 두개골과 그 안에 담긴 브레인의 크기가 같은 것으로 혼용해서 용어표기 함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유튜버 동영상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것이 기후변화 가설, 농업혁명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가설, 자기 가축화 가설, 그리고 정보의 외장화 및 극단적 분업화로 인해 브레인의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가설이 있다.


이 여러 가설 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3,000년 전부터 급격하게 뇌 골격이 줄어들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기록을 남기는 문자가 사용되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가설이다. 기억을 문자로 기록해 놓음으로써 브레인이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고 노동의 극단적 분업으로 자기 일에만 집중하면 되니 효율성을 위해 브레인이 작아지는 선택압을 받았을 거란 가설이다.

정보 외장화 가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인류는 점점 더 정보 외장화에 치중하여 AI시대를 넘어 Chat GPT의 구현을 통해 정보를 찾는 노력보다는 결과와 정답을 바로바로 알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어 정보의 외장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머리 크기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이다. 환경에 맞게 진화하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기에 어떻게 바뀌어 갈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시간 속에서 보여준 두개골 크기 변화의 추이를 보건대 현재 상태를 유지하거나 줄어들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를 사는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미 고착화된 두개골 사이즈로 확정되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록을 외부에 맡기면 브레인의 크기도 줄어든다는 데에 착안한다면, 오히려 기록을 외부에 맡기는 행위를 줄여야 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브레인에 기록을 계속 쌓고 남겨놓고 기억하는 일. 결국 공부하고 암기하는 일이다. 암기해서 입 밖으로 기억을 끄집어내는 행위까지 할 수 있어야 내 지식이고 내 앎이다. 내가 끄집어내 말하지 못하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며 알아도 아는 것이 아니다.


브레인은 써야 한다. 써서 크기를 키우자는 소리가 아니라, 기억을 잘하고 기억한 내용을 잘 조합하여 창의적 결과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외장 하드에 담아놓은 기억은 전기 끊기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전기가 끊기고 외장 하드가 망가져도 즉각적으로 기억을 회수하고 끄집어낼 수 있게 브레인을 휭휭 돌릴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내가 말하지 못하고 내가 행동하지 못하면 세상 속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외부에 글로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더 많은 기억을 하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지식 보충으로 기억이 지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때서야 내가 있고 그대가 있고 우리가 있고 웃음이 있고 세상이 존재로 등장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기억하고 기억되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그리고 그대 가슴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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